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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봄(하)

저자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
역자 권영주
브랜드 비채
발행일 2020.03.06
정가 15,000원
ISBN 978-89-349-9322-3 03830
판형 137X197 mm
면수 464 쪽
도서상태 판매중

미야베 미유키 작가 데뷔 30주년 기념 장편소설

잔혹과 공포를 넘는 인정과 사랑! 미야베 미유키 스타일의 정점!

 

“서른 살 무렵 데뷔해 서른 해 동안 글을 썼으니, 반생을 작가로 산 셈이네요.

그간 도중에 사라져버렸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인데 저는 정말로 운이 좋았구나 싶습니다. ‘아아, 이 일을 해서 좋았구나. 작가가 되어 좋았구나. 이 인생이어서 좋았구나’

지금까지 스쳐 지나간 크고 작은 인연의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용을 쓸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만 글감을 몇 가지 준비해놓기도 했고 새로운 것에도 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_미야베 미유키(데뷔 3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1987년 단편 <우리 이웃의 범죄>로 ‘올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긴 세월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미야베 미유키. 《세상의 봄》은 그가 등단 30주년을 맞는 해에 발표한 81번째 작품으로(단행본 기준), 원고지 3000매(번역본 기준)를 훌쩍 넘기는 대작이다. 에도시대 가상의 작은 번(藩)을 무대로, 정신착란을 이유로 연금된 청년 번주와 그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애틋한 충정과 사랑을 담고 있다. 의사 시로타를 비롯해 청년 번주의 회복을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이던 사람들은 소년 연쇄 실종사건, 쿠리야 일족 몰살사건 등 과거의 상처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세상의 봄》은 발표 즉시 ‘소설사에 유례없는 작품’ ‘21세기 최강의 사이코&미스터리’라는 극찬과 함께 각종 도서 차트 상위를 장식하며 미야베 미유키 문학의 유효성을 당당히 증명했다. 밀도 있는 미스터리의 매력은 물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한데 어우러져 인정 넘치는 휴먼 드라마로서도, 청춘남녀의 아련한 봄빛 로맨스로서도 풍성한 이야기가 전개되며 잠시도 쉴 틈 없이 결말로 내달린다.

 

 

책 속에서

 

큰마님은 흠칫했다.

산키치가 봤다는 하얀 얼굴의 악귀.

저도 모르게 여자를 봤다. 눈이 마주쳤다. 여자는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왜 그러시는지요, 큰마님?”

여자는 말했다. 요새 남편이 침소에서 종종 이런 것을 쓰고 생각에 잠겨 있다. 어쨌거나 자신은 첩의 몸이니 남편이 하는 일에 불평할 수 없다. 그래도 대체 이런 게 뭐가 재미있다는 건지, 남편이 왜 이런 것을 쓰는지 알 수 없어서 몹시 신경 쓰인다.

“쿠리야의 미타마쿠리는 강령만 하는 게 아니고 큰마님은 천리안의 능력도 갖고 계신다고 들었거든요.”

대체 남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큰마님의 안력으로 간파해주지 않겠나.

“어쩌면 남편이 변심해서 저와 손을 끊을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해가 바뀌는 김에 연도 끊자고 맨몸뚱이로 저를 쫓아내면 어떻게 하지요.”

그런 생각을 하니 가만있을 수 없어서 무턱대고 이즈치 촌까지 왔다고 말을 이었다.

“제 이런 심정을 측은히 여기고 부디 도와주세요.”

큰마님은 여자의 부드러운 어조 속에 심술궂은 야유가 숨어 있음을 느꼈다.

미소 짓는 여자의 눈 속에 도전적인 적의가 엿보였다.

이 여자는 누군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큰마님은 공포에 떨었다. _(하)276-277

 

유이 부인이 생긋 웃자 소박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꽃잎이 흩날리는 듯한 명랑함과 화사함, 긴장을 풀어주는 편안함.

아아, 이분이 나리마님께서 사랑하는 분이시구나.

충격을 받고, 동시에 매료됐다.

나 따위는 발치에도 못 미친다.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다. 총명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너그럽고 다정하고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암자를 지키는 동안 내 말상대가 되어주세요.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답니다.”

유이 부인은 입술을 다물고 눈을 내리깔았다.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걸까.

“……시게오키 님은 안녕하신지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잠기고 말꼬리가 흔들렸다. _(하)353

 

깊은 어둠 속에 떠오른 빛의 고리.

수면에 흔들리는 달처럼 환한 고리 속에 기타미 시게오키는 우두커니 서 있었다.

오랜 세월 몇 번이고 꿈속에서 찾아왔던 곳이다. 그렇건만 시게오키는 이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했다. 현세에 있는 곳인가. 아니면 자기 마음속의 어둠에 찾아오는 걸까.

지금 비로소 알았다.

이곳은 진쿄 호다.

고코인에서 보이는 푸른 호수다. 그런데 이렇게 어두운 것은 여기가 밤이기 때문이다.

끝없는 밤. 바람도 날리지 못하는 어둠. 가득 차오른 차갑고 검은 물.

그 물속에 감추어진 게 바로 시게오키가 느끼는 공포의 근원이었다. 시게오키가 안고 있는 어둠의 근원이었다.

이곳은 죽음의 호수다. _(하)379-380

  •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 (저자)

1960년 도쿄의 옛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서민가 고토 구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법률사무소에서 재직하던 당시 처음 쓴 소설 《우리 이웃의 범죄》(1987)로 제26회 올요미모노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한 그녀는 〈판타스틱〉 창간호 인터뷰를 통해 “6년 동안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아르바이트로 속기 내용을 다시 고쳐 쓰는 훈련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퍼펙트 블루》(1989)를 처음 출간하며 정식 작가로 데뷔했다. 《마술은 속삭인다》(1989)로 제2회 일본 추리서스펜스대상을 받았고, 《용은 잠들다》(1992)로 제45회 일본 추리작가협회대상을, 《후카가와 본가의 이상한 책자》(1992)로 제13회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영화화되었던 《화차》(1993)는 제6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가모우 저택 사건》(1997)으로 제18회 일본 SF대상을 수상했으며,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유》(1999)는 제120회 나오키상을, 《모방범》(2001)은 2001년 마이니치출판대상 특별상과 2002년 제5회 시바료타로상, 제52회 예술선장 문부과학대신상 등을 거듭 수상했다. 《이름 없는 독》(2006)은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상을, SF 소설 《드림 버스터》(2001)는 영어판 《브레이브 스토리》(2004)로 번역 출간되며 2008년 미국 배트첼더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비롯하여 사회파 미스터리, 시대소설, 청소년 소설, SF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베스트셀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 덕분인지 추리소설의 교과서로 삼으며 존경해 마지않았던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라는 별칭과 함께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 ‘희대의 이야기꾼’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서평지 <다빈치>가 매년 조사하는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순위에서도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벚꽃, 다시 벚꽃》은 미스터리 소설이면서도 가족 간의 갈등, 애증, 사랑, 인간의 선함이 물씬 풍겨나는 작품으로, 2014년 1월 1일, 일본 NHK에서 다마키 히로시 주연의 특집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어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에서 역시 저자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따듯한 인간미’를 기본정서로 선악의 대결구도를 펼쳐 보이며 마지막까지 독자들을 압도한다.

2012년 국내에서 영화화된 <화차> 외에도 <대답은 필요 없어><스나크 사냥><크로스파이어><나는 지갑이다><모방범><이유><솔로몬의 위증> 등 작품 다수가 영화화되거나 드라마화되었으며 현재는 소설가 오사와 아리마사(大澤在昌), 교고쿠 나쓰히코(京極夏彦)와 함께 세 사람의 성을 딴 사무실 ‘다이쿄쿠구(大極宮)’를 설립하여 작품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 권영주 (역자)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미쓰다 신조의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을 비롯한 도조 겐야 시리즈, 온다 리쿠의 《나와 춤을》《Q&A》《불연속 세계》《달의 뒷면》《한낮의 달을 쫓다》《코끼리와 귀울음》《유지니아》 등을 옮겼으며, 《삼월은 붉은 구렁을》로 제20회 노마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그밖에 하무로 린의 《저녁매미 일기》, 모리미 도미히코의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 무라카미 하루키의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등 다수의 일본소설은 물론 《데이먼 러니언》《어두운 거울 속에》《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등 영미권 작품도 우리말로 소개하고 있다.

 

•7장 어둠과 빛(闇と光) 007

•8장 해명(解明) 099

•9장 애증(愛憎) 197

•마지막 장 세상의 봄(この世の春) 345

 

? 주요 인물 관계도 462

 

누가 옛 일을 다시 끄집어내려 합니까!

긴 세월, 물속 깊이 잠긴 공포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에도시대 기타간토의 작은 번(藩) 기타미. 꽃처럼 아름다운 청년 번주 시게오키가 요양을 이유로 산속 호수 부근의 별저 고코인(五香苑)에 유폐된다. 하지만 철마다 다섯 종류의 꽃과 과일이 향기롭게 피고 열리는 그곳에서도 시게오키는 혼란과 착란을 거듭한다. 고코인의 저택 관리인 이시노 오리베의 지휘하에 주치의 시로타 노보루, 무가의 딸 가가미 다키, 하인 스즈, 고, 간키치, 등이 성심과 충의를 다하지만 시게오키는 앳된 소년인 듯, 중년 여인인 듯, 상스러운 사내인 듯 또 하나의 자아를 내세울 뿐 좀처럼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를 가둔 엄청난 어둠의 심연은 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세상에서 지워지듯 몰살된 일족의 원혼이 붙은 것일까. 정체불명의 악의는 과연 실체를 드러낼 것인가!

한편, 고코인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고요하고 푸른 진쿄 호(湖)에 정체 모를 백골이 떠오르는데……. 무섭다거나 꺼림칙하다기보다 어딘지 측은하고 슬픈, 작은 백골들. 오랜 시간 물 아래서 침묵하고 있던 사자들의 비밀은 과연 밝혀질 것인가. 어둠 가득한 이 세상에 봄은 찾아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