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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차 문화사 자료 집성

한국의 다서

저자 정민, 유동훈
브랜드 김영사
발행일 2020.07.13
정가 33,000원
ISBN 978-89-349-9245-5 93900
판형 152X225 mm
면수 600 쪽
도서상태 판매중

책 소개

 

30여 차 관련 문헌을 총망라하여 정치하게 풀어낸 ‘다서(茶書)’ 연구의 완결판

학문ㆍ문화의 전방위적 교류와 역사로 차 문화사의 통사적 체계를 복원한 역작

 

조선 지성사 탐구의 대가 한양대 정민 교수와 국제차문화산업연구소 차 전문 연구자 유동훈 박사가 한국의 차 문화사를 한 권으로 집대성했다. 차를 주제로 옛 지성인들이 기록한 시ㆍ논설ㆍ편지ㆍ절목 등 핵심 저술 30가지를 한데 모아 심도 있는 원문 풀이와 해설을 달았다. 조선 전기부터 구한말까지 한중일을 아우르는 방대한 사료를 총망라했고, 차의 역사와 유래, 애호와 부흥, 특징과 성질, 산지별 종류와 효능, 재배와 제다법, 음다 풍속, 경제성과 상품성에 이르기까지 차에 관한 역사와 교류를 다채롭고 풍성하게 담아냈다. 옛글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어 연구 자료로서의 효용과 글 읽는 맛 어느 하나 놓치지 않았다. 학문ㆍ예술ㆍ문화 전방위에서 이뤄낸 한국 차 문화의 정수를 오롯이 느끼게 함과 동시에, 차 문화사 연구의 새로운 이론적 토대가 될 독보적 저작.

 

 

책 속에서

 

처음은 향기로 느낀다. 다음은 고민과 답답한 증세가 간데없이 사라진다. 꽉 막힌 듯하던 갑갑함이 사라지고, 혈행이 순조로워진다. 마음은 편안해져서 아무 걸림이 없다. 차의 이 같은 신통한 약효를 전승업은 ‘파수성(破愁城)’, 즉 근심의 성을 깨뜨린다는 말로 표현했다. 근심의 성을 격파하는 무기는 바로 다창(茶槍)이다. 다창은 일창일기 상태의 어린 싹과 잎으로 최상의 찻잎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다창은 근심의 성을 격파하는 위력적인 창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 차가 몸 안에 들어오자 마음속 요사스러운 마귀가 달아나고 사무사(思無邪), 즉 생각에 아무 삿됨이 없는 평정이 찾아왔다. 세상 정리에 아등바등하던 마음이 간데없고, 속된 마음이 더 이상 들어설 데가 없다. 가난한 살림임에도 흥취가 거나하다. 차만 있으면 되니, 굳이 신선의 방술을 배울 필요가 없다. 이렇게 볼 때 차야말로 참으로 신통한 물건이 아닌가? _전승업 <다창위부>에서

 

〈다신계절목〉은 스승 다산이 18년의 긴 유배 생활을 마치고 두릉으로 돌아가게 되자, 다산초당에서 함께 강학하던 제자들이 사제와 동문의 우의를 이어가자는 취지로 결성한 다신계의 운영과 규칙, 참여 인원의 인적 사항 등을 적은 기록이다. 절목에는 다산이 강진 체류 기간을 전후로 매입한 5건의 토지의 위치, 크기, 매입 원가, 세액을 비롯하여, 관련 비용 처리에 대한 세세한 지침까지 적혀 있어, 실제로는 다산이 강진에 두고 간 토지 재산을 제자들이 관리해주고, 여기서 생기는 수익을 전달하는 일에 대한 약조문에 더 가깝다. 다만 이 자료는 다산 학단을 구성하는 18명의 초당 제자 명단과 6인의 읍중 제자, 2인의 승려 제자 이름이 적시되어 있고, 다산초당에서 만들던 차에 대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어 자료적 가치가 높다. 다산이 강진 유배 시기에 주로 만든 차는 모두 떡차다. 잎차에 대한 기록은 없다. 더욱이 떡차는 곡우 전의 어린 찻잎으로 만들었음을 많은 문헌 자료에서 한결같이 증언하고 있다. _정약용 <다신계절목>에서

 

《다신전》은 제다에서 음다에 이르기까지 다도의 여러 내용을 간결하면서도 요령 있게 담았다. 찻잎 채취와 제다 방법, 차 보관법과 물 선택, 적당한 불 조절, 그리고 차를 마실 때 유념해야 할 여러 사항과 도구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모든 내용을 담았다. 초의는 이 글을 1828년 지리산의 칠불아원에 머물 때, 그곳에 보관되어 있던 《만보전서》에서 처음 보고, 흥미를 느껴 급하게 베껴 써 왔다. 당시 그는 다산의 영향으로 차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태여서 직접 차를 만들면서 느낀 많은 문제들이 이 책을 통해 해결되는 느낌을 가졌던 듯하다. 제목을 《다신전(茶神傳)》이라 붙인 것은 흥미롭다. 다신은 차의 정신이자 차에서 우러난 성분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책 속에 몇 차례 나온다. ‘다신전’이라는 표현은 마치 다신을 인격적 존재로 상정하여 그의 일대기를 적는 듯한 느낌을 준다. _초의 의순 《다신전》에서

 

〈다법수칙〉은 찻잎을 따는 방법과 덖는 방법에 관한 내용으로 모두 여섯 항목 413자로 이루어져 있다. 본래 글에는 제목이 따로 없지만 말미에 적은 글 첫머리에 ‘다법수칙(茶法數則)’이라 한 것을 표제로 삼았다. 산천이 향훈에게 〈다법수칙〉을 써준 것은 향훈이 만든 차를 마시고 부족한 점을 느껴 올바른 제다법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던 듯하다. 〈다법수칙〉 글 끝에 “다법 몇 항목을 써서 견향에게 보인다. 이 방법에 따라 차를 만들어 중생을 이롭게 한다면 부처님의 일 아님이 없을 것이다. 산천거사”라고 한 내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향훈은 산천의 바람대로 〈다법수칙〉의 제다 이론을 실전에 적용하여 추사가 ‘다선(茶禪)’이라고 할 만큼 차를 잘 만들게 되었다. 실제 추사가 향훈에게 보낸 걸명(乞茗) 편지가 여러 통 남아 있다. 산천의 〈다법수칙〉은 초의의 《다신전》과 함께 대흥사 승려들의 제다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한, 우리 차 문화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글이다. _김명희 〈다법수칙〉에서

 

1863년 박경로가 보내준 백산차(白山茶)를 받고서 답례로 지어 보낸 시이다. 앞에서는 전후 아홉 차례 북경을 다녀오는 동안 천하에 이름난 차를 다 맛보았고, 거리 찻집마다 차박사가 넘쳐나고, 음료를 파는 가게보다 차 파는 가게가 더 많아, 차 마시는 풍습이 일상 속에 보편화된 중국의 정황을 말했다. 귀국해서 집에 누워 있노라니 그때 그곳에서 마셨던 좋은 중국차의 향기가 혀끝에 맴돌아도 구할 수 없는지라, 공연히 육우의 《다경》을 뒤적이며 안타까운 탄식만 했노라고 썼다. 백두산은 차나무가 자생할 수 없는 위도이다. 시에 나오는 백산차의 실체가 궁금해진다. 일설에 백산차는 백두산 일대에서 자생하는 진달랫과 또는 석남과의 상록 관목으로, 한겨울 흰 눈을 뚫고 솟은 어린잎을 채취해서 만든다고 한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솔잎 향과 박하 맛이 어우러진 독특한 향기가 난다. 〈백산차가〉는 자칫 잃어버릴 뻔했던 백산차의 존재를 기록으로 남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차 문화사의 소중한 증언이다. _이상적 〈백산차가〉에서

 

보름 가까이 이질을 앓아 죽을 지경이었는데 뜻밖에 차를 마신 후 병마를 털고 일어난 체험을 하고서, 차의 약효에 대해 예찬한 글이다. 식음을 전폐하고 죽기만 기다리고 있던 그가 동문 형제들이 달여준 아차를 마시고 기적처럼 병이 낫게 되자 차의 효능에 놀라 이 글을 썼다. 그런데 이 사연은 1852년 당시까지 대둔사에서 차가 뜻밖에 널리 보편화된 상태가 아니었음을 증언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1830년 초의가 서울로 보림백모 떡차를 가져가 전다박사의 호칭을 들으며 초의차 신드롬을 일으켰던 것이 23년 전 일인데도, 당시 33세였던 대둔사 승려 범해는 차의 효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무위나 부인 같은 승려들이 비록 차의 약효를 알고는 있었으나, 상음 목적이 아닌 약용으로 소량 보관하고 있었다. 또 차를 마시고 병이 나은 것을 보고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고 한 것을 보면 당시까지만 해도 대둔사에서 차는 일부 승려들이 비상약으로 소량 보관했을 정도이지, 음료로 마실 만큼 일상화된 것이 아니었다. _범해 각안 〈차약설〉에서

 

《차고사(茶故事)》는 조선학운동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도 전통 차 문화가 있었음을 알리기 위해 삼국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의 차 문화사를 정리하여 <조선일보>에 1936년 12월 6일부터 1937년 3월 17일까지 총 23회에 걸쳐 연재한 후, 연재한 글을 모아 《호암문일평전집》에 정리ㆍ수록한 것이다. 모두 18항목으로 구성되었으며, 여러 문헌을 통해 우리나라 차 문화의 역사적 사실을 논증하였다. 《차고사》 원문은 지금부터 80여 년 전 문장이라 한자 투가 지나치게 많고, 오늘날의 표현과도 달라 이해하기 어렵다. 인용된 원문은 번역 없이 그대로 본문 사이에 끼어 있고, 원문에 이어지는 설명에서 그 내용이 본문에 되풀이되어 체제가 다소 혼란스럽다. 이 책에서는 원문을 보태거나 빼는 일 없이 그대로 따르되, 현대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현대문으로 모두 고쳤다. 또 원문은 모두 번역문을 따로 빼서 인용문으로 처리하고, 내용을 조절했다. 여기서도 임의로 보태거나 뺀 내용은 일절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_문일평 《차고사》에서

 

  • 정민 (저자)

충북 영동 출생.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물질의 삶은 진보했지만 내면의 삶은 더 황폐해진 시대에 등불이 되는 말씀과 세상의 시비 가늠을 네 글자의 행간에 오롯이 담아 묶었다.

 

그동안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꼼꼼히 읽어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고전 문장론과 연암 박지원』을 펴냈다. 18세기 지식인에 관한 연구로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과 『다산선생 지식경영법』『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예공화국』『미쳐야 미친다』『삶을 바꾼 만남』 등이 있다. 또 청언소품淸言小品에 관심을 가져 『일침』『마음을 비우는 지혜』『내가 사랑하는 삶』『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돌 위에 새긴 생각』『다산어록청상』『성대중 처세어록』『죽비소리』 등을 펴냈다. 이 밖에 옛 글 속 선인들의 내면을 그린 『책 읽는 소리』『스승의 옥편』 등의 수필집과 한시 속 신선 세계의 환상을 분석한 『초월의 상상』, 문학과 회화 속에 표상된 새의 의미를 찾아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조선 후기 차 문화의 모든 것을 담아서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 등을 썼다. 아울러 한시의 아름다움을 탐구한 『한시 미학 산책』과 『우리 한시 삼백수』, 사계절에 담긴 한시의 시정을 정리한 『꽃들의 웃음판』을 펴냈고 어린이들을 위한 한시 입문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도 썼다.

  • 유동훈 (저자)

유동훈

 

목포대학교 대학원 국제차문화과학 협동과정에서 〈조선시대 문헌에 나타난 차의 약리적 활용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의보감을 통해 본 조선시대 음다풍속 고찰〉 〈부풍향차보 고찰〉 〈다산 정약용의 고형차 제다법 고찰〉 〈다신전의 출전〉 〈다신계가 강진지역 다사에 미친 영향〉 외 다수의 연구논문이 있다. 현재 목포대학교 국제차문화ㆍ산업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다.

 

차례

 

머리말

 

1. 이목 〈다부(茶賦)〉

2. 문위세 〈다부(茶賦)〉

3. 전승업 〈다창위부(茶槍慰賦)〉

4. 이운해 《부풍향차보(扶風鄕茶譜)》

5. 이덕리 《기다(記茶)》

6. 정약용 《다신계절목(茶信契節目)》

7. 정약용 〈각다고(?茶考)〉

8. 정약용 〈걸명소(乞茗疏)〉

9. 정약용 《아언각비(雅言覺非)》

10. 윤형규 〈차설(茶說)〉

11. 서유구 《임원경제지》 중 차 관련 항목

12. 신위 〈남차시병서(南茶詩?序)〉

13. 초의 의순 《다신전(茶神傳)》

14. 초의 의순 《동다송(東茶頌)》

15. 초의 의순 〈산천도인의 사차시에 화운하여(奉和山泉道人謝茶之作)〉

16. 속우당 〈대둔사초암서(大芚寺草菴序)〉

17. 김명희 〈다법수칙(茶法數則)〉

18. 김명희 〈사차(謝茶)〉

19. 이규경 〈도다변증설(?茶辨證說)〉

20. 조희룡 〈허소치가 초의차를 선물한 데 감사하며(謝許小癡贈草衣茶)〉

21. 이상적 〈기용단승설(記龍團勝雪)〉

22. 이상적 〈백산차가(白山茶歌)〉

23. 윤치영 〈용단차기(龍團茶記)〉

24. 박영보 〈남차병서(南茶?序)〉

25. 이유원 〈죽로차(竹露茶)〉

26. 범해 각안 〈차약설(茶藥說)〉

27. 범해 각안 〈차가(茶歌)〉

28. 신헌구 〈해차설(海茶說)〉

29. 안종수 《농정신편(農政新編)》

30. 문일평 《차고사(茶故事)》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리뷰

 

정교하게 풀어낸 한국 차 문화 연구서

 

차에 관한 학문ㆍ문화의 전방위적 교류와 역사를 총망라한

한국 차 문화 이론사의 완결판

 

한국의 차 문화는 삼국시대에 시작되어 불교의 융성과 함께 고려 때 정점을 맞았다. 그러나 조선조에 들어서자 차 산실 역할을 하던 불교 사찰이 쇠하면서 덩달아 움츠러들었다. 차를 사랑하고 즐겼던 옛 지성인들은 우리 차 문화의 세세한 면모를 시ㆍ서화ㆍ논설 등의 작품에 담아 그 정신을 온전히 유지하려 애썼다. 이러한 차에 관한 핵심 저술 30가지를 한데 모아 정치하게 풀어낸 ‘다서(茶書)’ 연구의 완결판 《한국의 다서》(김영사 刊)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조선 지성사 연구의 대가 정민 교수와 차 전문 연구자 유동훈 박사가 함께 집필했다. 정민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다서 《부풍향차보(扶風鄕茶譜)》와 이덕리의 《기다(記茶)》 외에 수많은 차 관련 사료들을 학계 최초로 발굴ㆍ소개해왔으며, 유동훈 박사는 국제차문화산업연구소에서 조선의 차 문화를 깊이 있게 연구해왔다. 두 연구자는 그동안 파편적으로 공유되고 이전의 자료를 답습하며 대중과 유리된 차 문화 연구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모호했던 한국 차 문화사의 구도를 명확히 정립하기 위해 이 책을 집대성했다. 조선 전기부터 구한말까지 한중일을 아우르는 방대한 사료를 총망라했고, 차의 역사와 유래, 애호와 부흥, 특징과 성질, 산지별 종류와 효능, 재배와 제다법, 음다(飮茶) 풍속, 경제성과 상품성에 이르기까지 차에 관한 역사와 교류를 다채롭고 풍성하게 담아냈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은 시, 부(賦, 대상에 대한 감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산문시), 송(頌, 특정 대상을 예찬하며 쓴 글), 편지, 절목(節目), 상소문, 논설, 통사(通史)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전승업의 〈다창위부〉와 조희룡의 〈허소치가 초의차를 선물한 데 감사하며〉와 같이 국내에 처음 발굴하여 소개하는 자료도 있다. 심도 있는 원문 풀이와 해설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이본(異本)을 꼼꼼히 교감해 주석을 달고, 전사 과정의 오류도 정확히 반영했다. 옛글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어 연구 자료로서의 효용과 글 읽는 맛 어느 하나 놓치지 않았다. 학문ㆍ예술ㆍ문화 전방위에서 이뤄낸 한국 차 문화의 정수를 오롯이 느끼게 함과 동시에, 차 문화사 연구의 새로운 이론적 토대가 될 독보적 저작이다.

 

 

차향처럼 그윽한 문향(文香)에 취하다

30여 차 관련 문헌의 가치와 의미를 온전히 복원한 역작

 

이 책에서는 조선 지성인들이 일구어온 차 문화사의 기념비적 저술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차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집대성한 이목의 〈다부(茶賦)〉부터 차 무역을 제창한 이덕리의 《기다》, 차 문화 중흥의 신호탄이 된 정약용의 〈걸명소(乞茗疏)〉, 차의 효용을 예찬한 초의 의순의 《동다송(東茶頌)》, 석탑에서 나온 700년 된 차의 기록을 담은 이상적의 〈기용단승설(記龍團勝雪)〉, 한국 차 문화사를 풀어 쓴 최초의 통사 문일평의 《차고사(茶故事)》까지. 인물과 작품을 시기별로 정리하여 우리 차 문화 전반의 유구한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담아냈다.

〈다부〉는 조선 전기 학자 이목이 지은 230구에 달하는 장시이다. 중국 역대 고전에서 차와 관련한 온갖 고사와 인물을 총동원했고, 차의 산지와 종류별 이름, 차의 효용과 약성까지 방대한 정보를 장강대하 같은 흐름으로 제시했다. 특히 해박한 지식으로 차에 대한 효능을 능청스럽게 예찬한 대목이 이채롭다.

 

숙취가 아직 덜 깨 宿醉未醒

간과 폐는 찢어질 듯 肝肺若裂

너 아니면 한밤중에 누가 이 술 깨게 하리 靡爾也五夜之?誰輟

사람 장수하게 하니 使人壽脩

요순의 덕 갖추었고 有帝堯大舜之德焉

사람 기운 맑게 하니 使人氣淸

백이 양진 덕이 있고 有伯夷楊震之德焉

사람 마음 편케 함은 使人心逸

이로 사호 덕이 있지 有二老四皓之德焉 _32쪽

 

이덕리의 《기다》는 국가 차원에서 차를 전매하여 차 무역으로 국부창출 방안을 피력한 독창적 저술이다. 정약용의 작품으로 잘못 알려져 있던 것을, 정민 교수가 다산의 제자인 이시헌의 집안에서 원문을 발견해 연구함으로써 바로잡았다. 서설적 성격의 글과 차 일반론, 차 무역론의 구상으로 이어지는 장대한 서사를 담았는데, 차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당시 상황에서 정확한 식견과 이해를 바탕으로 차 무역의 필요성을 제안한 것이 놀랍다.

 

중국이 만약 우리나라에 차가 있는 것을 알게 되면 반드시 공물로 차를 바칠 것을 요구할 테니 후대에 두고두고 폐단을 열게 될 것을 염려한다. 하지만 이는 어리석은 백성이 관리가 닦달하는 것이 두려워 고기가 있는 연못을 메우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제 만약 수백수천 근의 차를 실어다 천하로 하여금 우리나라에도 차가 있다는 것을 환히 알게 한다면, 남쪽과 북쪽의 장사꾼들이 온통 수레를 삐걱대고 말을 달려 동쪽으로 몰려들 것이다. _102쪽

 

정약용은 고질적인 체증을 앓았다. 그러다 만덕사 주지 아암 혜장에게 얻은 차로 체증을 다스릴 수 있었는데, 혜장에게 다시 차를 청하며 보낸 글이 〈걸명소〉이다. 상소문 형식을 빌려 장난스럽게 차를 구걸하는 형식으로, 차 문화의 중흥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 뜻깊은 글이다. 이를 기점으로 훗날 초의에게 이어지는 차 문화의 부흥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재치 있는 정약용의 문재(文才) 또한 엿볼 수 있다.

 

고해를 건너가는 나루는 苦海津梁

단나의 보시를 가장 무겁게 여긴다 最重檀那之施

이에 몸에 지닌 병이 있는지라 玆有采薪之疾

애오라지 차를 청하는 정을 편다오 聊伸乞茗之情

용단 봉단은 내부에서 귀하게 나눠줌을 이미 다했다네 龍團鳳團內府之珍頒已?

애타게 바람을 마땅히 헤아려 宜念渴希

아낌없이 은혜를 베풀어주길 바라오 毋?波惠 _156쪽

 

흥선대원군이 고려시대 절 가야사 접탑을 허물자 탑 속에서 700년 전 송나라 용단승설차 네 덩이를 발견하는데 〈기용단승설〉은 그에 관한 기록이다. 송나라 차가 세상에 출현하게 된 과정과 관련한 옛 기록을 두루 인용하여 차의 제조 연대와 탑에 봉안된 연유를 추정했다. 송나라와 고려의 음다 풍속에 대한 조선 학인(學人)의 치밀한 분석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고려의 승려 의천과 지공, 홍경과 여가의 무리가 앞뒤로 바다를 건너 도를 묻고 경전을 구하려고 송나라를 왕래한 것이 계속 이어졌으니, 문헌에 기록이 남아 있다. 이때 이들의 무리가 반드시 다투어 이름난 차를 구입해서 불사(佛事)에 바쳤고, 심지어 석탑 안에 넣어두기까지 했다. 700여 년이 지나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은 또한 기이하다 하겠다. 지금에 이르러 예림(藝林)의 훌륭한 감상거리가 되니, 어찌 신물(神物)이 이를 지켜 남몰래 나의 옛것 좋아하는 벽(癖)을 도우심이 아니겠는가? _432쪽

 

 

? 한국 차 문화사의 통사적 체계 완성

 

이 책은 작품마다 작가와 자료 소개를 한 뒤, 원문 및 풀이를 제시하고, 해설을 덧붙였다. 작가를 둘러싼 시대적 상황, 작품이 쓰이게 된 이유, 정교한 원문(原文) 풀이, 풍부한 해설이 유기적으로 흐르며 차 문화사 전반을 폭넓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번역과 원문을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사료로서의 가치 또한 높였다. 더불어 수많은 이본을 대조하고, 그 차이를 일일이 기록했다. 원작에 있던 잘못이나, 다른 이가 옮겨 쓰면서 생긴 오류 역시 빠짐없이 잡아냈다. 이 책이 본문과 대등하다 싶을 정도로 각주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책은 고려 이전의 음다 풍속이 조선에 들어와 어떻게 변화했는지, 조선 중기를 거치며 차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한국 차 문화의 정체성인 떡차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 다양한 차 문화의 변화와 흐름을 조망할 수 있게 한다. 차 관련 사료의 집대성을 통해 차 문화사 연구의 통사적 체계를 완성한 것이다.

 

 

?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다서 관련 사료

 

이 책에서는 두 가지 작품을 학계 최초로 소개한다. 바로 전승업의 〈다창위부(茶槍慰賦)〉와 조희룡의 〈허소치가 초의차를 선물한 데 감사하며〔謝許小癡贈草衣茶〕〉이다.

〈다창위부〉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전승업의 글이다. ‘다창(茶槍)’은 찻잎이 아직 펴지기 전 창처럼 돌돌 말린 상태, 즉 상등 품질의 가장 어린 찻잎을 말한다. 다창의 차가 주는 위로를 시로 노래한 것으로, 16세기 후반 차 문화를 상세히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허소치가 초의차를 선물한 데 감사하며〉는 19세기 서화가 조희룡의 작품이다. 소치 허련으로부터 초의선사가 만든 초의차를 선물 받고 감사의 뜻을 담아 친필로 써준 시첩 《철적도인시초(??道人詩?)》에 실려 있다(원본에는 제목이 없어 내용에 따라 이 책에서 제목을 붙였다). 예술적이고 유려한 표현력에서 차를 즐기던 당시의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더불어 1850년 7월 16일 추사 김정희가 초의가 만든 차편(茶片)을 허련에게 받은 후 보낸 감사 편지가 남아 있는데, 이를 종합적으로 볼 때 당시 허련이 초의차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발견은 한국 차 연구의 지평을 넓히기에 충분하다.

 

 

? 차 문화사 부흥의 초석이 될 기념비적 연구

 

오늘날 우리의 차 문화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것은 차 문화 정체성 확립에 소홀했던 탓이 크다. 거기에 외산(外産) 다도의 무분별한 유입과 피상적인 다도 퍼포먼스로의 치중으로 차 문화가 점차 대중에게서 멀어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상황에 울리는 일종의 경종이다.

차는 마시는 사람의 기호를 반영해 계속 진화하고 변화한다. 이 땅에서 오랫동안 우리 선조들이 차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식으로 만들고 마셔왔는지에 관련된 탐구는 계속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차학(茶學) 연구자와 전문인뿐 아니라 차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도 의미 있는 저작이다. 꼼꼼하게 분석ㆍ정리한 사료를 통해 후학의 연구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동시에, 우리 차 문화 전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 모음으로써 차를 예찬하고 즐기던 옛 지성인들의 정신을 올바르게 되살릴 수 있는 사유의 장을 마련한다.

한국 다서의 정본(正本)이라 할 수 있는 자료를 원문과 함께 제공하는 것은, 공통된 차 문화를 향유하는 중국과 일본의 차학 연구자들에게도 놀랄 만한 일이다. 《한국의 다서》가 오늘날 차 문화의 끝 모를 침체에 대한 새로운 혜안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