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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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동

천국이 내려오다

저자 김동영
브랜드 김영사
발행일 2019.12.02
정가 14,500원
ISBN 978-89-349-9974-4 03810
판형 130X200 mm
면수 248 쪽
도서상태 판매중

베스트셀러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김동영 작가 신작

전 세계 21개국, 31개의 도시에서 만난 천국 같은 순간들에 대하여

 

세밀한 감성 표현과 개성 넘치는 집필 스타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김동영 작가는 이번 책에서 20년 동안 전 세계를 다니며 만난 ‘천국’같이 아름답고 경이로운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김동영 작가는 전작들에서 특유의 날선 관찰력과 유니크한 감성 표현으로 독자들 사이에서 ‘생선작가’ 스타일을 구축하며 사랑을 받았다.

자신이 다녀왔던 수많은 여행지 중 31개의 도시를 추려 그 안에서 만난 천국 같은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겪은 일들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 어머니의 죽음 후 슬픔을 잊기 위해 찾은 발리의 우붓, 인정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떠난 인도의 바라나시 화장터, 10년 만에 다시 찾은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의 무대 미국의 95번 국도, 운명적인 사랑을 만났던 이탈리아의 로마, 끝없는 고독과 싸워야 했던 러시아의 올혼섬 등 상상을 초월하는 특별한 순간들이 마치 여러 단편을 엮은 듯 촘촘히 연결되어 완벽한 한 권으로 탄생했다. 또한 그 순간을 담은 장소의 사진과 지도도 직접 그려 넣어 읽는 이로 하여금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책 속에서

 

나는 그들이 시키는 대로 물에 머리를 세 번 담갔다 뺐다. 그들은 나의 모습을 보고 자신들이 믿는 신이 인정받은 기분이었는지 나를 둘러싸고 즐거워했다. 강물은 부드러웠고 적당히 시원했다. 강 밖으로 나오려는데 어떤 할머니가 다가와 주름진 손에 강물을 담아 내 머리에 세 번 흘려주었다. 할머니는 나지막한 기도도 빼놓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도 나에게 축복을 빌어 주며 말했다. “이제 너의 모든 죄가 씻겨 나갔어.”

_18페이지 <나는 다시 정화되었다 / 바라나시, 인도>

 

품에선 새끼 고양이가 고르렁거리며 안겨있었고, 소녀는 옆에서 밤하늘에 뜬 별들을 바라보며 익숙한 멜로디의 동요를 흥얼거렸다. 그리고 이 섬의 주인인 고양이들 모두 우리 주변에서 각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우릴 가만히 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우리가 고양이였다면 이들처럼 예뻐 보였을까?” 소녀는 “지금 우리도 예쁠 거 같아. 밤은 깜깜하니깐 모든 걸 가려주잖아”라고 말했다.

_87페이지 <우리도 저 고양이들처럼 예뻐 보였을까 / 마나베섬, 일본>

 

카페로 글을 쓰러 가는 도중이나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할 때 갑자기 문장이 다가왔다. 그건 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고 불어오는 바람이나 마음속에 나도 모르게 잊어버린 채 있던 것들이다. 그때 즉시 쓰기 시작한다. 마치 한숨을 내쉬는 것처럼 시원하게 써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페나 공원, 도시 여기저기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앉거나 서서 아니면 드러누워 자신들의 방식으로 뭔가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 이 도시 전체를 도서관이나 작업실처럼 보이게 했다.

_135페이지 <영감이 장맛비처럼 내리던 날들 / 포틀랜드, 미국>

 

다음 날 아침부터 나는 부지런히 집주인이 표시해준 장소들을 다녔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오래된 아파트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밥 딜런’이 살았던 전설의 장소였고, 또 지저분하고 낡은 카페여도 내게는 ‘비트 제너레이션’ 시인들이 매일 모여 자신들의 생각을 나눴던 곳이었기에 혼자 감탄했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며 어쩌면 그들이 앉았을지도 모르는 의자를 찾아 카페 안을 어슬렁거렸다. 나는 모든 의자에 앉아 보기도 하고 테이블을 쓰다듬기도 했다. 다른 누가 본다면 변태 같은 짓이라고 했을지도 모르지만 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들이 여기에 있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_155페이지 <그들이 거기에 있었고, 그 다음은 나였다 / 뉴욕, 미국>

 

“죽은 거 후회해?” 28살에 죽었을 때와 변함없는 얼굴을 가진 그를 보며 물었다. “누구나 죽어. 나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지만 살아 있었으면 더 괴로웠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더 이상 하고 싶은 일도 없었어.” 그는 헝클어진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대답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미련도, 기대도 없다면 오히려 아름다운 모습으로 죽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_162페이지 <우리가 만난 곳 / 파리, 프랑스>

 

온몸이 꽁꽁 얼어붙어 감각이 없었다. 자려고 얼굴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때 기차가 요란한 기적 소리를 냈다. 아무것도 없는 시베리아 벌판에 끝도 없이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까마득하게 들렸다. 우주선을 타고 광활한 우주 탐험을 하다 괘도를 이탈해서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져 결국 우주 미아가 된 막막한 기분이 어떤 건지 막연하게 알거 같았다. 모스크바에 도착할 때까지 매일 밤 한밤중에 울리는 기적소리를 기다렸다.

_182페이지 <광활한 우주로 향하는 소리 / 시베리아 횡단열차, 러시아>

 

몸까지 다 담그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한바탕 크게 웃어 젖혔다. 이가 부딪히는 소리에 골이 흔들리고 몸의 세포와 신경이 모두 깨어나는 것 같았다. (중략) 알몸인 채로 언 호수 바닥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으니 주변 사람들이 반야로 달리라고 외쳤다. 꽁꽁 언 몸에 뜨거운 물이 닿으니 몸이 간질거렸다. 반야 안에 가득 찬 뜨거운 수증기가 금세 몸을 녹여주었다. 그제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이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 꽁꽁 언 주민들이 하나둘씩 반야로 들어와 곧 반야 안은 벌거벗은 남자들로 꽉 찼다.

_202페이지 <얼어붙은 호수 위의 우리 / 올혼섬, 러시아>

 

오로라를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무런 징후 없는 까만 하늘에 오로라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작고 희미한 빛으로 시작해 물에 떨어져 번지는 한 방울 잉크처럼 점점 머리 위에서 퍼져가다 하늘하늘한 엄마의 여름 치맛자락처럼 아주 느리게 펄럭이며 낮게 공중에서 부유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하게 와인 잔이 살짝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가 언 공기 중에서 들렸다. 오로라를 보면서 나는 크게 숨도 쉬지 않았고 걸음도 조심스럽게 걸었다. 조금만 소리를 내면 주변의 모든 것이 깨져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_210페이지 <고요의 숲으로 / 로바니에미, 핀란드>

 

파랑 태양은 호수의 저편으로 완전히 사라졌지만 여전히 호수는 붉은색이었고 태양이 사라진 하늘은 짙은 파란색이었다. 피츠제럴드는 낮도, 그렇다고 밤도 아닌 이런 중간의 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 그리고 ‘블루 아워Blue Hour’라고 썼다. 아마 이런 하늘을 보고 그런 표현을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뱃사공이 팬티만 입고 강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내게도 들어오라 손짓했다. 나는 그의 부름에 홀린 것처럼 붉은 호수로 뛰어들었다. 물은 포근했고 발에 물풀들이 스쳤다. 기분이 오묘했다. 어떤 기분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만약 내가 죽는다면 여기로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_236페이지 <결국 내가 돌아가야 할 곳 / 시엠레아프, 캄보디아>

  • 김동영 (저자)

김동영이라는 이름보다 ‘생선’으로 더 많이 불린다. 중학교 때부터 신문 배달, 주방 보조, 자동차 정비 등 다양한 일을 전전했고 레이블 <마스터플랜>과 <문라이즈>에서 음반과 공연 기획, 뮤지션 델리스파이스와 이한철, 마이앤트메리, 더블유(W), 전자양, 재주소년, 스위트피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다. MBC와 KBS 라디오 <이소라의 오후의 발견> <최강희의 야간비행> <K의 즐거운 사생활(김태훈의 시대음감)> 등의 프로그램에서 작가로 활동했다. 그러면서 델리스파이스의 〈항상 엔진을 켜둘게〉를 비롯해 <복고풍 로맨스> <5월의 보이프렌드> <부에노스아이레스> 외 몇 곡의 노래를 공동 작사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나만 위로할 것』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당신이라는 안정제(공저)』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등을 썼다.

 

현재 창전동에서 고양이 ‘모리씨’와 개 ‘오로라’와 함께 누군가가 나타나길 기다리며 동네 골목에서 재활용품을 분류하며 쓸모있는 삶에 대해 고민하며 지내고 있다.

시작에 앞서

 

나는 다시 정화되었다 / 바라나시, 인도

그해 봄, 너의 품에서 잠들 때 / 야세, 일본

4,000개의 천국 / 시판돈, 라오스

오데사의 상인 / 오데사, 우크라이나

내 야생의 밤 / 시창, 중국

It's moon time / 신촌, 대한민국

바닷속 산책 / 보라카이, 필리핀

누워만 있다가 / 우붓, 발리

밤 바다에서 수영하기 / 퍼스, 호주

우리도 저 고양이들처럼 예뻐 보였을까 / 마나베섬, 일본

카페는 여전합니까 / 파리, 프랑스

지금은 전설이 된 우리의 로마를 위하여 / 로마,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한 잔만큼의 변화 / 포르투, 포르투갈

부드럽게 취한 밤 / 네르하, 스페인

인생은 재즈, 재즈 그리고 로맨스 / 교토, 일본

늙은 공산주의자의 두 손 / 양수오, 중국

영감이 장맛비처럼 내리던 날들 / 포틀랜드, 미국

우린 춤을 춰야 해 / 코팡안, 태국

엄마에게 안긴 것처럼 / 레이캬비크, 아이슬란드

그들이 거기에 있었고, 그 다음은 나였다 / 뉴욕, 미국

우리가 만난 곳 / 파리, 프랑스

안개 속에서만 보이는 것들 / 와이오밍, 미국

그 책들은 천국에 있습니까 / 창전동, 대한민국

광활한 우주로 향하는 소리 / 시베리아 횡단열차, 러시아

얼어붙은 호수 위의 우리 / 올혼섬, 러시아

고요의 숲으로 / 로바니에미, 핀란드

설산을 넘으며 / 레, 인도

비가 더 세게, 더 많이 내렸으면 좋겠어 / 포카라, 네팔

바람이 시작되는 곳 / 좀솜, 네팔

결국 내가 돌아가야 할 곳 / 시엠레아프, 캄보디아

다시 돌아간 95번 국도에서 / 네바다, 미국

 

끝나기 전에

 

생선 김동영 작가는 왜 떠나는 걸까?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면서 그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며,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작가는 20년 동안 수많은 세월을 낯선 길 위에서, 하늘 위에서 보냈다. 그는 살기 위해서 떠난다고 했다. 10년 전 처음 낯선 길로 떠날 때도 그랬다.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물질적으로 여유로워지고 싶었지만 바람과 달리 일자리에서 정리 해고되면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떠났고, 그는 낯선 풍경과 모르는 사람들 속으로 자신을 내던져버렸다. 그는 이병률 시인의 도움을 받아 230일간의 미국 횡단기를 첫 책으로 만들어냈고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여행 에세이 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작가는 ‘생선’이라는 필명을 쓴다. 그 의미는 결코 눈을 감지 않고 모든 것을 지켜보겠다는 일종의 각오다. 그 덕분일까. 작가의 여정에는 일이 많았다. 전쟁이 일어나거나 화산이 폭발하기도 하고, 쿠데타와 테러, 대홍수 같은 자연재해를 운명처럼 겪어야 했다. 혹자는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겪으니 행운이라고 말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불안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감당해야 하기에 그만큼 고통스럽다. 작가는 차고 넘칠 것 같은 고통의 순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글로 쏟아낸다. 사실 우리가 만나는 그의 모든 글은 그의 고통의 산물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보고 듣고 만나고 겪은 모든 낯선 일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의 글은 여러 번 곱씹고, 상상하며 즐길 때 더욱 깊은 맛이 난다. 차고 넘치는 감정 과잉의 시대, 자기애가 넘치는 글이나 깨달음을 주는 글은 잠시 미루고 작가가 자신의 시선과 기억으로 담담하게 풀어낸 글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

 

“그 도시와 내게로 천국이 내려왔다”

작가는 묻는다. “당신에게 천국 같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작가는 여행지에서 겪은 천국 같았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왜 하필 ‘천국’이냐고 묻자 “사람들은 천국을 떠올릴 때 아주 멀리 있고 우리가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로 생각하지만 사실 살아가면서 어떤 순간, 장소에서 격하게 행복하거나 눈물겹도록 감동적일 때 ‘정말 천국 같다’라는 말을 내뱉는다. 그 순간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작가에게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에게 천국은 낯선 도시의 후미진 골목에서 만난 고양이, 안개 속에서 만난 사슴 가족, 유럽의 낮은 담장에 흐드러지게 핀 장미, 중절모를 쓴 멋쟁이 노신사, 조르바를 닮은 카페의 웨이터, 어지럽혀진 창전동 집에서 종일 누워 있는 시간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영혼들을 만난 순간이었다. 그는 길 위의 새로운 풍경과 일상의 존재들을 통해 슬픔과 우울함을 떨칠 수 있었고 가족을 잃은 상실감을 채울 수 있었다. 그에게 천국은 ‘치유’였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을 다시 달리게 하고, 가족을 더 사랑하게 하고, 오늘을 버티게 하는 천국 같은 순간은 언제였느냐”고.

 

작가는 지독한 외로움과 싸우며 이 책을 썼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읽힐 때, 그 순간만큼은 천국이 되길 바라면서 그리고 언젠가 함께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손수 지도를 그려 넣는 정성도 발휘했다.

 

“지금 소금 사막에서, 연착된 기차를 기다리는 기차역에서, 대륙을 종단하는 지프에서, 만년설이 쌓인 산맥에서, 고대 도시에서, 모래바람만 부는 드넓은 평원에서 배낭의 무게를 느끼며 지치지 않고 걸어가는 당신과 입국 심사대의 긴 줄 안에서 설렘과 함께 지쳐있는 모든 여행자에게 행운을 빈다. 나는 지금 거기에 속해있지 않고 천국 같은 내 집에 누워있다. 여기가 내게는 여행지이고, 여기가 나의 천국이다. 당신들도 당신들의 천국을 만나길 바라본다.”

 

작가의 바람이 부디 닿길 바라며, 이 책을 읽는 많은 분들에게 천국이 내려오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