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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B급 며느리 생활

저자 김진영
브랜드 김영사
발행일 2019.08.28
정가 13,800원
ISBN 978-89-349-9864-8 03810
판형 130X188 mm
면수 260 쪽
도서상태 판매중
종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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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화제의 독립영화 <B급 며느리>의 주인공 김진영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영화감독인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진영은 시어머니와 사사건건 부딪치며 결혼생활을 연명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며느리이다. 그런 그녀가, 이제 조금은 특별해졌다. 시어머니를 향해, 세상을 향해 할 말을 하면서부터이다. 그녀는 많은 것들이 참기 힘들다. 동등하지 못한 관계들, 결혼을 하면서 갑자기 가족 서열의 가장 밑으로 들어가야 하는 현실, 도리들이 그렇다. 세상의 며느리들은 뭘 그렇게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을까?

 

영화를 본 사람이나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고부 갈등이나 읊조리겠군!’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역할에 매몰되지 않고 그 존재 자체로 소중하며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뒷이야기를 담았다. 아슬아슬, 불편한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는 며느리 혹은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가슴에 비수를 품듯, 이 책을 소중히 품지 않을까.

 

 

책 속에서

 

나도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안부 전화도 드려보고, 시부모님께 편지도 써 보고, 수수하다고 하는 옷을 입어보기도 하고, 눈 딱 감고 열심히 모아온 내 ‘예쁜 쓰레기들’을 버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도대체 무엇이, 왜 변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나의 변화는 그렇게 의미 없는 겉핥기만 반복됐다.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려보면서 어떻게 변해볼까 궁리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나의 의문은 더 커졌다.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결혼했는데 왜 나를 지키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거지? 정작 나는 행복하지 않은데 내가 무엇을 찾아내야 하는 거지? 결혼을 통한 행복이란 왜 그토록 꽁꽁 숨겨져 있는 걸까?’

_‘시작하며’ 중에서

 

“어머니, 며느리는 손님이에요. 제 남편이 저희 집에 가면 그렇듯이 저는 아드님보다 멀고 어려운 존재입니다. 어머님 댁에서 설거지 같은 건 제가 호의로 해드릴 수는 있지만 저한테 하라 마라 하실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나를 보시던 시부모님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화가 났다기보다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며느리는 ‘손님’이라고 말한 것은, 거한 대우나 대접을 받고 왕처럼 시댁에 군림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손님이 집에 방문했을 때 주인이 ‘남의 집’이라는 장소에 와서 낯설고 조심스러워하는 손님을 배려하여 편안히 지내게 해주려는 것처럼 며느리에게도 그저 손님 대하듯 배려하고 조심스러워야 함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_‘며느리는 손님입니다’ 중에서

 

“나는 내 결혼생활도, 원래의 내 모습도 지키면서 살고 싶다고!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거야!” 눈물과 콧물이 마구 흘러 뒤범벅이 되었다. 엉엉 우는 내 앞에 앉아 호빈도 따라 울었다. 그 이후 호빈의 태도가 처음으로 단호해졌다. 호빈은 홀로 부모님을 뵈러 대전에 갔다. “우리가 이혼하는 걸 바라는 게 아니시면 저희 좀 내버려두세요.” 아들 부부의 문제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셨는지 시부모님은 정말로 호빈의 요구를 들어주셨다. 결혼 후 5년 만에 처음으로 2주마다 한 번씩 터지던 시부모님과의 충돌이 사라졌다.

_‘STOP & GO’ 중에서

 

우스갯소리 반 체념 반을 섞어 기혼여성들이 남편을 큰아들 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은 여자들 사이에서는 ‘남편은 남의 편’이란 말만큼이나 상투적인 표현이다. 싸워도 보고, 불만도 표 시해보고, 잔소리 할 만큼 해본 인생 선배들은 ‘남자는 별수 없더라, 그래도 돈 벌어다 주니 그게 어디야’ 하면서 주어진 삶을 감지덕지하고 사는 것 같다. 그 대가로 남자들은 무엇을 잃었을까…? 부부 간에 당연히 있어야 할 존중과 한때 따뜻하게 상대를 바라보게 하던 열정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_‘누군가의 아들과 결혼한 여자들’ 중에서

 

 

마음 한편에는 한평생 며느리의 삶을 인내하고 살아오신 어머니가 며느리로 인해 그녀가 살아온 삶을 부정당한다는 사실이 안쓰럽다고 느끼는 듯했다. 일견 남편들의 입장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솔직히 나도 우리 엄마가 살아오신 삶에 대한 안쓰러움이 있다. 나 같은 며느리 때문에 우리 엄마가 마음고생을 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삶을 통해 수혜를 누린 이들은 그 남편과 자식들이다. 아들이 엄마의 인생이 안타깝다고 느꼈다면 보상을 해야 할 사람도 그 자신이다. 만약 며느리로부터 보상을 받는 것이 순리라면 딸만 있어 며느리를 볼 일이 없는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은 누가 달래줘야 하냔 말이다.

_‘남편들아, 아내에게 부탁을 해라’ 중에서

 
  • 김진영 (저자)

2012년 고시공부를 그만두고(그래서 백수였던) 방황하던 중 덜컥 임신을 하고 영화감독 지망생인(그래서 마찬가지로 백수였던) 호빈과 결혼을 했다. 다들 우려했던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시어른들에게 열심히 대들고 말았다. 남편 호빈이 그런 ‘이상한 아내’를 <B급 며느리>라는 영화로 만들어 온 세상에 공개하는 바람에 지금은 알 만한 사람은 알고 있는 ‘B급 며느리’가 되었다. 며느리가 되기 위해 자신을 포기하지 말자는 신념을 실천함으로써 맘 편히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인형도 모으고, 8살 먹은 아들도 키우면서 나름대로 시부모님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시작하며

 

1장 어머니, 저를 전적으로 놓으셔야 합니다.

 

CALLING

그저 잘 해주려고 한 것뿐인데

어른들의 표현방법

며느리는 손님입니다

선씨 집안의 해준이

김치 전쟁

STOP & GO

 

 

2장 남편은 대체 시댁에서 뭘 배운 거야?

 

누군가의 아들과 결혼한 여자들

진영이한테 물어볼게

호빈스플레인

왜 싸우면 너만 나가는 거니?

남편들아, 아내에게 부탁을 해라

제사: 죽은 사람은 언제 귀신이 되는가

고래와 새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우리는 모두 자기편이다

칠 대 삼

선씨 집안과 김씨 집안

 

 

3장 오빠 부모님에게는 오빠가 효도해!

 

효도가 셀프인 이유

‘낳을 의무’와 ‘길러준 은혜’

아들과 딸

잃은 것과 얻은 것

과연 중간이 있었을까

미래의 나의 며느리에게

안 싸우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마치며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결혼을 선택한 모든 여성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독립영화 <B급 며느리>의 관람 후기다. “저런 독한 며느리가 우리 집에 들어오지 않아야 할 텐데”, “저런 시어머니랑 어떻게 살아”, “암 걸릴 거 같다”, “저 며느리 별나네”라는 평이 꼬리를 문다. 후기의 중심인물이자 문제적 며느리로 불리는 진영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보통의 여성이다. 그런 그녀가 결혼을 하면서 ‘이상하고 특이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녀는 억울하다. 그리고 결혼 후 달라진 모든 상황이 낯설고 외롭다. 가장 힘든 것은 나보다 가족을 위하고 그것으로 인생의 의미를 찾으라는 강요다. 결혼 후 더 나은 나로, 행복한 나로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버리고 ‘우리’로 살라고 한다. 다 그렇게 산다고, 그러니 너도 그렇게 살라고. 그것이 A급 며느리가 되는 길이라고. 그러나 진영은 살기 위해 ‘B급 며느리’의 삶을 선택했다. 끊임없이 소통하길 요구했고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아픈 곳은 건들지 말라고 목청껏 외쳤다. 이 책은 진영의 그간의 목소리다. 읽으면 읽을수록 한구석이 아프고 통쾌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걸 어떻게 겪고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진영은 나를 찾는 과정이었다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얘기한다.

 

 

“며느리 아닌데요, 김진영인데요”

나를 지키며 살 수 있다면, ‘B급’으로 살아도 괜찮아

 

고분고분한 며느리를 원하는 것은 시어머니만의 소원이 아니다. 남편을 포함해 시댁의 모든 구성원들, 나아가 한국사회는 며느리가 궂은일들을 묵묵히 참아내며 불편한 내색 없이 주어진 몫을 해내기를 원한다. 단지 시어머니는 ‘도리’라 칭하는 그 ‘의무’의 대변인이 되어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사람일 뿐이다. 고부갈등은 새로이 가족으로 엮인 모든 사람이 노력해야 하는 문제다. 단지 두 여성의 유치한 기 싸움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다들 그러고 살았어도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해주자고 누구든 나서서 말해야 한다. 무모해보였던 진영의 발버둥이 읽으면 읽을수록 슬기롭다고 느껴진다. 이 책은 시댁이나 남편에 대한 성토가 아닌 대한민국의 평범한 기혼여성이 어떻게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한 가지는 누구나 그 역할에 존재가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존재 자체가 존재 자체로 인정받는 것, 그 노력의 시간 동안 서로 상처를 주고받고 또 누군가는 비난받더라도 이 노력이 옳다고 믿는 것 그것이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A급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미래의 내 며느리를 며느리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며느리는 여성이 가진 수많은 역할 중 하나일 뿐이다. 그녀는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딸이고, 살가운 친구일 테고, 나에게는 나의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일 뿐이다. 나는 그녀를 그녀의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으로 부를 것이다. 누구도 역할에 그 존재가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여성들이 ‘며느리’라는 역할 뒤에 자신을 억누르고 살지 않기를 바란다.

_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