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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법, 세상의 ‘자아 없음’을 말하다

인식이란 무엇인가

저자 신용국
브랜드 김영사
발행일 2019.06.25
정가 28,000원
ISBN 978-89-349-9614-9 03220
판형 152X225 mm
면수 603 쪽
도서상태 판매중
종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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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한 권으로 읽는 연기법緣起法의 모든 것

불교의 핵심인 연기법을 입체적·종합적으로 탐구한 책

 

붓다의 가르침의 정수이자 21세기 대안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연기론에 관한 가장 입체적인 접근과 해석! 올바른 ‘인식’이란 ‘나와 세상이 지금 지각된다’가 아니라 ‘나와 세상은 지금 서로 의존하여 연기緣起한다’라고 철저하게 아는 것이다.

동서양 철학 및 아비담마·유식唯識·여래장如來藏·중관中觀 등 불교 여러 학파와의 비교, 힌두교·도교 등 붓다의 가르침과 혼동되고 있는 유사 개념과의 정밀한 대조, 양자역학·뇌과학·생물학적 인식론 등 최신 학문과의 상호 점검을 통해 연기법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과 바른 이해로 독자를 이끈다. 다양하고 철저한 논증을 통해 ‘인식’에 대한 개념적 전환을 요구하며 나아가 공생의 세상을 도모하는 사회적 실천의 길을 제시한다.

 

 

책 속에서

 

연기법은 현상의 자아 없음을 말한다. 자아 없음은 현상에서 ‘작용(존재값)을 작용하는 자(존재)가 없다’는 뜻이다. (…)

‘작용하는 자 없는 작용’은 필연적으로 ‘인식자 없는 인식’의 문제로 이어진다. 인식은 모든 개념과 행위에 선행하는 작용이고 삶은 개념과 행위의 총합이기에, ‘인식자 없는 인식’의 문제는 삶의 실상을 규명하는 본질적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인식자 없는 인식’의 문제를 가늠하려면 우선 기존의 ‘인식자 있는 인식’이라는 관념부터 폐기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처음 대하는 낯선 문제처럼 인식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인식자 없는 인식’이 어떤 것인지를 올바르게 살펴볼 수 있다. (6쪽)

 

비결정론의 세상은 ‘결정되어 있는 세상’이 아니라 ‘형성 중인 세상’입니다. 세상이 형성 중이라는 것은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의존하여 함께 형성 중’이라는 뜻입니다. 붓다의 연기법은 ‘관계의존적 형성 중의 세상’을 설명한 가르침입니다.

‘관계의존적 형성의 세상’에서 ‘자체로 결정되어 있는 것(존재)’은 없습니다. 있는 것은 ‘관계에 의존하여 형성 중인 것(연기법緣起法)’이며, 따라서 관계의존적 형성 중의 세상(연기법계)에서 인식하는 것, 인식되는 것은 ‘존재’가 아니라 ‘연기’입니다. (16쪽)

 

“이것이 일어나니 저것이 일어난다.” 이는 붓다가 연생緣生하는 현상을 설명하신 말씀이다. 이 말씀의 뜻을 분명히 이해하려면 이것, 저것에 육경, 육근을 대입한 다음 위 법문과 비교하여보면 된다. 육경(육근)의 현상이 생겨나는 것일까? 아니다. 현상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육경(육근)의 현상이 존재한다는 존재론적 분별이 생겨난다. 즉 이것이 여기에 존재한다는 분별, 저것이 저기에 존재한다는 분별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것이 사라지니 저것이 사라진다.” 이는 붓다가 연멸緣滅하는 현상을 설명하신 말씀이다. 육경(육근)의 현상이 사라지는 것일까? 아니다. 현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육경(육근)의 현상이 존재한다는 존재론적 분별이 사라지는 것이다. 즉 이것이 여기에 존재한다는 분별, 저것이 저기에 존재한다는 분별이 사라지는 것이다. (91쪽)

 

붓다는 땅, 물, 불, 바람, 태양, 달도 없고 공간도 없고 식識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것(무無)도 없는 세계를 말하며 이를 ‘괴로움의 종식’이라고 설명하신다. 유有(존재)도 없고 유의 무無도 없고 공간도 없는 세계는? 연기법계, 즉 ’형성 중의 세계‘다.

‘형성 중의 세계’에는 ‘결정된 것(결정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없다. 땅, 물, 불, 바람, 태양, 달로 결정된 것이 없고, 공간으로 결정된 것이 없고, 의식으로 결정된 것이 없고, 무無로 결정된 것이 없다. 결정된 것이 없는 까닭은 ‘형성 중의 세계’에는 ‘형성 중인 것’만 있기 때문이다. (124~125쪽)

 

관계의존성의 세상은 ‘모든 이들에 의해 형성되는 모든 이들의 세상’이다. 즉 세상은 각자의 세상이면서 또한 모든 이들의 세상인 것이다. 당연히, 생명은 하나의 절대 세상에서 다른 생명들과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세상에서 다른 생명들의 세상과 접촉한다. 즉 모든 생명은 각자의 세계상世界相으로서 서로에게 접촉하는 것이다. (291~292쪽)

 

사람들은 불교를 ‘마음의 종교’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평가다. 불교는 마음을 구하는 종교가 아니다. 불교는 파사破邪의 수행으로 진실의 현정顯正을 구하는 종교다. 더구나 불교에는 마음이라는 것이 아예 없다. 그러므로 불교를 마음의 종교라고 말하는 세상의 평가는 교정되는 것이 마땅하다. (385쪽)

 

등불이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라면 어둠도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어야 한다. 비추는 등불이 존재하려면 비추어지는 어둠도 존재하여야 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비추고 있는 등불에는 어둠이 없다. 등불 자체에도 없고 비춤에도 없다. 비추어지고 있는 어둠이 없다면 비추는 등불도 없다. 비추어지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비추는 것이 존재하겠는가?

등불이 켜지더라도 어둠을 밝히지 못한다. 켜지는 등불은 비추는 등불이 아니라 켜지는 등불이기에 비추는 등불이 되지 못한다. 더구나 켜지는 등불은 ‘어둠에 대對하여 켜지는 것’이기에 어둠에 도달하는(비추는) 등불이 될 수 없다. 어둠에 도달하지 못한 등불은 비추지 못한다. (376~377쪽)

 

연기법의 수행은 수습修習하는(닦고 배우는) 수행이다. 존재(형이하학적 존재)나 비존재(형이상학적 존재)를 증득하는 수행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는 잘못된 오염을 청소함으로써 자신을 청정하게 하는 바른 지혜(반야)를 배우는 수행이다. (449쪽)

 

붓다의 연기법은 망상으로 이끄는 병든 인식을 바르고 온전한 인식으로 치료하는 치료법이다. 사람들은 평범함(무상의 존재)을 초월한 비범함(불생불멸의 경지)에 대한 기대와 환상으로 붓다의 법을 배우려 한다. 그러나 붓다의 법에서 초월적 성취는 없다. 붓다의 법은 병을 치유하는 법이지 초월적 도道를 구하는 법이 아니다. 붓다가 팔정도로 말씀하신 수행은 우리들 누구도 예외 없이 쌓아 왔던 유전적이고 관습적인 ‘생명의 습성(오온)과 그로 인한 질병(탐진치의 오취온)’을 치유하는 수행이다. 병이 없는 것이 열반이라는 법문은 이런 뜻을 말씀하신 것이다. (477~478쪽)

 

세상의 갖가지 학문적 이론들이 자본적?물질적 문명의 문제를 풀기 위해 공생의 필요성을 주창主唱하지만 공생의 실존적 타당성은 여전히 모색 중이다. 세계의 지성들이 견인하는 유기체 철학은 그런 모색의 과정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불교에는 자신과 남을 함께 이롭게 하고 함께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공생共生의 존재양식이 이미 붓다의 가르침으로 전승되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 가르침은 실존의 존재성에 바탕한다. 바로 무자아의 관계의존성이다. 당신이 그런 존재성(관계의존성)이기에 그런 존재양식(공생)으로 살아야 한다는 이치만큼 실존적·실천적인 이론을 다른 어디에서 구할 수 있겠는가? (591~592쪽)

 

 

  • 신용국 (저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의 답을 붓다의 연기법緣起法에서 찾았다. 출가보다는 스스로 공부하는 길을 택했고, 무엇보다도 삶의 길을 찾는 사람들과 연기법을 공유하고 싶었다. 오랜 시간 연기법을 현실의 세상에 실천적으로 접목하는 방법을 모색하며 글을 써왔다. 연기법이 세상을 이끄는 실질적 지식과 지혜로 받아들여진다면 세상의 문제들도 대부분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저서로 《인드라망의 세계》(2003), 《실천불교》(2003), 《연기법, 우주의 진실》(2004), 《연기론, 인식의 혁명》(2009)이 있다.

차례

 

들어가는 말

책의 개요

 

1부. 존재에 대한 연기론

1. 붓다를 이해하기

2. 붓다의 연기법, 용어 해설

3. 연기론

4. 존재론의 철학적 고찰

7. 무자아

8. 중도의 연기법

10. 인과

11. 중도

 

2부. 붓다가 설하신 연기법문

12. 《금강경》, 실상과 허상

13. 육육연기

14. 오온연기

15. 십이연기

16. 생사론

17. 《반야심경》, 색즉시공 공즉시색

 

3부. 불교의 이해

18. 불교, 힌두교, 도교

19. 불교의 부파, 아비담마와 유식, 그리고 중관

20. 불교와 마음

21. 경전의 이해

22. 철학 1. 실재론 vs 비실재론(연기론)

 

4부. 수행의 연기법

23. 파사破邪: 무명을 비우는 수행

24. 사띠 수행법

25. 현정顯正: 연기를 보다

26. 철학 2. 인간의 조건

 

5부. 세상에 대한 연기론

27. 인식과 현상

28. 불확정성의 세계와 네트워크 영역체제의 뇌신경망

29. 뇌과학

30. 인식의 메커니즘

31. 인식의 실제

32. 나와 세상

33. 연기론의 사회학

34. 연기법의 의의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나는 무엇이고 현실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붓다의 연기법에서 답을 찾다

 

• 불교의 핵심인 연기법을 입체적·종합적으로 탐구한 책

 

붓다의 가르침의 정수이자 21세기 대안 패러다임으로 조명 받는 ‘연기법緣起法’의 모든 것을 한 권으로 집약했다. 주제별로 5개의 부, 34개의 장으로 나누고, 424개의 소제목 아래 연기법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전제로 입체적인 접근과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1부에서는 연기법을 바르게 이해하는 데 필요한 용어와 개념들을 소개하고, 2부에서는 붓다가 설법한 오온연기?육육연기?십이연기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3부에서는 힌두교?도교 등 불교 교리와 자주 혼동되는 유사 개념들을 바로잡고 아비담마·유식唯識·여래장如來藏·중관中觀 등 불교 부파들의 이론을 비교·대조하는데, 기존의 어느 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다채로운 분석과 도표를 통한 깔끔한 정리가 백미이다. 4부에서는 연기법 수행의 의의와 실제 방법을 설명하며, 5부에서는 인지생물학?뇌과학?양자역학 등의 최신 과학 이론을 연기론과 비교·점검함으로써 현재까지 인류의 지성이 다다른 최첨단 연구가 결국 연기법과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상세하게 밝힌다. 다방면에 걸친 풍부한 인용과 날카로운 논점으로, 붓다의 연기법을 실질적 지혜로 확립하려는 치열한 탐구가 돋보이는 역작이다.

 

• 왜 연기법緣起法을 알아야 하는가?

 

나는 무엇인가? 삶의 의의는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느 시대, 어떤 사람도 피해갈 수 없는 이 물음에 대해 저자가 제시하는 근본 해법은 붓다의 ‘연기법緣起法’이다.

 

“연기는 깊고 심오하게 현현한다. 아난다여, 이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꿰뚫어 보지 못하면, 이와 같이 뭇 삶들은 실타래에 묶인 것과 같이, 문자풀에 엉킨 것과 같이 괴로운 곳, 나쁜 곳, 비참한 윤회를 벗어날 수 없다.” _《디가 니까야》 〈대인연경〉

 

저자는 연기법을 바르게 아는 것이 나와 세상의 인과因果를 아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붓다의 “이것이 일어나니 저것이 일어나고, 저것이 사라지니 이것이 사라진다”라는 유명한 연기법 설법은 알쏭달쏭한 말장난이 아니며, 그 의미를 바르게 살펴 이해하면 나와 세상의 실상을 밝히는 설명이라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서로 의존하여 형성되고 서로 의존하여 소멸한다는 사실을 철저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근본적인 괴로움이 종식된다고 안내한다.

 

• 왜 인식의 본질부터 살펴봐야 하는가?

 

연기법의 핵심 메시지는 ‘자아 없음[無自我]’이다. ‘자아 없음’을 이해하려면, ‘인식cognition’이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저자가 책의 제목을 《인식이란 무엇인가》라고 정한 이유이다. 인식을 알아야 ‘연기緣起’를 알 수 있고, 연기를 알면 ‘자아 없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연기법은 현상의 자아 없음을 말한다. ‘자아 없음’은 ‘작용(존재값)을 현상하는 자(존재)가 없다’는 뜻이다. 작용하는 자 없는 작용’은 필연적으로 ‘인식자 없는 인식’의 문제로 이어진다. 인식은 모든 개념과 행위에 선행하는 작용이고 삶은 개념과 행위의 총합이기에, ‘인식자 없는 인식’의 문제는 삶의 실상을 규명하는 본질적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인식자 없는 인식’의 문제를 가늠하려면 우선 기존의 ‘인식자 있는 인식’이라는 관념부터 폐기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처음 대하는 낯선 문제처럼 인식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인식자 없는 인식’이 어떤 것인지를 올바르게 살펴볼 수 있다. _들어가는 말 중에서

 

즉, 인식이란 무엇인가, 그 본질부터 바르게 살펴볼 때 붓다가 가르친 연기법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탁견이다. 연기법을 다루는 대부분의 책들이 불교 경전과 교리부터 설명하려 드는 것에 비해, 저자는 그러한 모든 알음알이를 가능케 하는 ‘인식’ 자체에 먼저 초점을 맞추어 인식자와 인식대상, 인식행위의 본질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는 방식을 선보인다. 관습적으로 사용되던 무아無我 등 기존의 불교 용어들의 의미를 되짚고 다른 용어로 대체함으로써, 말 그대로 ‘연기법’ 자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시도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를 통해 도달하는 올바른 ‘인식’이란 ‘나와 세상이 지금 지각된다’가 아니라 ‘나와 세상은 지금 서로 의존하여 형성된다(연기한다)’라고 철저하게 아는 것이다. 인식이 연기임을 현실적으로 실감하려면, 세상이 연기한 법이라는 사실부터 이해하여야 한다. 세상이 연기한 상相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면 ‘지각하는 자’라고 생각했던 자신 역시 ‘연기한 상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비교와 대조를 통해 드러낸 연기법緣起法의 참뜻

 

간혹 연기법을 다룬 책들은 있었다. 하지만 불교의 여러 학파마다 조금씩 다르게 해석해왔던 연기론을 서로 비교하여 그 뜻을 정밀하게 드러내고, 나아가 세상의 여러 종교와 철학, 그리고 과학까지 한데 엮어 다채롭게 연기론을 분석한 것으로는 이 책이 단연 독보적이다. 혼동하기 쉬운 개념들을 간결한 도표와 그림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했고, 때로는 구체적인 예시로, 때로는 경전과 여러 논서들로, 때로는 과학적인 연구와 발견을 통해 연기법의 오묘한 세계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면서 현실 속의 연기법이 본래 어떠한가를 재검토한다.

 

유기체론과 연기론의 세계관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유기체 우주론을 지원하는 대표적 물리 이론으로 양자론을 꼽을 수 있다. 대상의 관측값은 관측(관측자)에 의존한다는 양자론의 관점은 현상의 관계의존성을 말하는 연기론과 다르지 않다. (…)

외부에 연동하여 형성되고 기능하는 영역계의 존재값은 관계의존적 값이다. 현상하는 존재값이 독립된 값(자아가 있는 값)이 아니라 관계의존적 값(자아가 없는 값)이라는 점에서 유기체론과 연기론은 ‘비결정론적 세계관’으로 분류된다. 세상의 모든 값이 자아 없는 관계의존성이기에 세상은 관계의존적으로 예측될 수밖에 없는 비결정론의 세계인 것이다. (115쪽)

 

연기론은 시대의 철학자들이 제창하는 유기체론에 공감한다. 유기체 세계에서 변화를 이끄는 것은 환경(자연)과 생명의 상의성이다. (…) 개체주의의 진화론은 필연적으로 개체 중심의 패러다임, 즉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세계관으로 귀결한다. 지금의 세상이 보여주는 자원독점, 물질만능, 자본지상주의와 같은 가치관들은 전적으로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 세계관의 파생물로 보아야 할 것들이다. 붓다는 고苦를 없애려면 무명을 멸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현대 문명의 고를 제거하려면 망상의 패러다임을 멸하고 실상實狀의 패러다임을 모색하여야 한다. (592쪽)

 

뇌과학 및 양자론과 연기론의 연관성을 찾으려는 근래의 시도에 대해서도, 막연하게 유사성만 논하지 않고 인식의 대상과 개념, 의미 등의 개별 항목으로 구체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존재론이 인식을 ‘외부에 실재하는 존재의 지각’으로, 뇌과학이 인식을 ‘외부에 실재하는 존재의 표상表象’으로 정의하지만, 연기론은 인식을 ‘무자아의 인연에서 생성’되는 것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인식’이 ‘지각知覺’이 아님을 책 전반에 걸쳐 주의 깊게 설명하는데, 이를 통해 인지과학과 뇌과학의 연구를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현대불교를 크게 남방 상좌부계열의 아비담마, 반야계열의 중관, 북방 대승계열의 유식唯識 및 여래장如來藏의 세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불교라는 이름으로 통칭, 혼용되고 있으나 각자의 교리에 들어가면 서로에 대해 확연히 다른 연기법 해석을 주장한다. 혼용된 것에서 바른 해석을 드러내려면 우선 이들 세 갈래 불교의 교리가 서로에 대해서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아비담마는 연기를 설하기 위해 구경법의 실재를, 유식 및 여래장은 연기를 설하기 위해 식識(불성佛性)의 실재를 전제한다. 중관은 연기를 설하기 위해 어떤 실재도 전제하지 않는다. (357쪽)

 

인식의 본질과 연기법에 대한 탐구는 결국 4부 니까야부터 중론과 금강경 그리고 반야심경까지, 초기불교의 사띠 수행부터 간화선의 ‘이 뭣고’ 수행법까지, 사성제와 팔정도 등 불교의 핵심을 두루 관통하는 흥미로운 여정을 선보인다. 불교 교리와 혼동하기 쉬운 도교 및 힌두교의 유사 개념에 대해서도 도표와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낱낱이 차이를 밝힌다. 읽기에 부담 없는 짧은 글들로 이어진 책의 흐름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복잡하게만 보였던 불교의 수많은 개념들이 어느새 가지런하게 재배열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세상에 불을 밝히는 연기법緣起法

 

자본과 물질을 구가하는 현대는 적자생존의 패러다임이 지배한다. ‘의존적 형성’의 실상을 알지 못하고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무명으로 아등바등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당면한 분쟁과 윤리의 문제를 풀어낼 길은 묘연하다. 저자는 혼란한 시대를 인도할 지혜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자 오랜 시간 공부를 했고, 그 실천적 해법으로 다시 붓다의 연기법을 제시한다.

 

“연기법의 도 닦음에 대하여 붓다는 자신의 이익과 남의 이익 둘 다를 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와 남은 자아상과 세계상의 가명假名이니, 붓다의 말씀은 자아상과 세계상의 이익 둘 다를 위한 도 닦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자아상을 위한 도 닦음은 자신의 탐진치 습성을 청소하는 종교적 수행이지만, 세계상을 위한 도 닦음은 공생共生의 세상을 도모하는 사회적 실천이다.” (601쪽)

 

이 책은 불교를 넘어서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연기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의존적 형성의 세상에서 제각기 살아나갈 방법을 꾀하는 것은 어리석은 망상일 뿐이며, 삶을 진실로 의미 있게 하는 것은 공생을 향한 의식과 실천”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존재와 세계의 실상을 밝혀 공존의 상생과 조화를 가르친 연기법이 세상의 법이 될 때, 세상의 모든 문제는 대부분 치유될 수 있음을 밝힌다.

 

저자는 연기법의 진면목을 한 권으로 정리하기 위해 오랜 세월 심혈을 기울였다. 불교의 본질을 되짚는 네 권의 책을 낸 후에도 끊임없이 탐구하고 스스로 파사현정破邪顯正, 논지를 재정비하여 마침내 이 책을 선보인다. 저자의 논점을 따라 독자가 함께 논쟁하고 논증할 수 있는 흥미로운 지적 여정을 선사하는 책이다.

 

추천사

 

몇 해 전, 신용국 선생이 쓴 《연기론, 인식의 혁명》을 읽고 무릎을 친 적이 있다. 인식자와 인식대상이 서로 의지하며 동시에 형성된다는 연기법에 숨은 의미를 처음 체득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서부터 나의 불교 공부가 시작됐다. 이 책 《인식이란 무엇인가》는 초기 경전, 아비담마, 유식, 나가르주나, 혜능 등 불교의 다양한 가지를 훑고 양자물리학, 인지생물학, 뇌과학 등의 학계 최근 연구 성과를 아우르며 연기법을 재검토하고 있다. 논쟁적이고 흥미로운 지적 여정이다.

_김연수(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