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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 사회 그리고 두 생물학

플라이룸

저자 김우재
브랜드 김영사
발행일 2018.12.12
정가 14,800원
ISBN 978-89-349-8436-8 03470
판형 148X215 mm
면수 308 쪽
도서상태 판매중

생물학의 모든 전통은 지저분하고 좁은 초파리 실험실에서 만난다!

‘초파리’를, ‘과학’을, ‘과학과 사회’를 넓고 깊은 눈으로 보게 하는 책

 

썩어가는 음식 냄새가 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초파리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해충 취급을 받지만 생물학자에게는 그 학명의 뜻(이슬을 사랑하는 동물)처럼 아름다운 존재다. 유전학의 대표적인 모델생물일 뿐 아니라 진화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의 중개자 역할을 해오며 두 생물학의 전통을 모두 잉태하고 숙성시켜 다양한 생물학의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초파리의 이런 매력에 빠져 전 세계적인 기초과학의 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초파리 유전학자의 길을 걷는 과학자가 있다. 자신의 조그만 실험실에서 세계 최고의 연구소까지 경험한 저자 김우재는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와 그 학문의 역사를 소개하고, 과학과 사회의 공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초파리’를, ‘과학’을, ‘과학과 사회’를 보다 넓고 깊은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책 속에서

 

뉴스에선 언제나—그것도 과학을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대단한 과학자의 논문과 발견만이 보도되고, 노벨상이 발표되는 10월이 되어야 대중은 간혹, 그것도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가 누구인지 정도만 과학에 관심을 갖는 세상에서, 보통 과학자의 평범한 연구가 주목을 받을 일은 없다. 이 세상 과학자의 99%가 보통 과학자일 텐데도,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은 거의 없다. 누군가는 그런 과학자의 이야기를 써도 될 것이다. 과학자 공동체도, 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다루는 인문학자들도 모두 과학의 영웅들의 이야기로 과학의 이미지를 채워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평범한 과학자의 이야기를 해도 될 것이다. _10~11쪽

 

이 책은 독자에게 친절하지 않다. 최대한 전문적인 용어를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를 소개하려면, 어쩔 수 없이 직접 원서를 소개하고 그 내용을 풀어야 했다. 대중서와 잡지를 소개하는 일도 있겠지만, 대부분 직접 논문을 소개하거나 어려운 용어의 경우에도 꼭 필요하지 않다 싶으면 독자가 직접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게 만들려고 했다. 구글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특히 영어로 된 웹페이지의 임계다양성은, 이미 극한에 이르렀다. 원하는 모든 이야기를 그곳에서 찾을 수 있다. 책 안에 머물지 말고, 랩톱이든 스마트폰이든, 함께 들고 읽어주길 바란다. 그러다 책을 버리고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게 되거든, 거기 머물며 공부하길 바란다. 그것이 이 책을 진지하게 읽을 극소수의 독자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다. 그리고 꼭, 그 공부를 자신의 현장과, 또 사회와 연결시켜주기를 바란다. _16쪽

 

자넬리아에서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초대된 손님 모두에겐 20달러가 든 카드가 지급되는데, 컨퍼런스 기간 동안 맥주를 사 마시라고 공짜로 주는 돈이다. 더 재미있는 건, 자넬리아에선 고급 원두커피가 1년 내내 무료로 제공된다는 사실이다. 커피는 사람들을 모으고, 대화를 유도한다. 맥주도 마찬가지다. 물리적 공간이 협업을 유도하듯이, 아주 작은 장치가 엉뚱한 공동연구를 촉발할 수 있다. _24~25쪽

 

연구 주제가 의학적 응용에 가깝고 질병치료제나 줄기세포처럼 자본이 과도하게 투입된 분야의 연구자들은 아예 폐쇄적인 환경에서의 연구를 자랑처럼 이야기하는 게 현실이다. 즉, 자신의 연구가 인류의 숙원을 풀 너무나도 중요한 연구이기 때문에, 그 연구가 완결되기 전까지는 연구의 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는 논리다. 어불성설이다. 결국 그 연구의 이익은 인류가 아니라 연구자 개인과 연구비를 투자한 기업에게만 돌아가게 된다. _41쪽

 

왜 기초과학을 지원해야 할까? 그건 기초과학이 국가의 입장에선 생명보험의 성격을 지닌 분야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곧 죽을 것이라 생각해서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은 없다. 보험은 혹시 모를 재난에 대비하는 예방의 성격을 지닌다. 기초과학으로 창출된, 단기적으로는 쓸모없어 보이는 지식은, 향후 혁신기술의 자양분이 되기도 하며, 다양한 지식과 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일종의 지식창고 역할을 한다. _52쪽

 

한국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과학연구비가 정부에서 출연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결국 과학자들이 자신의 목줄을 정부에 내놓고 정부의 순한 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싶어도, 연구비를 지원해줄 수 있는 기관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존재하는 기업의 자금도 상금이나 학교기부 등의 형태로 과학에 흘러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과학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연구비의 형태로 지원되는 제3섹터의 자금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_75쪽

 

과학자는 반드시 사회와의 연결점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위대했을 과학자 막스 델브뤼크의 말처럼, “과학자들은 세상으로부터 은거하기 위해 그의 작업보다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없으며, 세상과 연결되기 위해서도 또한 그렇다.” _88쪽

 

파리방은 매우 좁아서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지저분했으며 외부로부터 격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좁아터진 공간 속에서 현대의 유전학과 진화생물학의 근대적 종합, 나아가 분자생물학의 기초가 되는 모든 연구들이 탄생했다. _96쪽

 

전쟁에 나가는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총이다. 파리방 사람들에게 총과 같은 무기는 바로 깃털과 붓이다. 이산화탄소가 아래에서 새어 나오는 하얀 유리판 위에 초파리를 기절시켜두고, 파리방 사람들은 조심스레 깃털로 초파리들을 모으고, 붓으로 원하는 유전형을 골라낸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지만, 적어도 파리방 사람들에게 칼보다 강하고 중요한 것은 부드러운 하얀 깃털과 붓이다. 파리방에 입문하는 초심자들에게 선임자들이 의식을 행하듯 성스럽게 깃털과 붓을 선물하는 이유다. _100쪽

 

아직도 LMD에 관해 첫 랩미팅을 발표하던 날이 기억난다. 실험실에 들어가 1년 동안 하던 연구는 이미 박살이 나 있었고, 다른 동료들은 모두 신경세포의 수상돌기 모양을 관찰하던 시기에, 수컷의 교미시간을 발표하는 것은 엉뚱한 일이었음에 분명하다. 여전히 기억하고 또 실험실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경험을 거기서 했다. 동료들과 유넝은 발표 내내 정말 진지하게 경청하고 질문했으며, 잘 모르는 분야지만 어떻게 연구가 나아갈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바로 그날이었다. 행동유전학자로 살아도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 _138쪽

 

초파리 유전학에는 기초과학이라는 이유보다 조금은 더 특별한 묘미가 있다. 초파리 유전학은 생물학이 다루는 대부분의 영역을 연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다. 생태학에서 발생학과 질병연구까지, 초파리는 다른 모델생물들보다 조금 우위에 서 있다. 초파리를 연구하는 이들은 정말 초파리를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 사실이다. 초파리를 사랑하지 않고, 초파리 연구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생쥐를 싫어해도 생쥐를 연구하는 사람은 많다. _168쪽

 

나치의 인종청소, 미국의 이민법 등에 적용된 우생학에 대한 오해는 심각해서, 대부분의 비과학자 지식인들은 20세기 초반,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이 우생학자이기도 했다는 사실과, 심지어 조선의 독립운동가들 중 상당수가 우생학 운동에 긍정적이었다는 시대적 상황을 간과하고 우생학 운동을 현대적 관점의 전지적 시점으로 단죄하려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유전적 형질이 사람을 차별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생학 운동을 무조건 나쁘게만 인식한다거나 과학자가 과학을 사회에 적용하려는 모든 시도를 제어하려는 시도는 과학과 사회 모두에 좋은 선택이 아니다. _241~242쪽

 

나에겐 아직 아주 소박한 꿈이 있다. 동물들이 어떻게 시간을 인지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다. 그런 연구가 초파리로 가능할 것 같다. 이런 연구에 조금이라도 연구비가 지원되길 바란다. 그리고 나를 믿고 찾아오는 많은 학생들에게 과학자의 꿈이 가진 진정성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교육하고 싶다. 그렇게 실험실이 계속될 수 있다면, 진사회성 곤충들이 이룬 이 거대한 초유기체의 내부를 유전학적 도구들로 들여다보고 싶다. 아주 조금이라도 그 내부에 놓인 법칙을 알아낼 수 있다면, 평생 과학자로 살아간 보람이 있겠다. _298쪽

 

 

  • 김우재 (저자)

초파리 유전학자. 어린 시절부터 꿀벌이나 개미 등 사회성 곤충에 관심이 많았다.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 동물행동학을 연구하고자 했으나 한국에선 개미나 꿀벌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공을 바꿔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에서 분자바이러스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후연구원으로 미국에서 초파리 행동유전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초파리 행동유전학의 창시자인 시모어 벤저의 제자 유넝 잔에게 사사했으며, 현재 캐나다 오타와대학교에서 사회적 행동의 분자적 기제와 신경회로를 연구하고 있다.

본업인 행동유전학 연구에 매진하고 싶지만, 가끔 한국사회의 과학이 부패한 권력과 영혼 없는 관료사회에 유린당할 때, 혹은 박정희식 경제발전 패러다임을 벗어나 건강하게 자리잡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 있을 때 글을 써서 의견을 낸다. 저서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 《과학하고 앉아 있네 9-김우재의 초파리 사생활 엿보기》(이상 공저) 등이 있다.

과학자로서 평생을 걸고 마지막으로 이루어야 할 목표를 위해 다른 삶을 준비 중이다. 여전히, 초파리로 세계정복을 꿈꾸고 있다.

 

차례

머리말

 

1장 사회: 기초과학의 지표, 초파리

자넬리아 팜

자넬리아의 철학

게리 루빈의 초파리

초파리의 도덕

미치광이 부자의 실수

한국에서 기초과학은 가능한가

제3섹터의 과학

솔베이에서 저커버그까지

록펠러와 도브잔스키

청계, 미르 그리고 IBS

생쥐라는 독점종

 

2장 과학: 초파리, 시간의 유전학

분자에서 행동으로

파리방의 아침

엔트로피를 막는 염색체

섹스 그리고 펩타이드

교미시간

다시 벤저의 유전자로

코노프카의 시계

경쟁자와 배우자

도킨스와 꿀벌

게임과 마약, 시간의 유전학

자넬리아와 다른 길

진화생물학과의 조우

한국의 초파리 학자들

학풍, 과학의 스타일

 

3장 역사: 초파리, 생물학의 두 날개

다윈과 로마네스

베이트슨, 라마르크, 생리학

베르나르, 실험생물학의 탄생

모건과 도브잔스키

실험실과 자연

골트슈미트, 발생학과 희망의 괴물

멀러, 방사선과 인류의 진화

우생학 그리고 유전학자 선언

박테리오파지에서 초파리로

화이부동의 과학

죽지 않는 동물

 

꼬리말

후주

출판사 리뷰

 

생물학은 초파리의 두 날개로 난다!

 

초파리의 붉은 겹눈을 통해 들여다보는

과학, 과학과 사회, 두 생물학의 역사

 

“국내 과학 서적은 외국의 유명한 과학자들의 삶이나 이론을 소개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과학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얘기들은 사실 잘 꾸며진 동화 이상이 아니다. 기존 과학책에서 어딘가 부족함을 느꼈다면, 이 책을 정독하라.“ _홍성욱(과학기술학자,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나는 아직까지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를 과학사의 맥락에서 이렇게 명쾌하게 연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한국의 과학자와 과학애호가들이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 마땅한 책이다.” _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썩어가는 음식 냄새가 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초파리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해충 취급을 받지만 생물학자에게는 그 학명의 뜻(이슬을 사랑하는 동물)처럼 아름다운 존재다. 유전학의 대표적인 모델생물일 뿐 아니라 진화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의 중개자 역할을 해오며 두 생물학의 전통을 모두 잉태하고 숙성시켜 다양한 생물학의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초파리의 이런 매력에 빠져 전 세계적인 기초과학의 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초파리 유전학자의 길을 걷는 과학자가 있다. 자신의 조그만 실험실부터 세계 최고의 연구소까지 경험한 저자 김우재 박사는 이 책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와 그 학문의 역사를 소개하고, 과학과 사회의 공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 치열한 사고와 한국 과학계를 향한 진심, 고민의 흔적을 저자는 그동안 자신의 블로그(heterosis.net)를 비롯해 <한겨레> <사이언스타임즈>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남겼고, 독자들과 나누어왔다. 이 책은 저자의 첫 번째 단독 저서로, 자신의 연구 주제와는 동떨어진 해외 유명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 스스로 경험했고 또 공부했던 이야기들을 담았다. 과학을 쉽게 소개하는 것만이 독자를 위한 배려는 아닐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이 어렵다면, 그건 내가 독자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과학이 중요하다는 의미 없는 구호는 이제 그만하고

과학이 처한 현실과 과학자를 보자“

기초과학의 위기를 살아가는 과학자의 붉은 눈에 비친 세상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사회: 기초과학의 지표, 초파리’에서는 초파리 유전학을 신경과학의 최전선에 올려놓은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본다. 미국의 한 부자가 남긴 돈이 흘러들어가 초파리 유전학자들에겐 천국이 된 미국의 자넬리아 연구소에서 초파리 유전학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 역사를 면밀히 관찰해보면, 이런 해피엔딩이 지속가능하고 다른 국가에도 적용 가능한 모델인지 고민하게 된다. 초파리 유전학은 무섭도록 빠르게 전진 중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초파리 유전학은 기초과학의 운명에 의문을 던진다. 기초과학을 왜 지원해야 할까? 기초과학은 어떤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획득할 수 있을까? 초파리 유전학은 이 질문들에 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른다. 1장에서 우리는 정부 주도의 기초과학 증진이 지닌 근본적인 한계, 시장도 정부도 아닌 제3섹터의 과학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초파리는 5분을 어떻게 계산하는가”

초파리의 교미시간에 숨어 있는 생체시계의 비밀

 

2장 ‘과학: 초파리, 시간의 유전학’에서는 저자의 연구인 초파리의 교미시간 연구를 중심으로 초파리 행동유전학의 ‘현재’를 살펴본다. 초파리는 신경회로와 행동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가장 효과적인 모델생물이다. 공격성의 신경생물학적 원리는 무엇인가? 감정은 어떻게 조절되고, 기억은 어떤 방식으로 저장되는가? 이런 질문들이 초파리 행동유전학을 통해 풀리고 있다. 그리고 ‘시간지각’, 즉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뜨거운 화두인 ‘동물이 시간을 인지하고 추정하는 능력’의 비밀 또한 초파리 연구를 통해 풀릴지 모른다. 초파리의 교미시간은 겨우 20여 분인데 경쟁자의 존재는 교미시간을 약 5분 길게 만들고, 교미 경험은 교미시간을 5분 짧게 만든다. 5분, 초파리의 뇌는 이 5분을 어떻게 계산하는가. 사소해 보이는 이 연구는 인간의 뇌는 도대체 어떻게 짧은 시간을 인지하고 계산하는가 하는 물음을 푸는 데 단초가 될지 모른다. 저자는 분자생물학자로 훈련받았던 8년의 경험과, 이후 행동유전학자로 연구했던 10년의 경험, 더불어 대학생 시절부터 교양 수준과 조금은 전문적인 수준까지 읽어왔던 진화생물학의 이론들을 모두 하나로 녹여내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해외 유명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 스스로 경험했고 또 공부했던 현장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독자를 초파리 연구가 이루어지는 실험실 현장으로 초대한다.

 

“생물학은 하나가 아니다”

초파리 유전학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진화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의 흥미로운 역사

 

3장 ‘역사: 초파리, 생물학의 두 날개’는 두 생물학, 진화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의 긴장관계와 상호작용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초파리라는 유전학의 모델생물은 이 두 생물학의 중계자 역할을 해왔으며, 특히 유전학이라는 학문을 중심으로 두 생물학 전통을 모두 잉태하고 숙성시켜 다양한 생물학의 시대를 열었다. 두 생물학을 지탱하는 연구 프로그램과 지침서, 문화와 스타일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그 둘은 마치 이중나선의 양 가닥처럼 상호보완적이다. 두 생물학은 같은 질문에 대한 각각 다른 원인, 즉 궁극인(Ultimate causation)과 근접인(Proximate causation)을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초파리는 왜 빛을 향해 날아갈까?'라는 질문에 '빛을 향해 날아가는 형질이 초파리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답은 궁극인적/진화론적 형태다. 반면 '초파리의 눈에 존재하는 빛 수용체로부터 뇌에 전해진 신경자극이 초파리가 빛을 향해 날아가게 만든다'라는 답은 근접인적/생리학적 형태다. 생리학/분자생물학의 역사와 철학적 배경, 진화생물학과의 관계를 아는 일은 생물학의 균형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초파리를 통해 기초과학의 ‘미래’와 초파리 유전학의 ‘현재’, 우리가 몰랐던 생물학의 ‘역사’를 두루 아우르는 이 책은 ‘초파리’를, ‘과학’을, ‘과학과 사회’를 보다 넓고 깊은 눈으로 보게 해줄 것이다. 

 

추천의 말

 

국내 과학 서적은 외국의 유명한 과학자들의 삶이나 이론을 소개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과학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얘기들은 사실 잘 꾸며진 동화 이상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 김우재 교수는 자신의 초파리 연구와 그 연구가 이루어지는 실험실 현장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초파리 연구 현장은 화려하거나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학 실험실의 초파리 연구는, 한편으로는 생쥐 연구에 의해, 다른 한편으로는 거대 자본이 지원하는 초파리 연구에 의해 위협받는다. 이런 변화 속에서 저자는 과학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고 과학과 사회의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사고하고 실천한다. 기존의 과학 서적에서 어딘가 부족함을 느꼈다면, 이 책을 정독하라. _홍성욱 (과학기술학자,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실험실에서 직접 초파리를 다루는 과학자가 진화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이라는 두 전통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처절한 이야기를 담았다. 나는 아직까지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를 과학사의 맥락에서 이렇게 명쾌하게 연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스스로 무정부주의자라고 일컫는 초파리 유전학자 김우재의 글을 읽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 그만큼 그는 진심을 담았다. 한국의 과학자와 과학애호가들이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 마땅한 책이다. _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