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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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위한21가지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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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희 에세이

세상은 내가 이상하다고 한다

저자 홍승희
브랜드 김영사
발행일 2018.05.17
정가 15,000원
ISBN 978-89-349-8162-6 03810
판형 128X188 mm
면수 308 쪽
도서상태 판매예정

권력 풍자 퍼포먼스와 그라피티, 비독점 다자연애, 영페미니스트…

경계를 뒤흔드는 거리 예술가 홍승희의 신작

당신에게 의미를 부여할 권위는 오직 당신에게만 있다!

 

자신의 삶이 세상에 의해 제멋대로 편집되지 않기 위해 쓰고 그리는 거리 예술가 홍승희의 신작 에세이. 홍승희는 국가권력을 풍자하는 그라피티를 그리고 세월호 애도 퍼포먼스를 하며 영페미니스트의 대표주자로서 대학에서 성별 이분법을 비판하는 강연을 하는 등 말마다 활동마다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의 발언과 활동은 최선의 윤리가 있다고 강요하는 세상에서 자기 자신으로 숨 쉬기 위한 노력이다.

신작에는 정해진 길보다 기꺼이 불확실하고 무한한 세계를 선택하는 홍승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상이 정해주는 역할극을 거부하며 고민을 멈추지 않는 저자의 일상과 내면, 권력 풍자 그라피티와 퍼포먼스 이후 겪은 일들을 담았다. 〈인간식물〉 〈까꿍〉 〈흐물흐물〉 등 직접 그린 12점의 유화는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책 속에서

 

이력과 결과, 성취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노동에만 집중하고 싶은 마음은 엉뚱한 아집일까. 내가 아직 프로페셔널한 정신이 부족한 걸까.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순간순간의 텅 빈 느낌으로만 살아가고 싶은 열망은 바보 같은 걸까. 모두가 각자의 위치를 경쟁하고 자신을 상품으로 만들지 않고서도 영감을 공유하는 오늘은 불가능할까.

_19쪽, 〈양배추 삶아 먹고 산다〉

 

나는 오늘도 눈물을 흘렸고, 앞으로도 말하다가 울고 웃다가 울 거다. 울면 어떻고 아프면 어떤가. 병들고 늙고 약한 것을 고치는 게 아니라 그것의 온전함을 아는 각성이 필요하다. 눈물은 무능이 아니라 열린 감각의 증거다.

_80쪽, 〈눈물의 모양〉

 

미세먼지가 건물 사이사이를 빼곡히 채운 오늘이다. 흰색 페인트로 덧칠한 높은 건물에서 나와 딱딱한 아스팔트 위를 발바닥에 붙은 고무창에 의지해 바쁘게 지나다니는 걸음을 보면서 사람들이 지나치게 강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면 아픈 속살을 가리려고 색색의 겉옷을 입는 것인지도. 왜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을까. 아파야 정상일 법한 세상에서 사람들의 나약함을 건드리고 싶다.

_88~89쪽, 〈추락〉

 

원인과 결과가 뚜렷하게 존재하는 듯, 삶에 뚜렷한 단계와 매뉴얼이 있는 듯 확신하는 목소리에게 권위를 주지 말자. 차라리 판단 없이 들어주는 사물들에게 말을 걸자고 생각했다. ‘기존 언어로 타인과 삶을 함부로 규정지으려는 접근에 응하지 않을 거다.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해서 안다는 듯 말하는 똑같은 말들 속에서 뛰쳐나올 거다.’

_112쪽, 〈별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정직한 무지가 서로를 가깝게 한다. 우리에겐 더 많은 언어가 아니라 더 많은 무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나는 당신을 모른다는 무지. 나는 나를 모르듯 당신을 모른다. 삶이 뭔지 세상이 뭔지 몰라서 여기저기 걸어 다닌다.

_152쪽, 〈당신을 모른다〉

 

그와 나를 짓누르는 건 단지 분동 200킬로그램과 적은 최저임금,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는 일터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원래 현실이 그런걸.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어”에서 멈추는 말들이다. 일상에서, 일터에서 사람들을 짓누르는 잔인한 말들. 그 말들에 찌그러지지 않고 다시 웃는 그에게 고맙다.

_175쪽, 〈바늘의 무게〉

 

모든 사람이 예술가인 세상을 꿈꿨는데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모두가 아무 이름이 아니어도 되길 바란다. 그래야 아무거나 하거나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 데나 걸어 다니거나 아무 곳도 안 갈 수 있으니까.

_236쪽, 〈예술이 뭐라고 정치가 뭐라고〉 

 

 

  • 홍승희 (저자)

금기를 없애자고 말하면서 금기를 욕망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주장하면서 아무거나 하고 있으며 별로 살고 싶지 않다고 쓰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 특별해지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려고 애쓴다. 특별함으로 포장된 차별과 편견에 속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일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지만 정답을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광장과 거리에서 퍼포먼스하고 흐물흐물한 몸과 허술한 세상을 쓰고 그린다.

저서로 《붉은 선》 《대한민국 페미니스트의 고백》(공저)이 있다. 오마이뉴스에 ‘여자교도소 르포’, 여성주의저널 일다에 ‘치마 속 페미니즘’을 연재했고, 한겨레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brownieee9@gmail.com

soundcloud.com/kaliart

차례

 

들어가며

 

1. 서툰 채식주의자

양배추 삶아 먹고 산다

서툰 채식주의자

무질서한 너와 나

다리 밑에서

그런데 아파도 돼

중얼거리는 싸움

텅 빈 웃음

말할 수 없는 것들

열렬하게 절망하다

 

2. 검은 위로

어떤 하루

눈물의 모양

불 꺼진 방에서 촛불을 켠다

추락

별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3. 당신을 모른다

커리의 얼굴

당신을 모른다

어떤 일기장

군복 입은 사람의 시

당신이 너그럽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겐 당신을 찬성할 자격이 없습니다

바늘의 무게

인간이 된 괴물들

집단자살

농담

 

4. 독방을 부수며

불법이 된 풀잎, 괴물이 된 사람들

걸어 다니는 캔버스

나는 아직도 환호성 같은 비명을 지르고 싶다

스크린 유령

익명의 말들

당신을 모험죄로 체포합니다

예술이 뭐라고 정치가 뭐라고

독방을 부수며

여자교도소에서

 

참고도서

 

출판사 리뷰

 

1.

권력 풍자 퍼포먼스와 그라피티,

비독점 다자연애, 영페미니스트…

경계를 뒤흔드는 거리 예술가 홍승희의 신작

 

자신의 삶이 세상에 의해 제멋대로 편집되지 않기 위해 쓰고 그리는 거리 예술가 홍승희의 신작 에세이. 홍승희는 국가권력을 풍자하는 그라피티를 그리고 세월호 애도 퍼포먼스를 하며 영페미니스트의 대표주자로서 대학에서 성별 이분법을 비판하는 강연을 하는 등 말마다 활동마다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의 발언과 활동은 최선의 윤리가 있다고 강요하는 세상에서 자기 자신으로 숨 쉬기 위한 노력이다.

신작에는 정해진 길보다 기꺼이 불확실하고 무한한 세계를 선택하는 홍승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상이 정해주는 역할극을 거부하며 고민을 멈추지 않는 저자의 일상과 내면, 권력 풍자 그라피티와 퍼포먼스 이후 겪은 일들을 담았다. 〈인간식물〉 〈까꿍〉 〈흐물흐물〉 등 직접 그린 12점의 유화는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2.

사회의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지 않는 바깥 풍경

세상이 탈락시킨 의미를 발견하다

 

당신을 모른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비춰지는 어떤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은 수백, 수천 명의 팔로우와 ‘좋아요’를 받는다. 행복해 보이는 감각적인 사진과 글들은 개성과 특별함으로 여겨진다. 반면 성과 없는 일상은 지루해 보이고 연약함과 눈물은 재빨리 극복해야 할 것이다. 또 다수와 다른 방법을 말하면 이상하고 삐딱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홍승희는 생각한다. 특별함을 가장한 차별과 편견에 속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특별함과 비참함을 함부로 가르는 세상을 거부해야 한다고. 특별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너와 나는 당연하게도 다르고,

매일매일 달라지는 별과 햇빛의 농도처럼

너는 어제 알던 네가 아니다.

기준을 잡고 싶어서 공부하다 보면 기준이 사라져버리고,

기준을 붙잡으려던 나까지 사라져버리게 되는 서늘한 순간을 선물 받는다.

나라는 장벽이 무너지고 타자의 얼굴이 보인다.

 

삶의 표정은 너무 풍부해서

어떤 언어로 해석하든 해석될 수 있고,

어떤 의미 부여든 가능해서 누군가 의미를 독점하기도 쉽다.”

 

_〈말할 수 없는 것들〉에서

 

이 책은 사회의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지 않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세상이 탈락시킨 의미를 발견하는 이야기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고 그렇기에 삶의 모습은 무한대로 다양하다. 홍승희는 힘주어 말한다. “나는 당신을 안다고 말할 자격도, 찬성하거나 반대할 자격도 없다. 누구나 그렇다, 그래야만 한다.”(171쪽)

 

흔들리지만 자유롭게, 삐딱하지만 아름답게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되고 저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은 과연 누가 세웠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벽에도 그리는데 몸에 그림을 새기는 건 왜 안 되는 걸까? 너무나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있는데 왜 연애관계의 형태는 한정적이어야 하지? 저자는 몸에 타투를 새기고 독점 연애관계를 비판하며 홍승희답게 삐딱하지만 자유롭게 살아간다.

 

“타투는 내 몸이 존엄을 외치는 방식이다.

몸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은 규격화되지 않은 몸의 자부심이다.

납작한 표준보다 낙인찍힌 몸이 낫다.

 

최근에는 귀밑에 작은 아가미를 새겼다. 깊은 물에서 유영하기 위한 준비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몸에도 그림이 많아지고 있다.

검은 잉크를 먹은 캔버스 같은 몸들과 거리를 쏘다닌다.

규격화된 몸이 지배하는 거리에 균열을 보태고 싶다.

깨끗한 몸 말고, 더러워서 고유한 몸으로.”

_〈걸어 다니는 캔버스〉에서

 

3.

자기서사의 편집권

나는 왜 쓰고 그리는가

 

그렇다고 저자가 항상 당당하기만 한 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건 때로는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내야 하는 일이다. 이 정도는 갖추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회적 기준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지 않기로 결심해야 한다. 저자 역시 고개를 90도로 들어야 꼭대기가 보이는 아파트 사이를 지날 때, 제도권 전시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사람들의 충고를 들을 때, 사회적 발언과 활동에 편견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때 위축되고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저자에게는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쓰고 그릴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내가 나의 서사를 쓰지 않으면

읽히고, 납작해지고, 분류되어버린다는 걸 안다.

 

쓰는 건 싸움이고 실존이다.

 

내 서사의 편집권,

이 연약한 무기 하나로 생을 건널 수 있을 것 같다.”

 

_〈어떤 일기장〉에서

 

이 책에는 정해진 길보다 기꺼이 불확실하고 무한한 세계를 선택하는 홍승희의 서사가 솔직하게 담겨 있다. 제도권 교육에 흥미를 잃어 일찍 학교를 벗어난 친구 가피, 인도의 명상하는 사두, 복잡한 사연을 안고 있는 여자교도소의 수용자들, 함께 살고 있는 단짝 타투이스트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피어난 서사이기도 하다. 양배추 삶아 먹으며 서툴게 채식을 실천하고 서울 한복판의 작은 방에서 반려견 커리와 살고 있는 일상은 흔들리지만 자유롭게, 삐딱하지만 아름답게 이어진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고유함을 망각하지 않으려 애쓰고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써 내려간 이야기는 나다울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