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혜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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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 김영사 |
발행일 | 2018.02.09 |
정가 | 16,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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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49-8059-9 13590 |
판형 | 180X240 mm |
면수 | 260 쪽 |
도서상태 | 판매중 |
아내표 집밥의 정석
주부들에게 남의 집 구경과 옆집 밥상 구경만큼 재미난 것이 또 있을까. 집밥에는 그 집만의 사연이 담겨 있어 같은 메뉴도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 <밥을 지어요>는 이재명 시장 집의 삼시세끼 밥상 풍경을 담았다. 아내 김혜경은 한장한장 정성스레 작성한 레시피를 펼치듯 그녀만의 맛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치인의 아내라고 해서 특별하고 거창한 상을 차리는 건 아니다. 늘 먹는 밥이지만 먹을 사람을 생각하며 정성을 더하다 보면 조금 더 특별해진다고.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은 메뉴, 친정엄마에게 배운 요리, 남편의 보양을 위해 차린 메뉴, 타지에 나간 아들들을 위해 싸다주는 도시락, 직접 만드는 천연 조미료... 요리 수업에서 배운 메뉴부터 27년간의 결혼 생활을 통해 개발한 메뉴까지, 66품의 집밥 레시피를 담았다. 모두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탄생한 것이다.
영양 듬뿍 담은 제철 재료, 간단한 레시피, 직접 만든 천연 조미료는 저자가 요리를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식이다. 이 기본 공식에 먹을 사람의 사랑이 첨가되면 비로소 든든하고 맛있는 요리가 완성된다.
매일 먹는 집밥뿐만 아니라 주방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은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오래된 손때 묻은 물건에는 요리에 얽힌 추억과 사연들이 소록소록 묻어있고, 도구나 그릇을 활용해 센스를 더하는 살림 노하우는 감각적이다. 여기에 27년만에 털어놓는 가족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까지 읽다 보면 어느덧 잘 차려진 밥상을 마주한 느낌이 들 것이다.
책 속에서
가스오븐 위에 놓인 낡은냄비들에도 추억이 있다. 결혼할 때 엄마가 주신 것들이기 때문이다. 시집가는 딸을 위해 살림살이를 장만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우리 엄마도 예외가 아니셨다. 맏이이자 외동딸인 나를 위해 냄비 세트, 도자기 세트며 얼마나 살림살이 준비를 많이 하셨던지 따로 주방 살림을 사지 않아도 결혼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나이 쉰을 넘긴 딸이건만 지금도 걱정만 하시는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p.44
중요한 손님이 오시는 날이면 음식과 함께꽃을 준비한다. 계절은 물론 요리의 색과 잘 어울리는 컬러의 꽃을 준비한 뒤 작은 유리병이나 화병에 꽂아 접시 사이에 놓으면 식탁이 한결 멋스러워진다. 꽃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그린 소재를 이용해 장식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여름 식탁에는 청량감을 줄 수 있어 잘 어울린다. 반대로 가을이나 겨울에는 말린 꽃을 이용하면 색다른 느낌을 낼 수 있다.
p.50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요리에도 융통성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없으면 없는 대로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남는 재료로 없는 재료를 대체해가며 나만의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세월에 따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유연해 지듯 나의 음식도 유연함을 갖게 된 것이다. 좋게 말하면 도전정신일 테고 속된 말로 하면 ‘식재료 돌려막기’쯤 되겠다. 어느덧 한 가지 재료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내는 여유와 편안함이 생겼다. 계절이 바뀌면 시장에서 신선하고 질 좋은 제철 식재료를 양껏 장만해 다양한 음식을 만들곤 한다. 뭐든 해보려는 시도가 철마다 우리집 밥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온 건 분명하다.
p.58
혼밥을 차리기 위해 일부러 장을 볼 필요까지는 없다. 사실 장을 보고 나면 너무 피곤해져서 밥상을 차릴 기력도 없다. 집에있는 재료와 늘 쟁여두는 밑반찬만으로도충분히 근사한 나만의 밥상을 차릴 수 있다. 냉장고 속에 늘 있기 마련인 갖가지 자투리 채소를 한 입 크기로 썰어서 오동통한 우동사리를 넣고 고소한 기름에 함께볶으면 훌륭한 일품요리가 된다. 냉장고 한켠에 놓인 명란젓의 알을 발라내 밥에올리고 참기름을 쓰윽 둘러 비벼 먹어도 좋다. 여기에 잘 익은 아보카도가 있다면 껍질과 씨를 제거한 뒤 슬라이스해서 올리면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요리가 된다.
p.84
밥상 차리기는 종합예술에 가깝다.먼저 계절, 날씨,가족의 건강 상태와 취향, 근래의식단, 냉장고 속의 재고 상태까지 고려한 뒤 치밀한 전략하에 통찰력을 갖고 오늘의 식단을구상
한다. 여기에다 시장에 나온 식재료의 종류와 상태, 가격과 주머니 사정이라는 변수까지 조합해 순발력 있게 결단을 내린다. 다음은 확보한 재료를 가지고 요리 솜씨를 발휘하는 실전에 돌입한다. 이때 승부를 가르는 것이 바로 시간이다. 음식 조리는 마치 시간예술인 무대 위의 연주와 같다. 차가운 것은 더욱 차게, 뜨거운 것은 더욱 뜨겁게, 바삭한 것은 먹기 직전에… 제각각으로 흐르는 시간을 잘 조절해가며 맛을 극대화시키는 비법들을 구현해낸다. 재료들을 지휘해서 한 곡의 교향악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힘든 여정 끝에 비로소 한 끼의 밥상이 탄생한다.
p.92
아버님의 제삿날과 남편의 생일날은 매년 나란히 온다. 아버님 제사를 지내느라 늦은 밤까지 바쁘게 일하고 나면, 다음 날인 남편 생일은 뒷전이기 일쑤다. 게다가 전날 마련한 제사 음식이 충분히 남아 있으니 미역국에 떡잡채, 때때로 갈비구이를 준비해 전날 음식과 함께 차려 내는 게 그를 위한 생일상의 전부였다. 조금은 미안한 마음에 미역국이라도 특별히 끓여보자 싶어 만든 것이 성게미역국이다. 성게알 넣고 보글보글 끓인 성게미역국을 남편은 쇠고기를 넣은 미역국 보다 더 좋아한다. 시원한 국물을 남편이 후루룩 마시다시피 한 그릇 비우고 나면 그를 위해 무언가 작은 선물 하나를 더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해진다.
p.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