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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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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

저자 김봉현
브랜드 김영사
발행일 2017.10.16
정가 16,000원
ISBN 978-89-349-7920-3 03670
판형 130X190 mm
면수 472 쪽
도서상태 판매예정
종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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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도끼 ·더콰이엇 ·빈지노 ·팔로알토 ·제리케이 ·스윙스

허클베리피 ·산이 ·딥플로우 ·JJK ·타이거JK ·MC메타

 

최고가 만들어낸 최고의 것, 그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 12인이 말하는 “내 힙합의 모든 것”

 

힙합. 삶의 태도이자 방식으로서의 힙합.

그 멋과 맛, 무대와 일상, 베테랑의 작법과 영감의 원천들.

그리고 예술과 비즈니스 사이에서 독보적인 길을 낸 아티스트들의 이야기.

힙합, 그 밑바닥까지 파고든 유일무이한 인터뷰.

 

책 속에서

 

‘제3의 눈’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불교에서 말하는 제3의 눈은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창작할 때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 합리화할 수도 있잖아요. ‘나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래퍼고 이 정도 했으면 됐다’고 할 수도 있는데, 그 대신에 매순간 제3의 입장으로 보는 거죠. ‘내가 나의 팬이라면 이 음악을 과연 좋아했을까.’ _p.19 〈도끼〉

 

철학이 동반이 돼야죠. 외적 성공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고, 사실 그 안에 어떤 철학이 존재하는가가 중요하잖아요. 저희도 많은 경험을 해왔고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살고 있거든요. 더 좋은 뮤지션이 되기 위해, 더 좋은 인간이 되기 위해 더 애를 쓰죠. 사람들이 보통 에어조던이 유행하면 다 같이 에어조던을 신고 이지부스트가 유행하면 다 같이 이지부스트를 신어요. 물론 유행하는 것을 입고 신는 건 젊은이로서는 멋지고 중요한 일이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_p.79~80 〈더콰이엇〉

 

이야기가 됐든 주제가 됐든, 아니면 그 안의 더 세부적인 무엇이 됐든 제가 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과 꼭 차별화됐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으로 작업을 해요. 트렌드를 맞추겠다는 명목으로 남들과 똑같이 되려고 하면 되게 아쉬울 것 같거든요. 그렇게 안 하는 게 저한테는 더 도움이 될 것 같고 그게 더 재미있어요. _p.106~107 〈빈지노〉

 

제가 우려하는 것이 있다면 ‘혐오’ 내용이 담긴 가사들이에요. 무언가를 혐오하면서 사람들이 생각할 기회를 차단시키는 가사요. 봉현 씨도 아시겠지만 예전에 저희가 20대였을 때에는 무대 위에 올라가서 의미 있는 말 하나라도 더 던지려고 노력했어요. 내 가사를 사람들이 듣고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 과정을 통해서 누군가의 삶이 긍정적으로 바뀌길 바랐고요. 그런데 요즘 랩 음악에서는 그런 걸 잘 못 느끼겠어요. 래퍼들이 생각할 기회를 차단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거 있잖아요. ‘너흰 왜 그렇게 부정적이야? 긍정적으로 살아. 생각 너무 많이 하지 마.’ 사람들을 멍청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워요. 그런데 그런 음악이 돈이 되니까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은 또 그런 음악이 더 잘되게 밀어주고. _p.141 〈팔로알토〉

 

정치적이지 않은 일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물어보고 싶어요. ‘당신은 예술하는 사람이니까 정치적인 의견을 내지 마’라고 따지는 사람들이 실은 제일 정치적인 사람들이에요. 예술가들은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지 말라고 하면 사회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줄어들잖아요. 그거야말로 정말 정치적인 거죠.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_p.200 〈제리케이〉

 

힙합 듣다보면 그런 가사 많잖아요. 자기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가사. 전 그 안에 고통이 같이 있다고 생각해요. 고맙단 말 안에는 미안하단 말이 반드시 들어 있다고 어떤 시인이 말한 적이 있는데 이거랑 비슷해요. 고맙다고 말하는 건 ‘난 너한테 해준 게 없는데 미안하다’는 뜻도 되잖아요. 힙합 가사의 그 공격적이고 방어적인 말들 안에도 고통이 되게 많다고 생각해요. _p.228 〈스윙스〉

 

“래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엄청 많이 받는데요, 래퍼가 되려면 딱 하나만 하면 돼요. 랩을 하면 돼요. 그냥 랩을 하면, 그리고 그게 너무 좋으면 자연스럽게 직업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 것 같아요. _p.261 〈허클베리피〉

 

힙합은 너무 솔직해요.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좋은 게 좋은 거야’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어린 친구들은 아닌 건 아니고 맞는 건 맞는다고 확실히 말하잖아요. 힙합은 이 지점을 정확하게 파고드는 음악이죠. 돌려 말하지 않고 되게 직설적으로요.

_p.299 〈산이〉

 

전 레슨을 할 수 있는 래퍼와 레슨을 할 수 없는 래퍼가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래퍼들은 체계적으로, 그러니까 마치 건축을 하는 느낌으로 랩을 짜는가 하면, 어떤 래퍼들은 본능에 의지해서 느낌대로 랩을 뱉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내 안에서 랩이 어떻게 생성되고 어떠한 원리로 랩이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자각 없이 정말 느낌 하나로 덤비는 래퍼가 레슨을 하면 래퍼 지망생들에게 별로 알려줄 게 없겠죠. 하지만 자기 안에 완벽하게 설계도가 존재하는 래퍼라면 그 설계도를 끄집어 보여주면서 천천히 설명만 하면 되니까 래퍼 지망생들에게 많은 걸 알려줄 수 있다고 봐요.

_p.396~397 〈제이제이케이〉

 

 

 

  • 김봉현 (저자)

 

흔히 대중음악 평론가로 불리지만 힙합 저널리스트라는 직함을 더 선호한다. 래퍼 딥플로우는 그에 대해 “래퍼가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힙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힙합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벗겨내고 힙합 고유의 멋과 매력을 알리는 작업, 힙합이 지닌 긍정적인 태도와 역동적인 에너지를 대중과 연결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 창작자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 해석에 공감할 수 있는 비평, 누구나 접하는 흔한 것에서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한 이야기를 하는 비평이 좋은 비평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네이버 ‘오늘의 뮤직’ 선정위원 등을 맡았고 카카오뮤직, 프레시안, 엠넷블랙,〈씨네21〉〈에스콰이어〉 등에서 연재했다. SBS 라디오 〈FMZine〉, MBC 라디오 〈미쓰라의 야간개장〉 등에 출연해 자신의 코너를 진행했고 레진코믹스에서는 힙합 웹툰 〈블랙아웃〉의 스토리를 썼다. ‘서울힙합영화제’를 기획하고 주최하고 있고 MC메타, 김경주 시인과 함께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팀 ‘포에틱 저스티스’로 활동 중이다. 예술의 전당, 한국은행, 벙커원 등에서 힙합 강의를 진행했다.

 

저서로는 《한국 힙합 에볼루션》 《힙합: 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힙합, 우리 시대의 클래식》 등이 있다. 역서로는 《힙합의 시학》 《The RAP 더 랩: 힙합의 시대》 《제이지 스토리: 빈민가에서 제국을 꿈꾸다》 《더 스트리트 북: 거리의 문화를 담은 패션 브랜드 40》 등이 있다.

 

순간을 누리되 들뜨지 않으려고 하고, 칭찬을 들어도 무심한 편이다. 〈첨밀밀〉을 극장에서도 봤고 DVD로도 봤으며 비디오테이프로도 봤다.

서문

 

도끼| 어린놈의 사치? 동심을 여전히 가진 것뿐

더콰이엇| 단지 꾸민다고 나지 않아 멋은. 이건 내면의 깊이인 것을.

빈지노| 잠시 떠들썩한 유행보다 어떤 유의 유형이 되는 것

팔로알토| 균형의 감각, 나를 100퍼센트 표현하는 법

제리케이| 난 한국 힙합의 유일한 독립변수

스윙스| 꼴통이었던 새끼가 예술가가 될 수가

허클베리피| 꿈을 이루지 못한 삶도 난 존중해

산이| 배려는 하되 눈치는 보지 마

딥플로우 | 서른 넘어서 힙합으로 멋지게 산다는 것

제이제이케이| 가족과 아들의 삶을 위하여

타이거JK| 힙합의 첫 번째는 오리지널리티

MC메타| 나는, 나의 탯말로 랩한다

추천사

 

요즘 대세는 힙합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미디어로 힙합을 접하기 때문에 힙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 책에 다루어진 12명의 래퍼들은 모두 한국 힙합을 만든 사람들이다. 한국 힙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_양홍원(영비) 〈고등래퍼〉 우승자

 

〈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은 지금 대한민국 힙합 신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다. 모든 문화 현상은 우연히 생겨난다. 우연을 발생시키는 건 창작자의 몫이다. 우연을 필연으로 설명하는 건 평론가의 역할이다. 창작자의 우연과 평론가의 필연이 선순환을 이룰 때 하나의 문화 장르는 흘러가는 유행을 넘어 단단한 문화 사조가 된다. 프랑스 누벨바그도 프랑소와 트뤼포가 히치콕을 만났을 때 탄생했다. 한국 영화의 전성기도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영화감독 박찬욱을 만났을 때 완성됐다. 그래서 내공 있는 평론가와 야심 있는 창작자의 만남은 그 자체로 시대를 바꾸는 사건이다. 〈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에 실린 음악평론가 김봉현과 힙합 아티스트 12인의 대담도 사건이다. 김봉현은 열두 번의 대화를 통해 〈쇼미더머니〉라는 우연한 유행 속에서 문화 현상으로 소비되는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를 단단하게 묶어내고 필연적인 인과관계로 설명해낸다. 〈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은 힙합 신의 셀프메이드 그 자체다. 힙합 평론가와 힙합 뮤지션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장르를 정리해낸 결과물이다. 김봉현과 마주앉아 래퍼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한 시대를 온전히 담아낸 가치로운 기록들이다. 한국 힙합 신뿐만 아니라 한국 음악사를 통틀어서도 중대한 저서가 탄생했다. 백만불짜리다.

_신기주 〈에스콰이어〉 편집장

 

오늘날 힙합은 누구나 한마디를 쉽게 보탤 수 있는 소재가 되었지만 누구도 김봉현만큼 그 역사와 현재를 폭넓고 체계적으로 접근하지는 못했다. 인터뷰라는 형식을 빌린 이 책은 어쩌면 진작에 품었어야 할 근본적인 의문, ‘과연 힙합이라는 예술은 누가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에 대해 생생하고도 입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국 힙합의 현재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거쳐가야 할 저작이다. _김영대 음악평론가

 

출판사 책소개

 

자타공인 힙합 전문가와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의 예사롭지 않은 만남

힙합, 그 밑바닥까지 파고든 유일무이한 인터뷰

 

“12명의 래퍼를 선별하는 일은 차라리 고통이었지만 기준은 명확했다. 베테랑일 것. 부지런히 이 길을 걸어왔을 것. 자기만의 입장과 철학이 있을 것. 훗날 한국 힙합 역사에 기록될 성취를 가지고 있을 것. 무엇보다, 힙합을 ‘살아왔을’ 것.” _서문에서

 

래퍼 딥플로우는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에 대해 “래퍼가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힙합을 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저자 김봉현이 서문에서 밝힌 래퍼 12명의 선정 기준은 그런 의미에서 바로 김봉현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자 힙합과 관련된 책만 벌써 10여 권을 출간하며 리스너와 독자는 물론 힙합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자타공인 힙합 전문가로 통하는 김봉현이 또 하나의 사건을 냈다. 이 책은 “내공 있는 평론가와 야심 있는 창작자”가 만나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장르를 정리해낸 결과물이다.”(신기주 〈에스콰이어〉 편집장)

 

힙합이라는 강렬한 개성을 지닌 ‘음악 장르’ 혹은 ‘삶의 방식’을 두고 평론가와 아티스트가 한자리에 마주앉아 이토록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 적이 있었을까? 그들은 서로에게 묻고 답하고 토론하며 독자들에게 ‘힙합’을 손에 잡힐 듯 구체화시켜 보여준다. 다른 음악과 다른 힙합의 멋과 예술성은 무엇인가? 힙합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음악에 어떤 철학과 기술을 담아내는가? 힙합이 이토록 젊음을 사로잡고 뒤흔든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은 독자와 리스너들이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음악하는 사람들’이 터놓고 나눈 생생한 대화의 기록이다.

 

 

최고가 만들어낸 최고의 음악,

밀리언달러 힙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래퍼인 동시에 최전선의 젊은 예술가이자 청년 세대의 아이콘”(p.96)인 빈지노. 오늘의 그를 있게 한 히트곡 〈아쿠아맨〉의 톡톡 튀는 가사는 이를테면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 노래 가사는 무용과 여자애들을 생각하면서 쓴 거예요. 제가 예술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무용과 여자애들이 예쁘고 콧대가 높다, 뭐 이런 이미지가 떠올랐거든요. 원룸에 며칠 동안 박혀서 가사를 썼어요. 무용과 여자애가 단서 중 하나였으니까 어장관리라는 단어가 생각났어요. 당시 그 단어가 유행이었거든요. 그 말에서 어항이라는 단어가 생각났고, 어항 속에 갇힌 것부터 노래가 시작됐죠.” _p.119

 

딥플로우의 대표곡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두〉의 라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나는 랩을 뱉는다’라는 느낌보다 ‘나는 라이밍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랩을 설계한다는 딥플로우의 말이다.

 

“제가 싫어하는 몇 가지 규칙이 있어요. (…) 일단 라임이 보통 짝수로 한 묶음이 되는데 둘 다 명사면 안 된다는 기준이 있고요, 또 ‘뭐뭐했지, 뭐뭐겠지, 뭐뭐했어? 뭐뭐하겠어’ 이런 라임을 좀 싫어하는 편이에요. 반면 제가 베스트로 생각하는 라임은 이런 기준을 다 지키면서 라임만 읽었을 때도 내용이 다 머릿속에 들어오는 형태예요. 16마디 가사가 있는데 그중 라임만 읽어도 내용이 연상되는 거요. (…) (〈작두〉의 후렴에서) ‘작두’랑 ‘싹둑’이 라임을 이루는데 하나는 명사고 하나는 의성어잖아요. 라임도 맞고 단어 성분도 다르고 의미도 통하고. 이런 게 제가 생각하는 좋은 라임이에요. _p.354

 

저자 김봉현이 “한국 힙합에서 가장 나이 많은 래퍼가,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가장 많이 할뿐더러, 에너지 레벨은 하늘을 찌른다”(p.444)고 평가한 MC메타의 랩 작법은 그의 역사만큼 변화를 거듭해왔다. 그는 요새 이렇게 가사를 쓴다.

 

“요즘은 아예 스튜디오 안에서 즉흥적으로 가사를 써요. 일부러 생각을 많이 안 해요. 주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다보면 가사가 자꾸 안정적인 모양새가 되더라고요. 안정적인 건 좋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진부하기도 하잖아요. 반면에 실험적인 것은 불안하지만 신선하죠.” _p.455

 

래퍼들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야기를 먼저 쓸까, 라임을 먼저 쓸까? 자기만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개성 있는 랩톤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라임을 쓸 때 자주 활용하는 한국말의 법칙 같은 것이 있을까? 《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은 우리 시대의 흐름이 된 한국 힙합이 말 그대로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가를 한국 힙합을 만들어온 최고의 아티스트들로부터 직접 들어보는 최초의 시도이다. 이때 ‘밀리언달러 힙합’은 자기만의 세계와 철학, 그리고 음악성으로 한 세대를 열광시킨 힙합에 대한 하나의 메타포로 작용한다. 힙합 아티스트들의 작업실과 공연장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창작의 비밀과 영감의 원천을 입체적으로 담아낸다.

 

 

예술과 비즈니스 사이,

〈쇼미더머니〉에 대한 뒷이야기

 

힙합이 우리 사회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힙합을 소재로 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연달아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힙합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힙합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반론도 역시 존재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힙합 아티스트들은 어떤 생각들을 품고 있을까? 도끼, 더콰이엇, 팔로알토, 스윙스, 산이, 타이거JK 등 힙합 방송〈쇼미더머니〉에 프로듀서로 출연했던 래퍼들로부터 이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듣는다. ‘일리네어 레코즈’의 수장으로서 최근 방영된 〈쇼미더머니 6〉에도 프로듀서로 출연한 도끼는 일단 〈쇼미더머니〉라는 시스템을 인정하고 그 시스템을 적극 이용하기로 한다.

 

“어차피 우리가 외친다고 방송국 시스템이 사라질 것도 아니고, 아무리 저항한다고 해도 〈쇼미더머니〉가 사라지지 않는단 말이에요. 대한민국 힙합 신에서 〈쇼미더머니〉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고. 그 와중에 우리가 제대로 한번 이용해보자, 이런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_p.27

 

〈쇼미더머니〉가 시작할 때 제작진의 요청으로 회의에 참여하며 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는 타이거JK는 최종적인 프로그램의 모습이 자신의 생각과는 동떨어져 씁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전 〈쇼미더머니〉라는 이름 자체를 증오했었어요. 힙합 문화에는 더 중요한 게 많은데 이 모든 걸 다 돈이라는 단어로 말해버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프로그램에서 빠지기로 하고 〈쇼미더머니〉의 반대 방향만 보고 가자고 다짐했죠. 그런데 결과적으로 착각이었어요. 힙합 팬들이 저를 지지해주고 따라올 줄 알았거든요.” _p.419

 

반면〈쇼미더머니〉가 시즌 6까지 진행된 아직까지도 이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거의 유일한 래퍼인 제리케이는 〈축지법〉이란 곡을 통해 〈쇼미더머니〉 현상을 날카롭게 꼬집기도 했다.

 

“〈축지법〉은 〈쇼미더머니〉를 비롯해 그 비슷한 콘텐츠에 나가서 짧은 시간 안에 유명세를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노래예요. (…) 애들끼리 멋없는 싸움을 하고 그걸 통해서 버즈(buzz)를 얻고, 그걸 통해서 알려지고 하는 게 정말 축지법을 쓰듯이 무리해서 확 나가려고 하는 느낌이랄까.” _p.191

 

〈쇼미더머니〉에 대한 힙합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의견과 뜨거운 찬반양론은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다. 타이거JK의 표현에 따르면 이제 〈쇼미더머니〉는 힙합 신에서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시스템에 합류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이러한 시스템이 사라진 한국 힙합 신은 앞으로 어떻게 존속될 것인가. 한국 힙합 시장을 움직이는 일련의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들에 대한 이들의 깊은 고민은 그 자체로 한국 힙합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하나의 시도이기도 하다.

 

 

힙합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넘어

대한민국에서 힙합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

 

이제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스웨그(swag)’라는 단어는 힙합의 ‘자기과시’ 문화를 대변하는 표현으로 대중에게 소비된다. 공격적이고 거침없는 가사로 상대방을 누르는 ‘랩 배틀’의 규칙은 때론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힙합’이라는 독특한 음악 장르는 분명 다른 음악 장르와는 달리 대중의 편견과 몰이해를 낳는 지점이 있다. 저자 김봉현은 이를 화성인과 금성인의 차이로 표현한다.

 

“힙합의 팬들이 화성에서 왔다면, 다른 사람들은 금성에서 왔다. 화성에서 온 사람들에게 힙합이란 가장 혁신적인 음악이자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또 삶을 구원한 존재이자 존중받아 마땅한 고도의 예술이다. 그러나 금성에서 온 사람들에게 힙합이란 다른 장르에 비해 열등한 음악이자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음악이다. 또 세속적이고 물질만능적이며 올바르지 못한 음악이다. 화성인의 한 사람으로서 금성인의 말이 모두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힙합의 ‘본질’과 ‘진면목’은 그렇게 간단하거나 얕은 것이 아니다.” _p.7

 

이제 대세가 된 힙합을 음악으로서, 또 문화로서 자연스레 소비하는 우리는 힙합에 대해, 혹은 래퍼들에 대해 과연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힙합에 관해 시장에서 소비되는 몇몇 키워드들에 지나치게 큰 대표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래퍼들은 랩에 늘 자기만의 철학과 세계를 담는다. 랩 음악에 담긴 자기만 것이 진짜(real)인지 가짜(fake)인지는 항상 힙합의 ‘멋’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이처럼 ‘진짜’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힙합의 정신은 ‘건강한’ 자기표현의 방식이다. 그래서 힙합은 때로 한 사람의 삶을 구원하기도 한다.

 

“옛날에 어떤 의사 선생님도 저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지훈아, 음악이 널 살렸다. 너 음악 안 했으면 감옥 가 있거나 거지됐을 거야.’ 그래서 전 음악이 절 살렸고 음악이 제 구원자라고 말하는 게 전혀 오그라들지 않아요. 저 같은 사람들이 힙합 음악을 통해서 자기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고 기적이에요. 한때 되게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에너지를 이렇게 음악으로 배출할 수 있다는 것 말이에요.” _p.246

 

한국 힙합 신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몰고 다니는 래퍼 중 하나인 스윙스는 자신의 삶에서 힙합이 가지는 의미를 이렇게 풀어놓는다. 한국 힙합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타이거JK는 힙합에 대한 몰이해와 척박한 환경이 낳은 명곡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담히 들려주기도 한다.

 

“그때는 악밖에 없었어요. 말도 안 되는 일이 많았거든요. 예를 들어 우리랑 계약하고 싶다고 해놓고 춤을 춰보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왜 춤을 춰야 합니까?’라고 하면 ‘춰봐. 정신 안 차려? 앨범 내기 싫어?’ 이런 걸 허구한 날 겪었어요. (…) 그래서 못 참고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자고 해서 나온 노래가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예요. 오로지 랩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상하게 그때는 어떤 ‘믿음’ 같은 것이 있었어요. 공중파 방송에서 이 노랠 한 번 불러보겠다, 너희들의 시스템에 대해 완전히 까는 곡이라 그날 한 번 부르고 은퇴하더라도 어딘가에서 한군데만 불러주면 그때 이 노래를 부르겠다, 이런 생각을 했죠.” _p.423

 

타이거JK와 같은 선구자들이 닦아놓은 길을 통해, 혹은 ‘자신만의 길을 가라’는 힙합의 명제를 통해 숱한 오해와 편견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걷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래퍼 허클베리피와 같이 이렇게 말하곤 한다.

 

“힙합은 저에게 늘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도 돼’라고 말해준 유일한 음악이었어요. 아니, 음악뿐 아니라 모든 걸 통틀어서도 유일했죠. 교육과 미디어는 저한테 한 번도 이런 얘기를 해준 적이 없어요. 공익광고에서는 그런 말을 했을지 모르지만 정작 실제 사회에서는 튀는 걸 하면 죽도 밥도 안 되는 느낌이었죠.” _p. 286

 

과연 힙합이라는 예술은 누가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 힙합은 왜 존중받아야 하는 예술인가. 그들은 어떻게 힙합의 길로 들어섰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가. 또 대한민국에서 힙합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래퍼 12명이 들려주는 음악과 삶을 통해 셀프메이드(selfmade), 리스펙트(repect), 킵 잇 리얼(keep it real), 허슬(hustle)과 같은 힙합 문화를 상징하는 다양한 키워드들을 비로소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힙합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벗겨내고 우리가 몰랐던 남다르고 깊이 있는 힙합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는 힙합이라는 매개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넓어진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