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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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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랜드

저자 신정순
브랜드 비채
발행일 2017.07.17
정가 12,800원
ISBN 978-89-349-7863-3 03810
판형 137X197 mm
면수 244 쪽
도서상태 판매중
종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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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이민자, 약자, 여성, 그리고 버림받은 사람들…

우리에게 이곳은 낡고 잊힌 ‘드림랜드’다.

 

아메리칸드림과 방랑자 사이 어디쯤, 매일 ‘타자’로서의 자신을 지겹도록 들여다보아야 하는 곳…. ‘꿈의 땅’ 미국에 온, 그러나 꿈은 멀고 삶은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이들은 딸로 태어나 평생 차별받으며 살다 도망치듯 미국으로 왔거나, 우범지대에서 달콤한 도넛을 팔며 교도소에서의 나날을 곱씹고, 몸이 부서져라 유학생인 애인의 뒷바라지를 하지만 잔인하게 버림받는다. 그뿐인가. 사랑했던 아내에게, 혹은 믿었던 신에게조차 외면받는다. 불구덩이 한가운데에 맨발로 서 있는 것 같은 순간조차 내 땅이 아닌 곳에서 인물들은 스스로 질문한다. ‘나는 무엇을 꿈꾸며 온 걸까’. 표제작 <드림랜드>를 비롯한 소설 다섯 편의 주인공들과 작가 신정순 모두 재미한국인이다.

 

본문 중에서

 

한인들은 용감했다. 머리 염색약이며 가발, 속옷, 신발, 술이나 저가의 잡화 등을 이 동네 사람들에게 팔아 돈을 벌어들였다. 그러다 1992년 6월이었던가? 불스 농구팀이 NBA에서 우승하자 흥분한 흑인들이 한인 가게를 연이어 방화하고 물건을 약탈해 간 후 이제는 한인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되고 말았다. 누군가 한인이 흑인 고객을 손님으로 대하지 않고 도둑 취급한 게 그 이유라고 분석했다지? 그 후 드림랜드란 이름은 과거의 추억으로만 남았고 한인 대부분은 거리를 떠나 안전한 교외로 상권을 옮겨버렸다.

_12페이지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또래들 사이에서 드림랜드라고 불리던 자그마한 놀이공원이 있었다. (중략) 내가 대학 시절 혼자 그곳을 찾아갔을 때 이미 그곳은 폐쇄되었고, 놀이기구들은 녹슨 고철더미로 변해 있었다. 그때 그런 생각이 스쳤다. 나는 남들이 흔히 꿈꾸는 드림랜드에 들어갈 자격을 상실한 사람이 아닐까, 드림랜드는 오직 선택받은 사람들만 입장이 허락되는 그런 곳이 아닐까.

_13페이지

 

과부였던 엄마는 어찌어찌 친척의 도움으로 나를 데리고 시카고로 오게 되었고 내내 불법체류자로 살았다. 식당 일이며 청소 일이며 닥치는 대로 궂은 일을 하면서 살던 엄마는 과로로 병을 얻어 돌아가셨다. 열다섯 살에 고아가 되어버린 나는 외로움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_70페이지

 

그가 떠난 지 한 달쯤 되었을까? 그의 이름이 수신인으로 되어 있는 누런 봉투가 배달되었다. 시카고 대학에서 보내온 것이었다. 봉투를 뜯어보니 박사학위 증서가 들어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그의 박사 과정이 끝난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우현의 공부는 늘 끝없이 계속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_73페이지

 

“우리 집에 들어올 복의 양은 정해져 있을 거 아냐. 근데 쟤가 다 가로채니 우리 진성이가 저리 비리비리한 거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배 속에서부터 저년이 혼자서 양분을 다 빨아먹어서 태어날 때도 우리 진성이는 바싹 말랐는데 계집년이 얼마나 토실토실하고 또랑또랑한지 아휴 정말 태어났을 때부터 얄밉더라니까.”

_96페이지

 

“시카고에서 살다보면 문득 여기가 유배지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모든 외지가 다 그렇듯이 시카고도 무척 외로운 곳이에요. 여기선 동창이며 회사 사람들끼리 모임이 너무 많아서 탈이잖아요. 이민자의 삶은 안 그래요. 직장과 가정. 그 두 가지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 집에서 가족과만 이야기를 나누기 십상이고요. (중략)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영어에 부담이 없으니까 곧잘 현지 친구들을 사귀지만 우리 같은 1세들은 그렇질 못해요. 그리고 언어 장벽을 뛰어넘은 사람이라 해도 오버타임으로 일을 하니까 시간 내기 힘들어서 못 만나기도 하고요.”

_114페이지

 

  • 신정순 (저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경희대학교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2년 도미한 후에는 교육학을 공부했다. 이민자들이 겪는 이중문화와 이중언어의 어려움을 경험하며 작가이자 교사로, 엄마로 살아왔다. 제2회 미주동포문학상과 제11회 재외동포문학상을 수상했고, 《착한 갱 아가씨》로 제22회 경희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시카고에 살면서 노스이스턴 일리노이 주립대학 한국학 강사, 시카고 예지문학회 강사로 일하고 있다. 출간한 책으로 《Hello, 도시락 편지》와 《착한 갱 아가씨》 등이 있다.

출판사 책 소개

 

“나는 드림랜드에 들어갈 자격을 상실한 사람이 아닐까….”

재미한국인 신정순이 그리는 경계의 삶, 삶의 경계!

 

드림랜드: 이름과는 달리 시카고에서도 가장 범죄율이 높은 우범지대 ‘드림랜드’. 폭동 끝에 한국인 이민자 대부분이 떠나버린 이곳에서 ‘나’는 고집스럽게 도넛을 팔며 교도소에서의 나날을 곱씹는다. 남편과 딸이 있지만 내게 가족은 힘이 된다기보다는 깊은 상처의 근원과도 같다.

 

폭우: 엄마를 따라 미국에 들어와 불법체류자로 살아온 ‘나’는 한국인 유학생 우현을 만나 몸이 부서져라 뒷바라지하지만 잔인하게 버림받는다. 역시 밀입국한 한국계 멕시코인 산체스를 만나 정착한 어느 날, 산체스가 차 사고로 중상을 입는다. 경찰은 오늘이 보험사에서 이벤트로 진행한, 사망시 백만 달러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선택: 10년 전 결혼해 미국으로 간 ‘나’는 엄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한국을 찾는다. 내가 현관을 열고 들어오기가 무섭게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간신히 임종을 지킨 나는 그간의 일들을 생각한다. 딸로 태어나 차별받으며 단 한 번도 자신의 것을 갖지 못하던 어린 시절과 도망치듯 미국으로 가 남편과 세탁소를 하며 꾸려온 삶. 그리고 엄마가 준비해두었다는 ‘수의’를 본다. 그것은 내가 오래전 보내드린, 미국인 손님이 맡기고 찾아가지 않은 파티복 드레스였다.

 

살아나는 박제: 미국에서 신학 공부를 하며 생계를 위해 더러 통역 일을 하는 ‘나’는 통역을 하러 간 자리에서 ‘형기 형’을 만난다. 마을 목사의 아들이기도 한 형기 형은 오랫동안 나의 우상이자 멘토였지만 어느 날 나병(한센병)에 걸렸다며 잠적했다. 그런 형을 미국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형은 내게 고백한다. ‘난 하나님이 용서가 안 돼.’

 

나바호의 노래: 한국인을 관광안내하는 재미한국인인 ‘나’는 특히 학력이 낮은 손님을 무시해왔다. 그런 내게 무식하고 말이 없는 중년 남자가 가이드를 부탁해온다. 그랜드 캐니언을 지나 모뉴먼트 밸리로 향하는 그들의 여정. 남자는 어떤 장소에 간절히 가고 싶으면서도 가고 싶지 않아 한다. 그는 어떤 비밀을 지닌 것일까?

 

 

아메리칸드림과 방랑자 사이, 타자의 꿈을 꾸다!

 

다섯 편의 주인공을 통해 우리는 재미한국인의 갖가지 삶을 만난다. 부러움을 사며 이민온 사람들과 밀입국해 불법체류자로 사는 사람들…. 누군가는 도망치듯 한국을 떠나왔고, 누군가는 사업가로 성공했으며 누군가는 이 ‘기회의 땅’에서 희망을 꿈꾼다. 이들은 하나같이 버림받거나 실패자로 낙인 찍혔으며 ‘행복하지 않다’. 작가 또한 유난히 어두운 드림랜드의 풍경에 신경이 쓰였는지 ‘작가의 말’을 통해 이렇게 덧붙였다. “성공한 이민자들에게는 미안하다. 이런 글 때문에 미국 이민자들 괜히 오해받는 거 아니에요? 누가 따지고 들면 뭐라 말할 것인가.” 그러면서도 다음에도 역시 실패의 여정을 쓰게 될 것 같다고 은근히 고백한다. 문학평론가이자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인 김종회는 권말의 ‘해설’에서 철저히 약자의 입장에 선 이 인물들을 ‘타자(他者)’라고 명명한다. “그것도 이민자의 연약과 여성의 연약, 즉 ‘이중적 타자’일 때가 많다”고. 그럼에도 “꿈꾸지 않고 그 소망의 자리를 향해 나아갈 수는 없다. (중략) 마침내 이 작가가 도달하기를 원하는 지경은, 그 모든 굴곡을 넘어 선한 의지와 조화로운 만남이 작동하는 곳이다”라고 드림랜드의 의미를 조명했다.

 

14. 해설

이 책에서 만난 신정순의 단편들은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이야기 구조와 주제의식은 견고하되, 이를 감싸고 있는 감성적 표현과 인간애는 결곡한 울림과 여운을 남긴다.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나 안톤 체호프의 <비애>가 보여준, 잘 빚어진 단편소설의 표본 같은 후감을 느끼게 한다. 오늘날과 같이 영상문화가 문자문화를 압도하는 시대, 상업성을 앞세운 전작장편이 득세하는 시대에, 세찬 여울목의 조약돌처럼 깔끔하고 아름다운 단편소설 몇 편을 여기 소개해본다. 먼 나라에서 소중하게 모국어를 지킨 공로 또한 이 작가의 몫이다.

_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5. 작가의 말

물론 이민자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이 소설집에 나오는 것처럼 그리 힘들게 살아가는 것만은 아니다. 집에서 십 분만 걸으면 미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가를 실감케 된다. 나무들이 울창한 숲, 하늘빛을 닮은 맑고 조용한 호수가 그림처럼 흐르는 풍경. 그리고 맨발로 걸어 다녀도 될 것같이 깨끗이 청소되어 있는 동네길. 주류사회에 무난히 진입하여 성공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산책하다 보면 이곳이 정말 드림랜드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층위는 정말 다양하다. 그런데 막상 내 가슴에 남는 서사는 가던 길 멈추고 서 있는, 등에 고랑이 파인 사람들과 관련된 것이다. 성공한 이민자들에게는 미안하다. 이런 글 때문에 미국 이민자들 괜히 오해받는 거 아니에요? 누가 따지고 들면 뭐라 말할 것인가. 그러게요. 송구하기 짝이 없네요. 하지만 다음에 혹 다시 소설을 쓰게 되더라도 실패의 여정 속에서 손바닥 발바닥으로 드림랜드를 문지르고 끌고 가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게 되지 않을까, 예감은 그쪽으로 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