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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빛의 일기 (上)

저자 박은령
브랜드 비채
발행일 2017.03.15
정가 13,800원
ISBN 978-89-349-7755-1 03810
판형 137X197 mm
면수 420 쪽
도서상태 판매중
종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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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어쩌면 님의 마음과 제 마음이 이리도 같을까요…”

그때는 알지 못했다. 우리 앞에 펼쳐질 잔혹한 운명과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까닭을.

소설로 만나 더욱 섬세하고 아름다운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화제를 모으며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드디어 소설로 출간되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속도감 넘치는 구성, 주인공 신사임당과 이겸의 예술혼을 고스란히 담아낸 영상, 개성 넘치는 캐릭터, 이야기 곳곳에 보석처럼 숨은 시(詩)와 옛 이야기…. 원작자인 박은령 작가와 정식 계약한 유일한 소설이며 일본 ‘신쇼칸’과 대만 ‘인류지고’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소설 《사임당 빛의 일기 上》은 한국미술사 강사이자 대학교 연구원인 지윤이 이탈리아에서 사임당 신씨의 일기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500년의 세월을 지나 지윤의 손에 들린 일기에는 소녀 사임당과 소년 이겸의 첫 만남과 아직 어리기만 한 그들 앞에 펼쳐진 잔인한 운명, 성인이 된 사임당과 이겸이 어린 시절의 상처에 접근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드라마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인물들 저마다의 긴 이야기와 속내는 물론, 이야기의 전환점이 되는 시 전문이 실려 읽는 즐거움을 더하는 원작소설.

 

책 속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왔다. 삶의 잔해가 흩뿌려진 조국을 등지고 섬기던 군주를 저버리고, 선 이국땅에서 한낱 가난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살라는, 제발 삶을 택해달라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생명줄인 양 움켜쥐고 조선을 떠나왔다. 내 몸을 감싸고 있는 허름한 철릭과 흐트러진 상투머리를 제외한 모든 것이 낯설다. 나는 이방인이다.

_8페이지

 

중종 14년(1519) 8월. 자연 만물이 그렇듯 바다도 계절마다 제 얼굴색을 바꾼다. 8월의 바다는 진청색이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에서 시작된 은빛 물비늘이 파도에 끌려 육지로 가까워지면서 점점 자리를 넓힌다. 열네 살의 소녀 사임당은 짙푸른 바다 위로 쏟아지는 은빛을 황홀하다는 듯 바라본다. 저 청연한 바다색을 갖고 싶다고 생각한다. 오롯이 빛나는 자연 그대로의 색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자연에서 채취된 색이지만 인간의 손이 닿는 순간 색은 자연 그대로의 빛깔을 잃어버린다.

_62페이지

 

“저와 혼사를 치르면…… 의성군도 위험해집니까?”

사임당이 허옇게 마른 입술을 덜덜 떨며 묻는다. 그 처연한 모습에 이씨도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한다. 신명화가 딸아이를 아프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목숨까지도?”

_157페이지

 

‘부디 살아내라! 어떻게든 살아내야 한다. 삶을 선택해야 하느니! 몸을 낮추어 부질없는 일에 휩쓸리지 말고 네게 주어진 삶을 전력을 다해 살아라.’ 신명화는 자신의 목숨이 끊기는 것은 두렵지 않다. 그저 딸아이가 겪을 앞날과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될 뿐이다.

_159페이지

 

“죄송합니다. 어머니 홀로 두고 떠나게 돼서……”

사임당은 목이 메어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한다.

“당당하게 살아라! 그저 당당하게!”

_176페이지

 

이 모든 참담한 현실이 광화문 거리를 걷는 지윤의 발목을 붙들었다. 지윤은 사임당 일기의 마지막 구절을 떠올렸다. 어쨌든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삶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므로.

_191페이지

 

사임당이 고개를 돌려 그를 잠시 바라본다. 붉게 충혈된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다. 부끄러움과 고마움, 미안함이 뒤죽박죽 섞인 시선이다. 눈을 마주친 이 짧은 순간, 이것도 세월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겸은 돌아선 사임당의 뒷모습에 먹먹한 시선을 던진다.

“그자와는…… 그리 살아도 좋은 것이오?”

_403페이지

 

  • 박은령 (저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 학사를,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영화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장학퀴즈> 방송작가로 활동했지만 결혼 후 10년 동안 일을 접고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그러나 글쓰기에 대한 열망만은 놓지 않고 1999년부터 방송작가교육원에서 작가 교육을 받았으며, 후에 미니 시리즈 <앞집 여자>의 바탕이 된 극본 <남편들의 오월>로 방송작가협회 신인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2001년 베스트극장 공모에 당선되어 드라마 작가로 정식 데뷔했다. 2003년 처음으로 극본을 맡은 미니시리즈 <앞집 여자>로 단숨에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드라마 <두 번째 프러포즈> <인생이여 고마워요>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에서 여성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 시청자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차례

 

인물소개

 

序章

第一部 발견

第二部 어둠의 일기

第三部 희망

출판사 책 소개

 

소녀 사임당과 소년 이겸의 첫 만남부터 어른이 된 그들에게 찾아온 새로운 위기까지…

420페이지에 담긴 어둠의 일기, 그리고 빛의 일기!

 

《사임당 빛의 일기》는 모두 상 ? 하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윤이 이탈리아의 고택에서 사임당 신씨의 일기와 미인도를 발견해 복원하는 과정과, 사임당의 일기 속 신사임당과 이겸의 첫 만남과 짧았던 첫사랑, 그리고 참혹한 상처 속에 어른이 된 사임당이 종이 만들기에 골몰하고 이겸이 비익당을 열기까지의 이야기가 420페이지에 빼곡히 실렸다.

 

시대를 앞서간 아버지 신명화의 교육 덕택에 여인의 몸으로 금강산을 오르고자 했으며 거침없이 큰 뜻을 품던 어린 사임당의 구김 없던 시절, 산으로 들로 쏘다니던 천방지축 소녀가 슬픈 눈을 지닌 여인으로 살 수밖에 없던 이유, 소녀 사임당과 소년 이겸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던 순간의 미세한 떨림, 그토록 절절히 사랑한 이를 두고 다른 이와 혼인하던 날의 절규, 스무 해가 지나도 그녀 곁을 맴돌 수밖에 없는 이겸의 마음 속 풍경들, 그리고 사임당의 일기를 발견한 지윤이 잔인한 현실 속에서도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고통…. 브라운관에 다 담을 수 없었거나 때로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간 인물들의 마음 풍경이 소설 《사임당 빛의 일기》에 세밀하게, 애절하게, 찬란하게 담겼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500년간 잠들어 있던 신사임당의 기록이 내게 말을 건다!

 

중부학당에 입학한 현룡(훗날의 율곡 이이)는 다른 학동들 앞에서 어머니인 신사임당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는 힘들어도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한양에 와서 어려운 일이 많았습니다만 최선의 선택을 하나씩 해나가셨습니다. 어머니는 강하면서도 참 부드러우신 분입니다.” 소설 속 사임당은 우리가 아는 현모양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기울어진 가세를 일으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종이를 만들기도 하고 가장의 역할을 자처하며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전형적인 악역인 휘음당 최씨조차도 자신만의 삶의 목표를 뚜렷이 갖고 행동한다. 시대극이기에 인물에게 주어진 속박과 한계를 부정할 수는 없으나, 그 속에서 발휘할 수 있는 가장 진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박은령 작가가 여성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아온 이유가 증명되는 순간이다.

 

소설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돋보이는 또 한 가지는 바로 시(詩)이다. 신사임당의 아버지인 신명화가 여서당에서 학동들에게 가르친 시 ‘세상 사람들 붉은 모란을 사랑하여 뜰 안에 가득히 기르네, 누가 알리오, 황량한 들에도 아름다운 꽃떨기 피어 있음을’(정습명, <패랭이꽃>)로 시작되어 이야기를 열어주고 때로는 전환점이 되며 오랫동안 가슴 아픈 기억을 남긴 시 전문을 원문과 함께 찬찬히 읽을 수 있다. 소년 이겸이 소녀 사임당과의 첫 만남을 기억하며 쓴 시 ‘바람은 꽃잎을 품고 가고 새들은 흰 꽃송이 엿본다(風帶花片去 禽窺素艶來)’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금강산도>에 쓴 첨시 ‘강물과 바닷물에 잠시 묻노니, 어쩌면 님의 마음과 제 마음이 이리도 같을까요(借問江潮與海水 何似君情與妾心)’ 그리고 중종이 지어 선비들에게 내렸으나 급기야 피바람을 불러온 시 ‘슬프도다, 가엾은 우리 백성들. 하늘의 도리마저 다 잃었구나(哀此下民喪天彛)’, 사임당과 지윤을 이어주는 존 던의 시 ‘우리의 영혼은 하나이니 내가 떠난들 이별이 아니오’까지…. 인물들의 입과 손을 빌려 소개되는 시는 말로 글로 다 담을 수 없는 감정선은 물론 시대의 정취까지 고스란히 전할 것이다.

 

이어지는 하권에서는 안견의 진작 <금강산도>를 발견하는 지윤과 어린 시절 만난 운평사 고려지를 재현해내기 위해 골몰하는 사임당, 그리고 조선의 미래를 그려보며 큰 뜻을 품는 이겸 앞에 나타난 새로운 위기가 펼쳐진다. 사임당의 일기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이탈리아 토스카나까지 건너갈 수 있었나? 영국 시인 ‘존 던’의 시가 사임당에 일기에 끼워져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윤은 결국 민 교수가 쳐놓은 덫에서 벗어나 명예를 회복하고 진작 <금강산도>를 세상에 알릴 수 있을까? 드라마보다 깊은 이야기, 또 다른 결말이 담긴 하권은 4월 말 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