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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과학자의 탄생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저자 리처드 도킨스
역자 김명남
브랜드 김영사
발행일 2016.12.02
정가 19,500원
ISBN 978-89-349-7659-2 04400
판형 148X214 mm
면수 396 쪽
도서상태 판매예정

도킨스가 직접 밝히는 어린 시절과 지적 성장기,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서로 평가받는 ≪이기적 유전자≫가 탄생하기까지. 아프리카에서 보낸 유년기, 지적으로 깨어나는 계기였던 옥스퍼드의 교육, 과학 인생에 결정적 여행을 끼친 전설적인 스승들, 과학계에 파란을 일으킨 저작 ≪이기적 유전자≫가 탄생할 수 있었던 그 운명적 사건에 대하여.

도킨스는 언제부터 회의주의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는가? 그가 생물학자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책 속에서

 

요컨대 나는 엘비스를 숭배했고, 특정 종교와는 무관한 창조자로서의 신을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집이 있는 치핑 노턴 마을에서 가게 앞을 지나다가 <나는 믿습니다>라는 노래가 수록된 앨범 <계곡의 평화>가 나온 것을 보았다. 그 순간,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졌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엘비스가 신을 믿다니! 나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흥분해, 가게로 뛰어들어가 음반을 샀다. 서둘러 집으로 가 재킷에서 음반을 꺼내고 턴테이블에 걸었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들었다. 왜 아니겠는가. 내 영웅이 자연의 경이로움을 볼 때마다 믿음이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는데. 내 정서도 정확히 그렇지 않은가! 그것은 하늘이 보낸 신호였다. 엘비스가 신을 믿는다는 사실이 왜 놀랍게 느껴졌는지 지금은 이해가 안 된다. 엘비스는 변변히 교육받지 못한 미국 남부 노동자 집안 출신이었다. 그가 어떻게 신을 믿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도 나는 놀랐다. 그리고 엘비스가 뜻밖의 이 음반으로 내게 개인적으로 말을 건 것이라고 반쯤 믿어버렸다. 엘비스는 내게 창조자 신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에 평생을 바치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아버지처럼 생물학자가 된다면, 그 일에 특별히 적합할 것이었다. 그러니 그것이 내 천직 같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신이나 다름없는 엘비스가 소명을 전달하지 않았는가.

_ 1권 ‘어느 과학자의 탄생’ 192쪽

 

내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자. 내가 졸업 후에 무얼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때로 돌아가자. 아버지를 따라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진지하게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보다는 옥스퍼드에 남아서 학위를 따고 싶다는 생각이 점차 짙어졌다. 학위를 딴 뒤에는 어떻게 할지, 정확히 무슨 연구를 하고 싶은지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피터 브루넷은 생화학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나는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여 관련 문헌을 공부했지만, 그다지 열의는 없었다. 그러던 중 니코 틴베르헌에게 동물 행동을 주제로 개인 지도를 받게 되었고, 그 순간 내 인생이 바뀌었다. 내가 정말로 씨름해볼 만한 주제가 여기 있었다. 그것은 철학적 함의를 지닌 주제였다. 니코도 내게 좋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 학기 말에 칼리지에 제출한 평가서에서 니코는 지금까지 자신이 지도한 대학생들 중 내가 최고라고 썼다. 니코가 대학생 튜터 역할은 많이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평가를 조금은 무색하게 만들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는 사기가 올랐고, 급기야 그에게 연구학생으로 받아달라고 요청했으며, 그는 좋다고 했다. 그것은 당시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생각할 때마다 기쁜 일이었다. 덕분에 적어도 향후 3년 동안 내 미래는 보장되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사실은 평생이 보장된 셈이었다.

_ 1권 ‘어느 과학자의 탄생’ 225쪽

 

내 책은 잘못된 집단선택 이론이 아니라 엄밀한 자연선택 이론에 기초할 것이었다. 아드리와 로렌츠, 그리고 당시 많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들이 끼친 피해를—다큐멘터리들이 이 오류를 하도 널리 퍼뜨렸기 때문에, ≪이기적 유전자≫에서 나는 집단선택의 오류를 ‘BBC의 정리’라고 불렀다—바로잡는 것이 내 야심이었다.

나는 진화적 낙천주의와 집단선택의 오류에 익숙했다. 대학생 때 매주 에세이를 쓰면서 접했기 때문이다. 대학생이었던 나 또한 자연선택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은 종의 생존이라고 보는 그릇된 시각을 내 글 여기저기에서 표출했었다(튜터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침내 ≪이기적 유전자≫를 쓸 때, 나는 그런 상황을 일신하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런데 그러려면 내 책이 아드리의 책만큼 훌륭하게 씌어져야 하고 로렌츠의 책만큼 많이 팔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조금은 기가 죽었다. 나는 농담 삼아 집필 중인 책을 ‘내 베스트셀러’라고 불렀다. 정말 그렇게 되리라고 믿은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조차 반어적이라고 느끼는 표현으로 무모한 야심을 드러내본 것뿐이었다.

_ 1권 ‘어느 과학자의 탄생’ 336쪽

 

어느 날 뉴 칼리지에서 점심을 먹을 때, 옥스퍼드의 이론물리학 교수 로저 엘리엇(지금은 경)이 내게 책을 쓴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어떤 책이냐고 물었다. 내가 시도하려는 바를 살짝 이야기했더니, 그가 흥미를 보였다. 알고 보니 옥스퍼드대학 출판부의 대의원이었던 그는 고색창연한 그 출판사의 해당 분야 편집자 마이클 로저스에게 말을 넣었고, 마이클이 내게 작성된 부분을 보고 싶다고 청했다. 나는 그에게 원고를 보내줬다.

그리고 회오리바람이 불어 닥쳤다. 마이클이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로 전화에 대고 다짜고짜 외쳤다. “지금까지 잠도 못 자고 보내주신 원고를 다 읽었습니다. 제가 그 책을 꼭 내야 되겠습니다!” 그런 식의 설득에 저항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다. 마이클은 내게 어울리는 타입의 편집자였다. 나는 계약서에 서명했고, 한층 다급한 마음으로 책을 완성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_ 1권 ‘어느 과학자의 탄생’ 354쪽

  • 리처드 도킨스 (저자)

1941년 케냐 나이로비 출생, 영국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했다. 2008년 옥스퍼드 대학의 ‘과학의 대중적 이해를 위한 찰스 시모니 석좌교수’에서 은퇴했고, 이후에도 뉴 칼리지의 펠로로 남아 있다. 왕립학회 회원이자 왕립문학원 회원이다. 왕립문학원상(1987), 왕립학회 마이클 패러데이 상(1990), 인간과학에서의 업적에 수여하는 국제 코스모스 상(1997), 키슬러 상(2001), 셰익스피어 상(2005), 과학에 대한 저술에 수여하는 루이스 토머스 상(2006), 영국 갤럭시 도서상 올해의 작가상(2007), 데슈너 상(2007), 과학의 대중적 이해를 위한 니렌버그 상(2009) 등 수많은 상과 명예학위를 받았다.

대표작인 ≪이기적 유전자≫는 1976년 출간 이후 30년 넘게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세기의 문제작이며, 출간과 동시에 과학계와 종교계에 뜨거운 논쟁을 몰고 온 ≪만들어진 신≫(2006)은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과학적 논증을 통해 증명하면서, 그동안 종교의 잘못된 논리가 세계사에 남긴 수많은 폐단을 지적한 명저로 평가받고 있다.

그 밖의 대표작으로 ≪확장된 표현형≫(1982), ≪눈먼 시계공≫(1993), ≪에덴의 강≫(1995), ≪불가능의 산을 오르다≫(1996), ≪무지개를 풀며≫(1999), ≪악마의 사도≫(2003), ≪조상 이야기≫(2004), ≪지상 최대의 쇼≫(2009),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2011) 등이 있다.

2012년, 스리랑카에서 물고기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도킨스가 진화과학의 대중적 이해에 공헌한 바를 기려 새로운 어류 속명을 ‘도킨시아’라고 지었다. 2013년에는 <프로스펙트>지가 전 세계 100여 개국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세계 최고 지성을 뽑은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 김명남 (역자)

카이스트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 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팀장을 지냈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로 55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그 밖의 옮긴 책으로 ≪지상 최대의 쇼≫≪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특이점이 온다≫≪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등이 있다.

1. 유전자와 피스헬멧

2. 케냐의 군인 가족

3. 호수의 나라

4. 산속의 독수리 학교

5. 아프리카여, 안녕

6. 솔즈베리의 뾰족탑 아래

7. 영국의 여름은 끝이 났으니

8. 네네강 옆 뾰족탑

9. 꿈꾸는 뾰족탑

10. 업계에 입문하다

11. 서해안, 꿈의 시절

12. 컴퓨터 집착기

13. 행동의 문법

14. 불멸의 유전자

15. 지난 길을 돌아보며

출판사 리뷰

 

1.

뜨거운 논쟁과 명료한 논증의 아이콘,

지적으로 냉철하지만 인간적으로 더없이 다정한 한 위대한 과학자의

생동감 넘치는 회고록!

 

‘똑똑하고, 열정적이고, 명료하고, 무례한’ 논쟁의 대명사이자,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첫 회고록이 출간되었다. 생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리처드 도킨스의 이름을 모르지 않을 것이고, 도킨스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이기적 유전자≫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진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처음 알려준 이 책은 출간된 지 4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수많은 학자와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 ‘인생을 바꿔놓은 책’으로 회자되며 20세기 최고의 과학서로 평가받는다. 또한 2006년에 출간된 ≪만들어진 신≫은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과학적 논증을 통해 증명하면서, 그동안 종교의 잘못된 논리가 세계사에 남긴 수많은 폐단을 지적한 명저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진화생물학자이자 회의주의자, 시대의 문화와 대화를 바꾼 세기적 과학자로 평가받는 그이지만, 의외로 이 두 권의 책 외에는 우리에게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그는 어떻게 생물학자가 되었을까? 이기적 유전자 관점을 제안한 것 외에 그가 과학계에 기여한 것은 무엇일까? 그는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가 되었을까? 나아가 사생활에서 그는 어떤 사람일까?

 

이 책은 좀 더 개인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도킨스의 첫 회고록이다. 1권 ‘어느 과학자의 탄생’ 편은 도킨스가 직접 밝히는 어린 시절과 지적 성장기, 그리고 생물학계에 일대 지진을 일으킨 ≪이기적 유전자≫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아프리카에서 보낸 목가적인 유년기, 지적으로 깨어나는 계기였던 옥스퍼드의 교육, 그의 과학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전설적인 스승들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2권 ‘나의 과학 인생’ 편은 ≪이기적 유전자≫ 출간 이후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생물학자가 된 인생 후반부를 다룬다. 평생 지칠 줄 모르고 이어온 지적 모험들, 그의 인생을 수놓은 유명 과학자와 학자들, 탁월한 저서들과 그 저서를 관통하는 위대한 과학적 통찰과 해설, 가장 대담한 과학서로 평가받는 ≪만들어진 신≫의 출간에 얽힌 이야기가 담겼다.

 

도발적이고, 논쟁적인 그의 글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더없이 다정하고 인간적인 이 자서전이 조금 낯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태연하게 말했듯이, 자서전에서 감상적인 말을 할 수 없다면 대체 어디서 하겠는가. 깊은 재치와 넓은 박식함, 시적이지만 결코 정확성을 잃지 않는 문장,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얻는 영감과 기쁨, 신랄한 유머와 재치, 모든 것이 이 두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도킨스의 일대기와 주요한 사건을 포착한 풍부한 컬러 화보가 최초로 공개된다.

 

 

2.

“나는 왜 생물학자가 되었는가?”

도킨스가 직접 밝히는 어린 시절과 지적 성장기,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서로 평가받는 ≪이기적 유전자≫가 탄생하기까지.

 

도킨스는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어느 과학자의 탄생≫에서 그동안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던 자신의 어린 시절, 지적으로 깨어나는 시기였던 옥스퍼드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개성 있는 여러 조상들, 매력적인 부모님,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식민지 아프리카에서 보냈던 목가적인 유년기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사람들은 내게 아프리카에서 유년기를 보낸 경험이 생물학자가 되는 데 도움 되었느냐고 묻곤 한다. 그에 대한 답이 ‘아니다’임을 말해주는 증거는 전갈 사건만이 아니다. 같은 결론을 시사하는 사건이 또 있었는데, 털어놓기 좀 창피한 이야기다. 월터 부인의 집에서 살 때, 그 근처에서 사자떼가 사냥에 성공했다. 온 동네가 다 함께 구경 가자는 제안이 나와서, 우리는 사파이리 차로 현장에서 10미터까지 접근했다. 사자들은 먹이를 갉아먹고 있거나, 벌써 배불리 먹었다는 듯이 늘어져 있었다. 어른들은 흥분과 경이감에 빠져서 꼼짝 않고 좌석에 앉아 구경했다. 그러나 어머니에 따르면, 윌리엄 월터와 나는 장난감 자동차에 홀딱 빠져 차 바닥에 엎드린 채 부릉 부릉 앞뒤로 움직이면서 놀기만 했다. 어른들이 몇 번이나 흥미를 끌어보려고 노력했지만 우리는 사자에게는 추호도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_1권 ‘어느 과학자의 탄생’ 60쪽

 

기숙학교를 다닐 때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반에서 거의 종교적인 체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학교 예배당에서 기도 시간에 무릎 꿇기를 거부함으로써 회의주의자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도 간간이 자극이 되는 교육을 받기는 했으나, 그의 지적 호기심이 제대로 발휘되기 시작한 것은 옥스퍼드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였다.

1959년, 옥스퍼드에 들어간 도킨스는 동물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그곳에 있던 몇몇 전설적인 스승들과 뛰어난 튜터 제도를 경험했다. 도킨스는 바로 그 독특한 교육 제도가 자신을 지적으로 일깨웠다고 말한다. 학생들에게 교과서적 가르침을 안기기보다는, 그들 스스로가 엄밀한 질문을 던지고 도서관에서 최신 자료를 뒤짐으로써 몸소 학자가 되어보도록 장려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교과서만 파고들지 않았다. 도서관에 가서 옛날 책들과 새 책들을 살펴보았다. 연구자들의 논문을 추적했다. 그래서 결국 그 주제에 관해서는 일주일 만에 가능한 한 최대한의 수준으로 거의 세계적 권위자에 가깝게 통달했다(요즘이라면 이런 작업을 대부분 인터넷으로 할 것이다). 주 단위로 진행된 개인 지도 덕분에, 우리는 불가사리의 수관계에 대해 그냥 읽고 마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주제든 마찬가지였다. 일주일 동안 나는 불가사리의 수관계와 함께 먹고 자고 꿈꿨다. 감은 눈 뒤에서 관족들이 행진했고, 차극이라고 불리는 수력학적 구조들이 꿈틀거렸고, 꾸벅꾸벅 조는 내 뇌 속에서 바닷물이 맥동했다. 보고서 작성은 카타르시스였고, 튜터의 격려는 일주일의 노력에 대한 충분한 이유였다. 그리고 다음 주가 되면 새로운 주제가 왔다. 도서관에서 수집해야 할 새로운 이미지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우리는 정말로 교육받았다…. _1권 ‘어느 과학자의 탄생’ 214쪽

 

옥스퍼드의 펠로이자 강사로서 경력을 쌓던 그가 예기치 못한 변화를 맞은 것은 1973년이었다. 심각한 파업으로 전력 공급이 한동안 끊기는 바람에 컴퓨터를 쓰는 연구를 잠시 중단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책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자연선택을 오해한 ‘집단선택’ 개념이 널리 퍼진 데 대해 자극받은 것, 그리고 윌리엄 해밀턴, 로버트 트리버스, 존 메이너드 스미스의 연구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계기였다. 그는 농담으로 그 책을 “내 베스트셀러”라고 불렀다. 물론 그것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였다. ≪이기적 유전자≫는 유전자를 중심에 두고 진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안함으로써 생물학계에 일대 지진을 일으켰으며, 문화적 진화의 단위로서 고안했던 용어 ‘밈’도 우리 문화에 중요한 개념으로 살아남았다.

도킨스의 개인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이 첫 번째 회고록은 진화생물학자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신론자인 그가 회고한 어린 시절과 지적 성장기, 또한 많은 사람이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책으로 꼽는 책을 쓰기까지의 사연을 최초로 소개한다.

 

 

3.

“나는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가 되었는가?”

지칠 줄 모르고 이어온 열정 가득한 지적 모험들과 과학적 통찰,

‘무신론’의 경전이라 불리는 ≪만들어진 신≫에 대하여.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나의 과학 인생≫에서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화려한 지적 인생을 깊이 파고든다. 그것은 과학, 문화, 종교에 대한 새로운 대화를 나서서 개시했던 삶이었으며, 또한 가장 대담한 과학서로 평가받는 ≪만들어진 신≫을 쓴 삶이었다.

“현재 살아 있는 최고의 논픽션 작가 중 한 명”(스티븐 핑커)이자 “프로 복서”(<네이처>)라고 불리는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에서 평생 지칠 줄 모르고 이어온 지적 모험과 활동을 돌아본다. 기념비적 저작 ≪이기적 유전자≫ 출간 후 경험했던 여러 학문적 탐구 및 스타덤의 전당들을 되밟아보며, 그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학계, 출판계, 방송계를 풍자한다. 그러면서 더글러스 애덤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존 메이너드 스미스, 데임 미리엄 로스차일드, 네이선 미어볼드, 리처드 리키, 캐롤린 포르코, 필립 풀먼 등 그가 사귄 대단한 인물들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잔뜩 뿌려놓는다.

 

네이선 미르볼드가 우리집에 묵던 때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기술 책임자이자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창의적인 괴짜로 꼽히는 그 유명한 인물 말이다. 수리물리를 전공한 네이선은 프린스턴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케임브리지로 옮겨서 스티븐 호킹에게 배웠다. 당시 호킹은 아직 간신히 말할 수 있었지만, 가까운 동료들만이 그 말을 알아들었기 때문에, 그런 이들이 나머지 사람들을 위한 통역자 역할을 했다. 네이선은 까다로운 자격을 갖춘 자만이 가능했던 그 통역자들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의 유망한 장래성에 걸맞게, 지금은 최첨단 기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상가가 되었다. 아무튼 그래서 나와 랄라는 마침 레드먼드와 벨린다의 초대를 받자 손님이 묵고 있다고 말했고, 호의 넘치는 그들은 언제나처럼 손님도 데려오라고 말했다.

네이선은 나서서 대화를 독점하기에는 너무 예의 바른 사람이다. 아마 긴 탁자에서 그의 곁에 앉았던 사람들이 그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대화가 끈 이론을 비롯한 현대 물리학의 심원한 영역에 대한 토론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문학계의 식자들은 홀려버렸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늘 그러듯이 옆 사람들과 아포리즘 같은 농담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학에 대한 호기심의 물결은 네이선의 자리에서 시작되어 식탁 반대편 끝까지 잦아들지 않고 퍼져나갔으며, 그날 저녁은 현대 물리학의 기묘함을 논하는 비공식 세미나로 둔갑했다. 그날의 손님들처럼 뛰어난 지성인들이 참석한 세미나에서는 으레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_2권 ‘나의 과학 인생’ 22쪽

 

도킨스는 자신이 실험실로부터 문화, 종교, 과학의 교차점으로 관심을 돌린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솔직하게 밝히며, 또한 이른바 “제3의 문화”라고 불리는 과학과 인문학의 통합에서 주도적으로 활약하는 인물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묘사한다.

 

내가 감히 바라는 것은, 1976년 ≪이기적 유전자≫를 시작으로 출간된 내 책들이 스티븐 호킹, 피터 앳킨스, 칼 세이건, 에드워드 O. 윌슨, 스티브 존스, 스티븐 제이 굴드, 스티븐 핑커, 리처드 포티, 로런스 크라우스, 대니얼 카너먼, 헬레나 크로닌, 대니얼 데닛, 브라이언 그린, 두 명의 M. 리들리(마크와 매트), 두 명의 션 캐럴(물리학자와 생물학자), 빅터 스텐저 등의 책과 더불어, 그리고 그 책들이 일으킨 비평가들과 언론인들의 웅성거림과 더불어, 우리 문화의 지형을 바꾸는 데 기여했기를 하는 것이다. 과학을 일반 대중에게 설명해주는 과학 저널리스트들의 일도 물론 훌륭하지만, 내가 말하는 책은 그런 게 아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과학 전문가가 제 분야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을 위해서 쓴 책, 그렇지만 일반 독자들도 어깨 너머로 함께 읽을 만한 문장으로 씌어진 책이다. 어쩌면 나도 그런 ‘제3의 문화’를 여는 데 한몫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_2권 ‘나의 과학 인생’ 23쪽

 

열 번째 책이자 “진실을 알리는 우렁찬 트럼펫 소리”(매트 리들리)와도 같았던 ≪만들어진 신≫ 출간 후, 도킨스는 지식인계의 스타에서 일약 유명인사에 다름없는 사상가로 도약하여 크리스토퍼 히친스, 샘 해리스, 대니얼 데닛과 더불어 무신론의 ‘네 기수’로 알려지게 된다.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나의 과학 인생≫에서 독자는 ≪만들어진 신≫의 출간과 내용에 얽힌 새로운 이야기뿐만 아니라, 책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에 대한 도킨스의 생각을 엿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만들어진 신≫에는 통계적 불가능성이라는 중심 논증 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겼다. 종교의 진화적 기원, 도덕성의 근원, 종교 경전의 문학적 가치, 종교에 의거한 아동 학대를 다룬 대목도 있다. 가끔 이 책을 성마르고 거친 비난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오히려 유머 있고 인간적인 책이라고 여기고 싶다. 어떤 유머는 비아냥이고, 조롱에 가까운 것도 있으며, 그런 유머의 표적이 된 대상들이 부드러운 조롱과 혐오 발언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피터 메더워에게 배운 교훈 하나는 목표를 정확하게 겨냥한 풍자적 조롱은 저속한 욕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적 의도를 지닌 비판자들은 그 차이를 분간하지 못할 때가 많다. 심지어 누군가는 나더러 투렛증후군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그가 정말로 책을 읽었을 거라고는 믿기 어렵다. 아마도 그는 그냥 제 표현에 반했을 것이다! _2권 ‘나의 과학 인생’ 564쪽

 

그뿐 아니다. 도킨스의 분주한 삶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던 탁월하고 영향력 있는 저서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그 책들을 잇는 주요한 과학 개념들을 살펴보고 그 기원을 알아볼 수도 있다. ≪확장된 표현형≫≪눈먼 시계공≫≪지상 최대의 쇼≫≪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등의 저작에 담긴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 탁월한 과학적 탐구, 인간과 생명에 대한 진정성 넘치는 도킨스의 사유가 풍부히 드러난다.

 

 

4.

과학의 경이로움과 위대함을 밝히기 위해 평생 달려온,

과학과 사랑에 빠진 멋진 인간의 멋진 회고담!

우리 시대,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이 지니는 의미와 가치에 대하여

 

“현대 과학계에서 자신이 기여한 바를 자랑스럽게 여길 만한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 있다면,

심지어 약간의 승리감마저 느껴도 좋을 만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리처드 도킨스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의 서평을 위와 같이 밝히며, 도킨스가 현대 과학에 끼친 영향력에 찬사를 보냈다. 그렇다면 장장 두 권이나 되는 한 과학자의 자서전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

논쟁적이고 도발적인 문체에 익숙한,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을 읽은 독자들에게는, 더없이 다정하고 인간적인 도킨스의 또 다른 이면이 놀라움과 즐거움을 안길 것이다.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 도킨스의 생생한 글은 문학적으로도 훌륭하다. 뿐만 아니라, 과학이 선의와 다정함으로 북돋워질 때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성취를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한 과학자의 입을 통해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었지만, 어쩐지 마음에서는 그가 영원히 청년으로 느껴졌다는 ‘옮긴이의 말’에서도 이 책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도킨스는 이제 일종의 아이콘이 되었다. 진화의 유전자 중심 관점을 상징하는 아이콘, 우리 시대 대중 과학서를 상징하는 아이콘, 회의주의와 무신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무릇 아이콘의 숙명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숭배와 조금은 억울한 비난을 둘 다 과하게 받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영역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게 되고, 여러 오해와 실수가 영구히 박제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런 아이콘의 자리를 지킬 게 분명한 도킨스이기에, 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려준 이 자서전이 너무 늦기 전에 출간된 건 그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고 우리에게는 만족스러운 일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첫 장으로 다시 돌아가며 끝을 맺는다. 도킨스는 뉴 칼리지에서 열린 자신의 일흔 번째 생일 축하 파티에서 100여 명의 동료 학자, 소설가, 방송인, 음악가, 출판인들을 앞에 두고 짧은 시 한 편을 읊으며 주마등처럼 스치는 일련의 장면들을 회상한다. 식민지 시절 아프리카에서 나른하게 나는 큰 나비들과 함께 보낸 유년기, 솔향기 가득하던 짐바브웨 붐바산 속 기숙학교, 옥스퍼드의 첨탑들 사이에서 소녀들을 꿈꾸며 보낸 대학 시절, 과학에 대한 흥미와 과학만이 답할 수 있는 심오한 철학적 의문들에 대한 흥미가 싹텄던 시절, 첫 책 ≪이기적 유전자≫를 출간하던 때…. 그 순간을 회상하며 성경의 시편, 셰익스피어, 키츠를 패러디한 시의 구절구절은, 시대를 풍미한 한 위대한 학자의 순수하고 고귀한 과학관, 그리고 열정과 위트가 넘치는 인생관의 결정체, 바로 그것이었다.

 

죽음의 사신의 활 너머로 나는

경고의 사격을 날리겠다. 나는

인생의 심판이 내게 아웃을 선언하도록,

‘레그비포’나 ‘코트앤드볼드’를 선언하도록 놔두진 않겠다,

적어도 내가 정말로 늙어서

그 목적지에 도달하는 날까지는(우리가 알기로 어떤 여행자도

그로부터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그 목적지에).

그 깔끔한 여관(매리엇 수준은 아니지만)

시간의 날개 달린 전차가 예고하는 그곳에.

 

아직은 내게 어두운 밤을 순순히 길들일 시간이 있다.

세상을 환히 밝힐 시간이 있다.

또 하나의 새 무지개를 풀어버릴 시간이 있다,

영원한 안식에 들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