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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통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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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고저장단-고저高低는 살아 있다

저자 손종섭
브랜드 김영사
발행일 2016.11.27
정가 20,000원
ISBN 978-89-349-7617-2 03700
판형 145X210 mm
면수 480 쪽
도서상태 판매중
종이책
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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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우리말 고저高低의 원리를 최초로 밝힌 역작!

우리말의 가락을 사랑하고 지켜온 원로학자가 밝히는 우리말의 참된 운율!

 

우리말에는 장단은 있어도 고저는 이미 없어졌다고 말한다. 고저가 없는 말! 세상에 그런 ‘맥 빠진 말’, 그런 ‘숨 죽은 말’이 있을 수 있을까? 고저와 장단은 호흡과 맥박과도 같은 유기적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고저만을 떼어 교육권 밖으로 내쳐진 지 이미 오래다. 이 책에서는 사라졌다고 치부되었던 우리말의 고저가 생생히 살아 있음을 밝히면서 지극히 규칙 정연한 평측平仄 고저의 원리를 보여준다. 고저는 장단만의 평면감을 넘어 입체감을 불어넣어주며 전달력을 높여준다. 우리말의 가락을 사랑하고 지켜온 원로학자가 밝히는 우리말의 참된 운율!

 

 

책 속에서

 

여기서 한 번 돌이켜보건대, 고저가 죽었다는 소문은 아니 땐 굴뚝의 연기만은 아니었다. 감기에서 와병→중병→불치→사망으로 과장된 유언비어의 소치로도 보아질 만큼, 우리말의 고저가 한때 변화를 겪은 것은 사실이다. 곧 우리말의 악센트 격인 평고조平高調가 최고조에서 한 단계 낮아져 고조로 완화된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전통적 고저를 계승?현행하고 있는 경상언어권에서는 여전히 평고조가 최고조를 이룸으로써, 말씨가 규각圭角이 나고 거칠다는 인상을 주는 반면, 비경상권 언어에서는 이미 그 규각의 돌기가 다분히 마모되어 꽤나 부드럽고 매끄럽게 세련된 감을 주게 된 점이다.

-<서문> 중에서

 

평측平仄이란 세분해 놓은 사성四聲을 그 성질에 따라 통합하여 양립하는 체계로 개편해 놓은 것의 명칭이다. 곧 ‘平’은 사성 중의 평성平聲이요, ‘仄’은 사성 중의 상성上聲?거성去聲?입성入聲을 뭉뚱그린 이름이다. 그것은 상성?거성?입성은 그 소리가 한결같이 중후하고 높은 공통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들을 한데 묶어 ‘仄’으로 삼아, 이와는 대조적인 짧고 가볍고 낮은 ‘平’과 대립 개념으로 파악함이 고저장단을 논함에 있어 한결 편리하기 때문에 생긴 체계인 것이다. 사실 한자음의 고저를 운위할 때는 평측으로 족하다. 상성·거성이 상혼되어 구별하기 힘들지만 평측으로 말한다면 그 둘은 똑같은 측성仄聲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이 된다. 시부詩賦의 율조나 한시문의 독송에도 평측으로 족하며, 한자어의 성조에도 평측의 양립체계로 족한 것이다. 또한 평측은 한자어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고유어의 어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국어의 성조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2부 본론 <고저장단의 개요> 중에서

 

측상평고조仄上平高調는 그 정황대로 말한다면 측상평고도仄上平高跳라 함이 더 실감날지 모른다. 이는 위에서 보인 바와 같이, 낮다는 평성이 높다는 측성을 만나는 순간 갑자기 긴장 앙양하여 측성보다도 더 높은 소리로 뛰어오르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현상은 어찌하여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이를 도보에 비유하여, 평성은 가벼운 걸음걸이로 사뿐사뿐 경쾌하게 걸어갈 수 있는 평탄한 노면이라 한다면, 측성은 노상에 우뚝 나타난 장애물이라 할 수 있다. 평탄한 길을 걷다 무심코 이런 장애물을 만났을 때의 행인은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평평한 길을 걷던 그런 보조로는 그 장애물을 극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전패顚沛의 봉변을 면키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에 취하게 되는 아연 긴장의 자세, ‘仄’을 극복하기 위하여 거의 반사적?무의식적으로 취하게 되는 이 결연한 대응 태세, 이것이 다름 아닌, 평고조 현상이 빚어지게 되는 유력한 기서機緖라 할 것이다. 이는 목전에 다닥친 장애물인 ‘仄’을 극복하기 위한 자율적 반사심리에서의 물리적?역학적 대응 자세라 할 만하다.

-2부 본론 <평고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중에서

 

고조에는 측고조仄高調와 평고조의 두 가지가 있거니와, 그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한 성조단위 내에서는 측하무고조(仄下無高調 ; 측성 아래는 고조가 없다는 뜻)의 원칙이 적용된다. 곧 측성에 연접된 음절들은 모두 그 측성의 고조 산하에 들게 되므로, 다음의 측성들은 약화되어 비고비저非高非低의 상태가 되고 만다는 뜻이다. 이를 더 자세히 말한다면, ‘일단 고조된 음절에 후속되는 측성들은 평성보다는 높고, 고조된 앞의 측성보다는 낮다’라고 할 수 있다. 측하무고조의 원리는 이렇다. 측기어仄起語는 어두출발음에서 이미 고조로 발음하느라 많은 힘을 소모했기 때문에 이하 가까운 거리에서 다시 고조를 반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며, 같은 이치로, 평고조를 일으키는 平仄 구조어도 어두 어복 할 것 없이, 그 일어나는 고조 다음의 후속 음절 또한 고조를 반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니, 이는 다 생리의 자연 현상인 것이다.

-2부 본론 <성조단위와 측하무고조> 중에서

 

고저가 약화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직접적 원인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1) 발음에 들이는 힘을 가급적 덜 들이고자 하는 자연 심리에서라 할 수 있다. 정통대로라면 이들 평고조의 높이는 평성 본연의 음고音高인 이단고二段高로 도약한 높이로서, 측고조보다도 더 많은 힘이 소모되는 발음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될 수 있는 대로 힘을 덜 들이고도 뜻이 통하는 선에서 절충한 높이, 곧 2단이 아닌 1단의 측고조 높이만큼의 높이로 타협하려는 경제 심리에 이끌리게 되었으며, 2) 15세기 이후 언제부터인지 또 어느 지방에서부터인지 확언할 수는 없으나, 아마도 서울 말씨에서 비롯됐을 듯도 한 현상으로, 연속되는 말가락을 빗가락〔傾斜調〕으로 멋을 부리는 엇가락 현상이 나타나,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말가락의 미적 장식 같은 것으로서, 또렷한 고저장단의 말가락에 얼기설기 엇가락으로 서리는 굴곡조의 선율과도 같은 부차적인 억양이 그것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이런 말씨를 경사조(京辭調?傾斜調) 또는 엇진말이라 한다. 이러한 매끄럽고 세련된 가락은 평고조의 이단고의 돌기와 서로 용납할 수 없는 마찰을 빚게 마련이어서 돌기는 서서히, 극히 서서히 마모되어 갈 수밖에 없었으니, 이처럼 1)과 2)는 상부상조하여 평고조를 측고조의 높이로 끌어내리는 데 각각 일조를 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2부 본론 <고저는 소멸한 것이 아니다> 중에서

  • 손종섭 (저자)

1918년생으로 연희전문학교 문과 3년을 졸업. 한학자인 선친 월은 손병하 선생에게서 시종 가학을 전수했다. 30여 년 교직에 있다가 지병으로 사직하고, 시난고난 어렵게 지내다가 70세에야 건강이 회복되자, 그동안 답쌓였던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젊었을 때부터의 숙제였던 우리말 성조의 난맥상을 바로잡는 평측平仄 고저의 법칙을 밝히고 있다.

최치원부터 정약용까지 옛 시인들의 마음을 우리말로 고스란히 되살려낸 《옛 시정을 더듬어 上, 下》, 진솔한 마음을 담은 한시 280수를 18가지 주제로 나누어 묶고 시조의 가락으로 번역한 《손끝에 남은 향기》, 동아시아 문학의 거대한 산맥인 이백과 두보의 시를 다시 조탁한 《이두시신평李杜詩新評》, 당시唐詩를 다루면서 특히 운율을 중시한 《노래로 읽는 당시》,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에 출강하면서 역대 우수한 매화시 136편을 뽑아 다시 꽃피워본 《내 가슴에 매화 한 그루 심어놓고》를 펴냈으며 그 밖에 《다정도 병인 양하여》 《국역 충의록》 《청원시초淸苑詩抄》 《송강가사정해松江歌辭精解》 등도 펴냈다.

 

서문

 

제1부 서론

 

제2부 본론

1. 고저장단의 개요

(1) 사성(四聲)이란 무엇인가?

(2) 사성(四聲)과 평측(平仄)

(3) 평측(平仄)과 고저

(4) 고조(高調)와 저조(低調)

(5) 측고조(仄高調)란 무엇인가?

(6) 평고조(平高調)란 무엇인가?

2. 평고조(平高調)의 실제

(1) 생활어에 실현되는 평고조(平高調) 현상

(2) 평고조(平高調)의 변별

(3) 평고조(平高調)와 다른 성조(聲調)와의 대비

3. 평고조(平高調)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이유

(1) 평고조(平高調)가 되는 그 심리적 동기

(2) 평고조(平高調)의 음성학적 소견

(3) 평측(平仄)의 역추리

4. 평성단음절어(平聲單音節語)의 고조(高調) 현상

5. 고저와 장단의 유기적 상호관계

6. 우리말의 성조(聲調) 체계

(1) 성조(聲調)의 분류

7. 측고조(仄高調)의 여러 형태

(1) ‘仄仄’형

(2) ‘仄平’형

8. 다음절어에서의 평고조(平高調)

(1) 3음절어

(2) 4음절어

9. 고유어에서의 평고조(平高調)

10. 우리말의 평측성성(平仄聲性)

(1) 평측성성(平仄聲性)의 성전환

(2) 체언과 조사 간의 성조(聲調) 대응

(3) 체언과 조사 간의 정조(正調)와 변조(變調)

(4) 복합어에서의 성조(聲調) 대응

(5) 용언과 어미 간의 성조(聲調) 대응

(6) 용언과 어미 간의 정조(正調)와 변조(變調)

(7) 2음절 이상의 용언과 어미 간의 대응

(8) 수식사(修飾詞 ; 부사?관형사)에서의 성조(聲調) 대응

11. 한자어의 활용

(1) 한자어의 용언화 조건

12. 고저장단의 현황

(1) 고저의 체계 변이

(2) 장단의 체계 변이

13. 성조단위(聲調單位)와 측하무고조(仄下無高調)

(1) 성조단위(聲調單位)

(2) 측하무고조(仄下無高調)

14. 고저장단의 이모저모

(1) 전통적 성조(聲調)에 벗어난 현관용어

(2) 평측(平仄) 구조가 같아 어의 구별이 안 되는 말들

15. 언어의 성조(聲調) 질서

(1) 사성(四聲)과 고저장단

(2) 말소리의 입체성

(3) 언어 질서의 자생력

16. 성조(聲調)의 고금

(1) 우리말 성조(聲調)의 연원

(2) 표준어와 방언의 성조(聲調)

(3) 한시문의 독송에서 다져진 평측(平仄)

17. 고저는 소멸한 것이 아니다

(1) 고저가 소멸했다는 논리의 부당성

(2) 평고조(平高調)가 약화된 원인

18. 장단에 대하여

(1) 고저를 배제한 장단의 부실성(不實性)

(2) 장단의 몇 가지 문제점

(3) 장단음(長短音) 발음의 불명확성

(4) 제2음절 장음의 단음화

(5) 사전상 장단 표시의 불일치성

 

제3부 결론

(1) 고저장단의 기준

(2) 평측(平仄)과 고저의 관계

(3) 우리말의 성(性)

(4) 연접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새 질서

(5) 측하무고조(仄下無高調)의 원리

(6) 고저장단의 사전 표시 시안

 

제4부 별론

1. 중국 한자음 사성(四聲)과 우리 어음(語音)의 사성(四聲)

(1) 한자음과 귀화한자음(歸化漢字音)

(2) 중국 사성(四聲)과 고유어 사성(四聲)

2. 상성(上聲)의 선고후고(先高後高)

(1) 훈민정음에서의 상성(上聲)의 운가(韻價)

(2) 최세진(崔世珍)이 본 상성(上聲)의 운가(韻價)

(3) 상성(上聲)의 선고후고(先高後高)에 대한 여러 논거

(4) 상성(上聲)의 선고후고(先高後高)와 상거상혼(上去相混)

3. 거성(去聲)의 정체

(1) 거성(去聲)의 음장(音長)

(2) 거성(去聲)의 발생 기서(機緖)

(3) 평단음(平短音)과 측단음(仄短音)

(4) 거성(去聲)?입성(入聲)의 음장 대비

4. 입성(入聲)의 음장(音長)

(1) 입성(入聲)의 특징

(2) 한자의 입성(入聲)과 고유어의 입성(入聲)

(3) 입성(入聲)과 평성(平聲)의 대비

(4) 입성(入聲)과 거성(去聲)의 대비

5. 한자 사성(四聲)의 변이 현황

 

?부록 1 성조가(聲調歌)

?부록 2 고저일람표

?부록 3 용어풀이

우리말 고저高低의 원리를 최초로 밝힌 역작!

우리말의 가락을 사랑하고 지켜온 원로학자가 밝혀내는 우리말의 참된 운율!

 

우리 일상어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고저

국어 시간에 길게 발음하는 눈〔雪〕과 짧게 발음하는 눈〔眼〕에 대해 배운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말의 장단음 사례는 말:〔語〕과 말〔馬〕, 밤:〔栗〕과 밤〔夜〕 등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장단의 리듬이 살아 있다. 본래는 고저도 살아 있었으나 성조학자들은 우리말의 고저가 오랜 옛날에 이미 없어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고저가 지금도 살아 있으며 일사불란한 대원칙 아래 움직이고 있다면 어떨까? 이 책 《우리말의 고저장단》의 저자 손종섭 선생은 올해 99세의 나이로 지난 30년 동안 우리말과 한시의 가락에 천착해온 원로학자이다. 이 책은 젊은 시절부터의 숙제였던 우리말의 평측平仄 고저의 법칙을 밝히기 위해 집필하였다. 손종섭 선생은 어려서부터 선친에게서 한학을 배우면서 한자의 운韻에 의한 고저장단의 정확한 독송을 독책받았다. 뿐만 아니라 고유어의 고저장단도 한문에서의 원리와 다를 바 없다면서, 일상어에 있어서도 그릇된 발음은 즉석에서 일일이 교정을 받았다. 이후 손종섭 선생은 연희전문학교에서 국어를 전공하면서 우리말의 성조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다. 그리고 15세기 문헌의 방점 표시가 현재 우리말의 고저와 면밀하게 부합됨을 확인하고 정통적인 성조가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우리말의 고저는 장단만의 평면감을 넘어 입체감을 불어넣으며 듣는 이로 하여금 쉽게 어휘를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준다. 평생 동안 우리말의 가락을 사랑하고 지켜온 원로학자가 밝혀낸 우리말의 참된 운율에 귀를 기울여보자.

 

우리말 고저의 대변화, 말의 경제 심리와 엇가락의 유행

성조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우리말의 고저가 오랜 옛날에 이미 없어졌다고 주장하며 그 시기를 16세기 초에서 17세기 말의 2세기 폭으로 엇갈리게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고저는 엄연히 살아 있으며 교육권 밖에서나마 장단과 제휴하여 일사불란한 대원칙 아래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말의 고저가 한때 큰 변화를 겪은 것은 사실이다. 측성仄聲 앞에서 평성平聲이 고조되는 평고조平高調가 최고조에서 한 단계 낮아져 고조로 완화된 것이다. 이로 인해 최고조-고조-저조의 3단 체계였던 전통적인 고저 구조는 고조-저조’의 2단 체계로 변화를 겪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가 일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는 최고조를 발음하는 데 드는 힘을 될 수 있는 대로 아끼려는 경제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는 경사조〔傾斜調, 京辭調〕라 일컬어지는 ‘엇가락의 말씨’, 곧 ‘엇진말’의 유행이다. 엇진말이란 말 가락에 빗가락으로 멋을 부리는 현상이다. 이것은 미적 장식물 같은 것으로 또렷한 고저장단의 가락에 얼기설기 서리는 부차적인 선율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아마도 임진왜란 이후에 싹트기 시작하여 여러 세기에 걸쳐 완만하게 진행되면서 최고조를 침식해오다가 갑오경장에 이르러서 오늘날과 같은 2단 체계로 완전히 굳어진 듯하다.

 

사성보다 간편한 평측의 분류 체계

손종섭 선생은 우리말의 고저를 논하면서 우선 한자의 사성四聲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간다. 중국 한자는 평성平聲, 상성上聲, 거성去聲, 입성入聲 네 가지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로 처음 들어오던 당시 한자음은 중국음 그대로였지만 귀화 과정에서 우리말의 음운 체계에 동화되어 오늘날은 중국의 한자음과는 별개의 음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운소(韻素, 사성)만은 변화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수입 당초 그대로이다. 고유어 역시 우리말이 고저언어인 탓에 높낮이와 길고 짧음에 따라 평성, 상성, 거성, 입성 네 가지로 나누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말의 고저장단을 논하면서 사성의 네 가지 분류 체계를 고집할 필요는 없으며, 평성과 측성仄聲 양 체계만으로도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다. 사성 중 상성, 거성, 입성은 측성에 해당하고 평성은 그대로 평성이다. 평성은 비중比重과 비열比熱이 낮은 경쾌한 소리이다. 그리고 측성은 비중과 비열이 높은, 무겁고 듬직한 소리이다. 평성은 가장 짧고 가볍고 낮은 소리이고 측성은 평성보다는 길고 무겁고 높은 소리이다.

 

우리말에서 가장 독특한 고조 현상, 측상평고조

평성은 낮은 소리지만 측성 앞에서 고조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측상평고조仄上平高調라 하는데 줄여서 평고조, 또는 쳐든 가락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평성이 측성을 만나는 순간 갑자기 긴장하여 측성보다 더 높은 소리로 뛰어오르는 것으로서, 본래 미약한 평성의 소리가 측성의 높은 소리에 압도될 것을 염려하여 반발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한자어에서는 ‘공주公州, 청주淸州, 천지天池’ 등에서 사례를 찾을 수 있는데, 같은 음이라도 한자가 다른 ‘공주公主, 청주淸酒, 천지天地’ 등에서는 고조가 나타나지 않는다. 평성 뒤에 따라오는 음이 측성이 아닌 평성이기 때문이다. 고유어에서는 ‘국수, 기침, 한 해’ 등에서 평고조를 찾아볼 수 있다.

평고조는 단음절어에서도 나타난다. 산山, 양羊, 난蘭, 왕王, 문門, 차車, 용龍, 창窓, 신神, 종鐘, 공功, 상喪, 병甁, 능陵 등은 이미 고유어로 귀화한 한자어들이다. 이들은 낮은 소리인 평성으로 태어나 내내 평성에 적을 두고 있는 말들이지만, 단독으로 발음할 때는 고조되어 발음된다. 그러나 뒤에 평성이 붙으면 본래 평성의 모습으로 돌아가 자신이 본래 평성임을 드러낸다. 고유어에서도 말〔馬〕, 배〔梨〕, 손〔客〕, 옻〔漆〕, 집〔家〕, 갈〔改?〕, 되〔化〕, 들〔擧〕, 매〔結〕, 달〔甘〕 등의 체언과 용언은 평성이지만 단독으로 쓰일 때는 고조가 나타난다.

측상평고조 현상은 오늘날에도 고유어와 한자어 가릴 것 없이 엄연한 법칙으로 우리말에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일상 생활어에는 벗어나는 것들이 적지 않다. 말뜻을 구분하기 위해서나 한쪽이 다른 한쪽을 기피해서, 또는 뜻의 상서롭지 못함을 피하기 위해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선비先?는 평성+측성 구조로 ‘선先’이 평고조돼야 하지만 선비〔士〕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평평조로 발음되는 듯하다. 또한 화제話題는 측성+평성형이지만 화재火災(측성+평성형)의 상서롭지 못함을 피해서 평평식으로 발음하게 되는 듯하다.

 

평고조와 쌍을 이루는 측고조의 특성

평고조와 대별 관계를 이루는 측고조는 측기어仄起語에서 일어난다. 측기어란 측성+측성 또는 측성+평성 구조의 어휘를 말한다. 이들은 무게가 어두에 실려 있는 중후한 음질의 어두 고조어다. 측고조의 사례는 ‘상고上古, 만기일滿期日, 불문곡직不問曲直’ 등의 한자어와 ‘솔기, 차례, 뜻글자’ 등의 고유어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측하무고조仄下無高調 현상이다. 측하무고조 현상이란 측성 아래에서는 고조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측성에 연접된 음절들이 모두 측성의 고조 아래 들어, 다음의 측성들은 약화되면서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상태가 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출발음을 고조로 발음하면서 힘을 소모했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서 다시 고조를 반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조된 음절에 이어지는 측성들은 평성보다는 높고 고조된 앞의 측성보다는 낮게 발음된다. 평고조와 측고조의 특성을 대비해보면 다음과 같다.

 

평고조 측고조

● 비중·비열이 낮다. ● 비중·비열이 높다.

● 가볍고 성급하다. ● 묵직하고 여유가 있다.

● 기민하며 반사적이다. ● 느긋하여 기품이 있다.

● 충동적이다. ● 대범하다.

● 경쾌하다. ● 둔중하다.

● 임시적이다. ● 항구적이다.

● 자위적自衛的이며 허세虛勢로 높다. ● 실질적으로 높다.

 

학계에서 외면했던 우리말의 가락을 밝혀낸 노작

해방 이후 우리는 고저는 방기한 채 장단만을 소중히 가르친 국어 교육으로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러나 고저의 생명은 강인하여 반세기 동안이나 교육권 밖에 버려진 채로 명맥을 이으면서 여전히 우리말 생명의 일면을 담당해오고 있다. 그리고 장단의 오류 이상이 아닐 만큼 비교적 건전히 골격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손종섭 선생은 우리말의 고저를 복권시키고 성조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대안으로서 학계의 관심, 학교 교육에서의 고저 교육 수용, 그리고 고저장단을 명시한 시범적인 국어사전 제작을 제안한다. 특히 “모든 국어사전이 고저장단표를 갖추게 되는 날 비로소 우리의 국어 교육은 본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라며 사전에서의 고저 표기 방식까지 예시한다. 영미권의 사례를 보면 사전에 단어마다 악센트를 표기하고 그것을 철칙으로 준수한다. 이것은 단지 의사소통의 편리성 때문만이 아니라 언어가 민족의 얼이자 문화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다고 치부했던 우리말의 고저를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학자가 수십 년간의 집념 어린 노력 끝에 되살려놓았다. 우리말에 관심을 가진 대중 독자라면 한 번쯤 정독해야 할 노작勞作이다.